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비트코인 쓰는 까닭은요…”

발행일 2014-02-10 13:36:51
타임지는 비트코인이 "개념적으로 가장 완벽한 화폐"라고 했고,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을 ‘혁명'이라고 불렀다. 비트코인이라는 가상화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정말일까.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바꾼다는 얘기인가.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이에게 물었다. "왜 비트코인을 씁니까?”

비트코인, 온라인쇼핑몰에 안성맞춤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 개발사 스쿱미디어 신진욱 대표는 비트코인만 받는 e쇼핑몰 ‘코인마켓'을 운영한다. 신진욱 대표는 신용카드 결제보다 비트코인이 간편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쇼핑몰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보다 비트코인을 받는 편이 쇼핑몰을 운영하는데 좋아요. 돈이 잘 돌거든요. 고객이 카드로 결제한 돈이 제게 입금되려면 빨라도 일주일이 걸리는데, 비트코인은 바로 돈이 들어오고 현금으로 바꾸기도 쉽죠. 주문을 받으면 고객이 보낸 돈으로 물건을 사서 배송해야 하는데 이 흐름이 카드보다 원활해요. 쇼핑몰을 새로 세울 때도 비트코인이 편해요. 카드 결제시스템을 설치하려면 보름 정도 기다려야 해요. 카드회사에서 쇼핑몰이 제대로 운영되는 곳인지, 카드깡하는 데는 아닌지 확인해야 하거든요. 비트코인은 결제 시스템은 그냥 설치하면 돼요. 기다릴 필요가 없죠. 유지비도 거의 안 들고 시스템도 자동화돼 있어 편리해요.”

신진욱 대표는 개발자이기도 하다. 보안 관련 일을 하다 2년 전 비트코인을 처음 알았다. 당시에는 비트코인의 기술적인 면에 관심이 갔다.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정말로 해킹할 수 없는지 검증해보고 싶었다. 신진욱 대표는 사용자가 많아질 수록 보안이 강해지는 점이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사용자의 P2P 네트워크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이걸 해킹하려면 전체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51% 이상 계산력을 끌어모아야 한다. 2013년 11월 기준으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계산 능력은 세계 1위에서 500위까지 슈퍼컴퓨터의 계산력을 합한 것보다 256배 컸다. 사실상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신진욱 대표의 기술적 호기심은 상거래 차원으로 옮겨갔다.

ShinJinUk_Scoopmedia_CEO

▲신진욱 스쿱미디어 대표


“2013년은 비트코인이 돈이다 아니다, 말이 많던 때였어요. 저도 이걸로 사람들이 양말 한 짝이나 살까 싶었죠. 돈이라고 하는데 막상 이걸 쓸 데가 없던 때였거든요. 그 즈음에 파리바게뜨 인천시청역 지점에서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돈으로 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생각만 해오던 비트코인 전용 쇼핑몰을 만들어 내놓게 됐죠.”

전에도 쇼핑몰을 운영한 적 있기에 마음 먹고 쇼핑몰을 차리는 데는 3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블로그 플랫폼인 워드프레스에 쇼핑몰 플러그인을 얹고 비트코인 결제 플러그인을 넣었다. 유통망은 기존에 알던 도매업체를 활용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열고 2달 동안 벌어들인 돈은 10비트코인 정도다. 아직 자리를 잡아가는 시기다. 그래도 신진욱 대표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싼 물건만 살 줄 알았는데 10~20만원짜리 물건도 종종 사가시더라고요. 진짜로 물건을 쓸 사람이 사는 것 같아요. 조만간 한국비트코인거래소와 제휴해서 원화로 물건을 살 수 있게 하고 입금되는 비트코인을 바로 현금으로 바꾸는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비트코인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면 다른 쇼핑몰에도 비트코인을 쓰지 않겠어요? 지금 사례를 만들어 두면 그때 다른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비트코인 기부로 간편한 전자상거래 구조 이끈다


한창민 오픈넷 사무국장은 인터넷 개방성을 추구하는 조직의 방향과 성격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비트코인을 받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오픈넷은 올 1월 비트코인으로 기부금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오픈넷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권익을 위해 싸우는 단체입니다. 인터넷의 자유와 개방성, 공유 정신을 지키려는 거죠. 전자상거래도 인터넷 이용의 중요한 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한국 금융시스템은 매우 폐쇄적입니다. 인터넷 결제를 하려면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라는 벽을 거쳐야만 하죠. 비트코인이 이런 문제에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인터넷 이용자와 전자금융 이용자에게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 없는 간단한 결제라는 게 가능하다는 걸 오픈넷이 몸소 보여주려고 비트코인 기부 시스템을 도입한 면도 있습니다.”

오픈넷은 폐쇄적인 국내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2013년 공인인증서 강제 조항을 없내는 걸 뼈대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과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또 토론회와 홍보캠페인을 열어 폐쇄적인 전자상거래 구조를 개선하자는 여론을 모으는 데 앞장섰다.

오픈넷 법무담당 박지환 변호사는 액티브X를 벗어나려다 겪었던 고난을 털어놓았다. “지난해에 신용카드로 기부금을 받기 위해 페이게이트라는 곳과 계약했어요. 페이게이트는 금액인증 방식으로 공인인증서나 액티브X 없이도 간편하게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해주거든요. 그런데 페이게이트를 도입한 지 얼마 안 되서 큰 카드회사들이 자기들이 원래 쓰는 기술(액티브X)을 안 쓴다는 이유로 오픈넷과 페이게이트 거래를 못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법원에 가처분소송도 냈지만 졌어요.”

한창민 사무국장이 말을 이었다. “1년 동안 고생했죠. 더 안전하고 편리한 금융결제를 꿈꿨는데 기존 금융권력의 장벽에 가로막힌 겁니다. 그러던 차에 비트코인을 알았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이사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비트코인은 중간에 은행이나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기부자와 오픈넷을 바로 이어주더라고요. 그 자유로움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후원이 얼마나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해보자고 덤볐죠.”

오픈넷 박지환 변호사, 한창민 사무국장

▲오픈넷 박지환 법무담당 변호사(왼쪽)와 한창민 사무국장 


비트코인 후원금을 받은 지 한 달, 지금까지 6명이 0.19비트코인을 기부했다. 우리 돈으로 16만원 정도다. 한창민 사무국장은 비트코인이 널리 쓰이려면 관련 서비스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전자상거래 환경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자를 위해서 대한민국 개발자와 사업가가 더 편하고 안전한 서비스를 많이 개발해줬으면 좋겠어요. 비트코인을 쓰는 것도 지금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요. 오픈넷에 들어와서 비트코인 주소를 누르면 자기 은행계좌나 카드와 연결돼 바로 결제된다든지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국제송금시장을 저개발국 주민 손에


비트코인의 영향력이 국내 금융시스템에만 미치는 건 아니다. 37코인스 같이 국제송금시장에 비트코인의 장점을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37코인스는 독일인 개발자 요한 바비와 마케터 이송이씨가 만든 스타트업이다. 37코인스는 문자메시지(SMS)만으로 비트코인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쓸 수 없는 저개발국가 주민도 비트코인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왜 비트코인일까. 송금수수료를 많이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국제송금업체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평균 10%다. 아프리카 국가로 돈을 보낼 때는 12%까지도 가져간다. 나라가 가난할 수록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수수료를 많이 떼는 구조다. 수수료를 10달러만 아껴도 나이지리아에서 4인 가족이 일곱 끼를 더 먹을 수 있다. G20과 개발은행은 국제송금 수수료를 5% 수준으로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송금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큰 돈이 든다. 세계 곳곳에 지점을 만들고 돈을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갓 만든 스타트업이 넘보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37코인스는 비트코인 송금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수수료를 아끼는 게 전부가 아니다. 37코인스는 웨스트유니언 등 몇몇 업체가 독차지한 국제송금 시장에 저개발국 주민이 뛰어들어 이윤을 나눠가져갈 수 있는 구조도 만들었다. ‘게이트웨이’라는 중계기를 설치한 송금중개상이 그런 역할을 한다.

중개상은 자기 안드로이드폰에 37코인스 중계 앱을 깔고 인터넷에 연결해 둔다. 이 전화기는 현지민과 37코인스 서버를 연결하는 중계기 역할을 한다. 현지 주민이 중계기에 ‘비트코인을 보내겠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중계기가 이를 인식해 인터넷으로 연결된 37코인스 서버에 전달해 비트코인을 주고받는다. 중개상은 자기 안드로이드폰을 37코인스 시스템에 기여한 대가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비트코인을 현지화폐로 바꿔주며 환전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저개발국 곳곳에서 환전상이자 송금업자가 많이 생겨 서로 경쟁하면 수수료가 낮아질 테고, 현지 주민은 수수료를 아끼면서도 손쉽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37코인스가 그린 그림이다.

37코인스 요한 바비 CEO와 이송이 공동창업자

▲요한 바비 37코인스 CEO(왼쪽)와 이송이 공동창업자 


37코인스 최고경영자(CEO) 요한 바비는 국제송금시장을 노린다고 말했다. “1억6200만명이 해외에서 일하며 매달 200달러를 고향에 보내요. 이 돈을 합하면 1년에 500억달러(54조원) 정도죠. 여기서 1%를 비트코인으로 주고받는게 우리 목표입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다. 올해 1월1일에야 서비스를 시작했고, 활동 중인 중개상은 100명 안팎이다. 37코인스가 그린 그림을 실현하려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이 37코인스를 이용해야 한다. 37코인스는 저변을 넓히기 위해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다른 길을 열다


각자 비트코인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달랐지만 이들이 바라보는 곳은 같았다. 기존 금융시스템에서 겪은 문제를 해결하자는 생각이다. 비트코인은 이제 움트기 시작한 기술이다. 갈 길이 멀다. 기술적 가능성이 충분해 보이는 시도도 제대로 연착륙할 수 있을 지는 점치기 어렵다. 비트코인 자체가 널리 쓰여야 할 일이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비트코인 덕분에 기존 금융시스템 말고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전문연구원은 "새로운 금융시스템으로서 비트코인이 떠오르는 건 전체 인터넷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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