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크런치는 2013년 1월31일, IT 업계에서 주목받는 기업과 인물을 꼽는 '크런치어워드 2012'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었다. 이날에는 올해의 CEO로 뽑힌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 사운드클라우드 CEO 알렉스 렁, 깃허브 설립자인 탐 프레스톤워너등 IT업계 쟁쟁한 인사들이 수상자 명단에 올랐다. 교육부문 우승자는 온라인으로 프로그래밍 수업을 제공하는 코드카데미에 돌아갔다.

사회자가 코드카데미를 호명하자 한 여성이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이 여성은 코드카데미 설립자도, 직원도 아니었다. 트로피를 건네받은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수백만명의 코드카데미 사용자 중 한 명으로 여기 올라왔습니다.” 그녀는 도대체 누구길래 코드카데미를 대표해 트로피를 받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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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런치어워드에서 ‘코드카데미 걸’로 유명세를 탄 주인공은 딜리스 선(Dilys Sun)이다. 딜리스는 코드카데미 '파워 유저'다. 2011년 코드카데미가 첫선을 보였을 때 딜리스는 거의 모든 코드카데미 프로그래밍 코스를 수강했다. 그 뿐 아니었다. 코드카데미에 올라오는 질문엔 일일이 덧글을 달고, 코드카데미 사용법에 관한 동영상도 제작해 유튜브에 수시로 올렸다. 코드카데미 사용자들과 함께 만나 토론하는 오프라인 모임도 주도했다. 누가 시키지도,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았다.

“사용법 동영상을 만들거나 질문에 답글을 달려면 그만큼 각 코스에 대해 잘 알고 더 깊이 공부해야 했어요. 그 과정이 제 스스로에게 강한 동기부여를 제공했어요. 무엇보다 다른 사용자를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이 즐거웠어요.”

이것만으론 딜리스가 크런치어워드에서 코드카데미를 대표해 트로피를 받은 까닭을 설명해주진 않는다. 그녀는 “코드카데미가 많은 사용자 중에 왜 나를 선택했는지는 모르겠다”라며 “초창기부터 코드카데미에 추가된 새로운 기능과 좋은 기능을 소개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은 게 영향을 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코드카데미는 이 열정적인 사용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녀가 대신 시상식에 참여해 자리를 빛내 주기를 원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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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lys_sun


▲딜리스 선


딜리스 선은 스탠포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2010년 졸업했다. 코드카데미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프로그래밍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전부터 기술에 대한 관심은 많았다고 한다. “스탠포드 출신들은 모두 IT에 관심이 많아요. 영문학과든, 경제학과든, 예술학과든 모두 컴퓨터과학 출신 친구들만큼 IT에 대한 관심이 많죠. 거기에는 스탠포드만에 독특한 문화와 바로 옆에 있는 실리콘밸리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스탠포드대학은 실리콘밸리 근처에 있다. 그러다보니 주변엔 IT기업이 지천이다. 스탠포드대 학생들은 졸업 후 자연스레 IT기업이나 스타트업 창업으로 눈을 돌린다. 개발자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IT기업에 필요한 다양한 직무에 대비해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딜리스는 “스탠포드 안에서는 기술에 대한 이해와 IT 산업에 대한 전반전인 동향을 살펴보도록 다양한 세미나가 열린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세미나에는 전공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IT기업 임원이 직접 와 강연을 해주기도 한다.

“컴퓨터과학에 대한 수업을 들은 건 아니지만 빌게이츠나 야후 CEO, 박스CEO가 주최하는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널려 있어요. 그래서 스탠포드대학 안에서는 누구나 기술과 IT에 대해 토론하고 관심을 갖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딜리스는 2010년 졸업 후 곧바로 딜로이트 컨설팅에 취직했다. IT 컨설팅 회사는 벤처캐피탈과 더불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곳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딜리스는 기업들이 IT 인프라 관리를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조언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기업이나 정부단체는 대규모 IT 사업을 지원하기 전에 컨설팅 업체에 자문을 구해요. 가지고 있는 자금과 인력으로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할지, SAP을 사용할지, 클라우드 사업을 할지 말지 결정하거든요. 딜로이트에 있을 때는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자문을 해 주었어요. 그런데 어느날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제 동료가 저보다 훨씬 일처리를 빠르게 한다는 것을 알았죠.”

그녀는 딜로이트에 들어가서서 올해의 사원상이나, 뛰어난 실적을 낸 사원에게 주는 상도 여러 번 받았다. 하지만 딜리스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IT 컨설팅을 해 주려면 직접 그 제품을 이해하고 써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사에 제공하는 단기 트레이닝으로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프로그래밍을 해 본 적 있는 친구들은 더 빨리 이해하더라고요. 그래서 장기적인 미래를 생각해서 프로그래밍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그만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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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스 선 노트북. 참여하거나 공부한 프로그래밍 코스에 대한 배지를 붙여놓았다. (출처: 딜리스 선 블로그)


온라인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는 통로는 많다. MIT나 하버드대학에서 직접 녹화한 강의를 보여주는 에덱스, EBS처럼 프로그래밍에 대한 교육용 방송을 제작하는 유다시티, 전세계 대학과 손잡고 다양한 무료 강의를 제공하는 코세라가 그 예이다. 그 가운데 코드카데미를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딜리스는 코드카데미는 비전공자들이 프로그래밍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는 가장 좋은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저 같은 비전공자들이 대학 강의를 듣는다고요? 그 수업들은 앞으로 컴퓨터과학을 전공할 사람들 눈높이에 맞춰져 있죠. 몇 분 듣다 보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어려웠어요. 선수과목들도 많고요. 코드카데미는 어떤 지시도 없어요. 강의도 없고 요구하는 바 없이 그냥 따라서 타이핑만 하면 돼요. 모든 코스들은 한 단계씩 차례로 미션을 수행하는 식이예요. 그래서 초심자가 프로그래밍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좋아요. 프로그래밍은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과 두려움을 깰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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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카데미는 온라인 수업을 따로 듣지 않고 곧바로 실전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코드카데미를 통해 바로 실무에 뛰어들 수 있는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 딜리스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코드카데미는 비전공자가 프로그래밍 세계가 어떻게 구성 되는지 알 수 있는 정도예요. 프로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그보다 훨씬 더 전문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어요.”

딜리스가 코드카데미를 통해 배운 언어는 자바스크립트, HTML, CSS, PHP, 루비 등이다. 코드카데미로 일단 프로그래밍 언어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문법을 알 수 있고 프로그래머 문화도 배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드카데미는 아무런 강의도 없이 옆에 나오는 코드만 따라 쓰면 돼요. 오류가 나면 없어질 때까지 코드를 계속 수정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죠.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이게 때론 짜증도 나고 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다는 기분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것이 실제 개발자들 모습이예요. 아무도 한 번에 모든 코딩을 완성하지 않아요.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유명한 개발자들 모두 코드를 수십, 수백 번  고쳐쓰는 답답한 과정을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것이죠. 코드카데미는 그런 프로그래밍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매우 좋은 웹사이트입니다.”

현재 딜리스는 에어페어라는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에어페어는 개발자들에게 영상과외를 중개해 주는 스타트업이다. 에어페어에서 상대하는 고객은 대부분 개발자다. 딜리스는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한 덕분에 에어페어 일을 순조롭게 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IT기업들은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개발자를 이해할 수 있는 직원을 좋아한다”라며 “코딩을 배우면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라고 설명했다.

“깃허브나 코드카데미는 혁명같은 일이예요. 무료로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면서 배우는 사람끼리 소통을 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온라인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다양한 교육 도구가 생겨나고 있어요. 코드카데미 말고도 다양한 대체제가 많으니 많은 사람들이 코딩을 배울수 있는 기회가 점점 커지게 될 거예요.”

딜리스는 최근 코드카데미에 이어 다른 도구로 프로그래밍언어를  배우고 있다. “현재 실리콘벨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언어는 2가지예요. 하나는 모바일 프로그래밍 언어, 또 하나는 엠버JS, 노드JS같은 모던 자바스트립트 언어예요. 루비 온 레일즈도 미국에서 굉장히 인기있는 프레임워크죠. 저는 최근 엠버JS를 배우고 있는데 이런 언어는 복잡한 내용을 내용을 다루고 있어 코드카데미에서 제공되지 않아요. 그래서 코드스쿨이라는 새로운 웹사이트에서 배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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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스쿨은 모던 자바스트립(Ember.js, Node.js)강의와 루비 강의를 주로 제공한다. (코드스쿨 바로가기)


딜리스는 프로그래밍이 열어준 가능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그녀는 전문 개발자가 되지 않더라도 프로그래밍을 아는 것만으로 미래 직업 경력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확신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IT 업계는 더 많은 산업과 융합할 것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 생겨나기 때문이다.

“코드를 제가 직접 한다는 것은 이전에 꿈에도 못 꿨죠. 그 두려움을 코드카데미가 깨 주었어요. 결과적으로 저는 또다시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없어졌어요. 언젠간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싶어요. 어쩌면 그땐 제가 직접 전부 프로그래밍 할 수 있지 않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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