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토즈가 1월14일 ‘애니팡2’를 내놨다.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선데이토즈는 누적 내려받기 수 2천만건 이상을 기록해 이른바 ‘국민게임’ 반열에 오른 ‘애니팡’을 개발한 업체다. ‘애니팡2’는 ‘애니팡’ 차기 작품이라는 점과 선데이토즈가 개발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헌데, ‘애니팡2’ 출시 직후 게임을 보는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캔디크러시사가’와 게임 구성이 닮았다는 의견이 많다. 전혀 고민 없이 기존 인기 게임을 모방했다는 날선 비판도 들린다. ‘애니팡2’에 또다시 표절게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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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팡2'는 ‘캔디크러시사가’ 카피캣?

먼저 ‘애니팡2'를 보자. ‘애니팡2’는 주인공 토끼가 대마왕 ‘팡’으로부터 동물 친구를 구출하기 위해 모험을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게임은 판과 판의 연결로 구성됐다. 한 판을 깨고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다. 기존 ‘애니팡’이 주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동물 퍼즐을 제거해 높은 점수를 얻는 방식이었던 것과 구별된다. 판과 판은 지도에서 점과 선으로 연결된다.

각 판은 임무를 달성해야 끝낼 수 있다. '1500점 이상 달성’ 혹은 '5천점 이상 달성’과 같은 임무가 판마다 주어지는 식이다. 동물 퍼즐은 무한히 움직일 수 없다. 정해진 횟수만큼만 움직일 수 있다.

정리하면, ‘애니팡2'는 동물 퍼즐을 정해진 횟수만큼만 움직여 각 판이 요구하는 임무를 달성해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방식의 퍼즐 게임이다.

이번엔 ‘캔디크러시사가'를 보자. ‘캔디크러시사가'는 영국 킹닷컴이 개발한 게임으로 페이스북과 모바일기기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13년 가을 카카오 게임하기에 입점했다.

‘캔디크러시사가’는 게이머가 캔디 마을을 여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판마다 캔디 퍼즐을 움직여 임무를 달성하면, 다음 판으로 이동할 수 있다. 캔디 마을 지도에는 게이머가 거쳐온 판이 점과 선으로 연결된다. 캔디는 무한히 움직일 수 없다. 판마다 정해진 횟수만큼만 움직일 수 있고, 목표점수와 임무를 완료해야 다음 판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정리해보자. ‘캔디크러시사가’는 캔디 퍼즐을 정해진 횟수만큼만 움직여 각 판이 요구하는 임무를 달성해 다음 판으로 넘어가는 방식의 퍼즐 게임이다. ‘애니팡2’가 ‘캔디크러시사가’를 모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까닭이다.

게임 진행을 도와주는 이른바 ‘폭탄’ 퍼즐이 등장하는 조건도 두 게임이 비슷하다. 같은 퍼즐 4개를 모아 제거하면 그 자리에 퍼즐 한 줄을 모두 제거할 수 있는 폭탄 퍼즐이 나오는 식이다. ‘애니팡2’는 '비행사 동물’, ‘캔디크러시사가’는 ‘줄무늬 캔디’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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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i_can_1_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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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i_can_3_500

'캔디크러시사가(왼쪽)'와 '애니팡2'


모바일게임 아이디어 빈곤의 시대

“‘애니팡2’ 출시 전부터 여려 경로로 ‘캔디크러시사가’를 많이 벤치마킹했다더라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게임 출시 이후 이렇게 분위기가 나쁘게 흐를 줄은 예상 못 했어요. 주변의 많은 분들이 ‘애니팡2’를 베낀 게임이라며 몰아세울 줄은….”

게임업계 관계자 ㄱ은 ‘애니팡2’를 가리켜 “일단 게임 개발자 처지에서 실망스럽기는 하다”라고 운을 뗐다.

이 관계자는 “게임의 진행 방식 외에 ‘애니팡2’는 ‘캔디크러시사가’에서 쓰인 '오케스트라 히트(모든 오케스트라 악기를 동시에 치는 것)’나 ‘스트링’ 효과음 등도 벤치마크한 것 같다”라며 “선데이토즈가 자금을 확보한 상황에서 조금 더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했으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ㄱ 관계자는 ‘애니팡2’를 직접적인 카피캣 게임으로 평가하지는 않았다. 아슬아슬하지만, 허용 범위 아니겠느냐는 의견이다.

이 관계자는 “개발자 처지에서 판단했을 때 ‘애니팡2'가 위태로운 선까지 들어가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본다”라면서도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나 게임 플레이 등 모든 측면에서 이 정도면 허용범위에 속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독 게임업계에만 너무 강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대중은 수많은 문화 콘텐츠 분야 중 특히 게임업계에만 이른바 ‘오리지널리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화는 장르의 정착과 변주 혹은 패러디를 통해 발전한다. 하나의 오리지널리티를 바탕으로 다양한 업체의 다양한 작품이 등장한다는 얘기다. 대중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끊임없이 비슷한 작품과 장르가 나오고 다른 형태로 변화하는 것은 너무도 일반적인 일이다.

이를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에 대입해보자. ‘매치3' 퍼즐 게임이라는 장르가 ‘캔디크러시사가’와 ‘애니팡2’라는 변주를 거친 것뿐이다. 이 관계자가 말한 것처럼 대중이 유독 게임업계에만 뻣뻣한 오리지널리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 고민해볼 일이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 ㄴ은 ‘애니팡2’의 표절 논란을 가리켜 카카오 게임하기 플랫폼의 문제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시장 특성이라고 봐요. 카카오 게임하기 쪽에 출시하는 게임은 보통 주요 타깃이 하드코어한 게이머가 아니라 일반 스마트폰 사용자이다 보니 게임의 오리지널리티보다는 전파력 등 다른 요소에 기대는 경우가 많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관계자는 “캐주얼게임이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그러다 보니 선데이토즈의 개발 방향도 운신의 폭을 넓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카카오 게임하기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지난 2012년 여름 이후 지금까지 카카오 게임하기에 출시된 게임이 300개가 넘는다. 게임 개발업체 처지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보다 익숙한 방식의 게임을 만드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야말로 카카오 게임하기는 ‘무한경쟁’ 시장인 셈이다.

이 관계자는 “게임을 개발하는 데 선데이토즈의 고민이 좀 적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라고 덧붙였다.

선데이토즈는 ‘애니팡2’가 ‘캔디크러시사가’를 표절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선데이토즈 관계자는 “스테이지(판) 모드는 이미 '애니팡 사천성 시즌2’에 적용해 출시할 당시 게이머가 좋아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선데이토즈가 학습한 것”이라며 “‘애니팡2’를 출시할 때도 이 같은 요소를 사용했을 뿐, 표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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