비트코인은 돈을 만드는 데서 나오는 이득을 모두가 나눠가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트코인 시스템을 관리하는 데 참여한 사람 모두가 비트코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만든 사토시 나카모토는 P2P 방식으로 사용자 모두가 돈을 발행하고 관리하는 분권화된 화폐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그렇지만 부의 분배까지 평등한 건 아니다. 오히려 기존 경제 시스템보다 더 부의 쏠림 현상이 심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전체 비트코인 사용자 100만명 가운데 900여명이 전체 비트코인의 절반을 갖고 있다고 1월12일 보도했다. 시티그룹 통화분석가 스티븐 잉글랜더 조사에 따르면 상위 0.1%가 비트코인의 50%를 갖고 있으며, 상위 1%는 80%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대99'라는 구호를 낳은 미국에서 상위 1%가 차지하는 수입은 19.3%였다. 비트코인 세계는 이보다 훨씬 더 불평등한 셈이다.

비트코인 소유현황
▲ 비트코인 소유현황

비트코인 소유 현황에 나타난 쏠림 현상은 극단적인 수준이다.

얼마나 불평등한지 보자. 경제 시스템의 불평등 정도를 보는 데 가장 널리 쓰이는 방법은 지니계수다. 지니계수는 완전히 평등할 때 0이 나오고, 불평등할수록 1에 가까워진다.

비트코인 소유 현황을 지니계수로 바꿔보면 0.88이 나온다. 2013년 우리나라 지니계수는 0.353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0.313이다. 빈부격차가 크다고 유명한 중국의 2012년 지니계수는 0.474였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소수 몇 명에게 몰려 있는 비트코인 보유 현황을 북한 경제에 빗댔다. 북한은 지니계수를 발표한 적 없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비트코인 소유 불균형 문제의 영향을 두 갈래로 내다봤다. 비트코인의 영향력이 커질 수록 비트코인 소유 불균형은 큰 문제가 된다. 비트코인이 기존 기축통화의 역할을 대신할 정도로 성장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 경우 비트코인 소유 불평등이 일반 경제에도 반영돼 부의 쏠림 문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비트코인이 지금처럼 결제 수단 가운데 하나로 쓰이는데 그친다면, 비트코인  소유 불평등은 큰 문제가 안 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비트코인을 쓰지 않는 사람들은 영향을 크게 받지 않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몇몇 사람들이 많은 비트코인을 움켜쥐고 있으면 비트코인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돈은 많이 쓰일 수록 가치가 올라간다. 그런데 몇 사람이 돈을 많이 가지면, 그 돈을 쓰기보단 쌓아두게 된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은 "돈은 많이 돌 수록 유용하다고 평가하는데, 비트코인 집중 현상은 이런 돈의 회전율 자체가 적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비트코인이 보편적으로 인정받으려면 돈이 안 도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텐데, 비트코인은 총 발행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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