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해 보자. 다른 사람이 내 스마트폰에 어떤 응용프로그램(앱)이 깔리고 지워지는 지 확인하고, 내가 언제 어떤 앱을 얼마나 쓰는지 보고 있다면. 내가 다녀간 웹사이트 목록을 훑고 있다면.  스마트폰을 쓰려는데 갑자기 특정 기능이나 앱이 실행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이용해 내가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있다면. 업무 시간에는 스마트폰 기능이 다 잠기고 전화만 할 수 있다면. 뜨아. 잠깐의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런데 이 상상을 현실로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이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며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다 사용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온 방편이 '스마트폰 규제 서비스'다. 부모와 교사가 청소년 스마트폰 이용 시간과 특정 앱 사용을 제한하고, 이용 내역을 볼 수 있게 하는 게 주된 기능이다. 관련 서비스가 많아지며 다른 앱과의 차별성을 위해 새로운 기능들은 계속 덧붙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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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artphone_girl


Δ청소년과 스마트폰 (출처: 플리커. CC BY 2.0)


스마트폰 규제 서비스는 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만든 서비스로 나뉜다. 요즘은 한 서비스로 부모와 교사 모두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추세다.

부모들이 자녀들의 스마트폰을 관리하는 서비스는 대부분 자녀와 부모 스마트폰에 앱을 깔아 원격 관리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스마트보안관’이다. 스마트보안관은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MOIBA),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여성가족부, 이통 3사가 손잡고 만들었다. 지난 2012년 6월부터 무료로 보급되고 있다.

스마트보안관을 깔면 부모는 자녀 스마트폰을 관리할 수 있다. 음란물 같은 청소년 유해 정보를 차단할 수 있고, 자녀가 방문한 웹사이트 목록과 설치한 앱, 이용시간까지 확인할 수 있다. 특정 기능이나 앱 사용 여부도 부모가 제어할 수 있다. '카카오스토리'나 '애니팡2'는 잠그고, 지하철 앱은 켜놓는 식이다. 학교나 학원에 있는 특정 시간대만 스마트폰을 잠글 수도 있다. SK텔레콤 ‘스마트아이코치’와 KT ‘올레 자녀폰 안심 서비스’, LG유플러스 ‘자녀폰지킴이’ 등도 스마트보안관과 비슷한 기능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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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artphone_sheriff1

Δ스마트폰 이용시간을 제한할 수 있다. (부모용 스마트보안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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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artphone_sheriff2

Δ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을 잠글 수 있다. (부모용 스마트보안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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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artphone_sheriff3

Δ방문한 웹사이트 목록을 확인하고 특정 웹사이트를 차단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부모용 스마트보안관 화면)


이와 같은 서비스는 대부분 초등학생 자녀를 대상으로 이뤄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중·고등학생도 상당수다. 예를 들어 KT 올레 자녀폰 안심 서비스 이용자는 초등학생이 51%로 절반 정도이고 중학생이 32%, 고등학생이 8%를 차지했다.

공현 청소년 인권 활동가는 “한국사회는 부모가 자녀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데 너무 관대하다”라며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고 말했다.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는 학교 단위로 계약을 맺어 관리 프로그램을 통째로 제공한다. 모든 학생에게 깔도록 하면 교사는 아침마다 스마트폰을 걷지 않아도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방송통신위원회와 경기도교육청 등이 진행하는 '경기사이버안심존'과 서울시교육청 ‘아이스마트키퍼’, 지란지교소프트 ‘쿨키퍼’ 등과 같은 서비스가 학교와 연계해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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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lkeeper_2

Δ교사용 '쿨키퍼' 화면 (출처 : 지란지교소프트블로그 )


이 가운데 경기사이버안심존은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정보화진흥원,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가 손잡고 만든 프로그램이다. 경기사이버안심존은 앞서 소개한 스마트보안관을 바탕으로 기능을 추가했다. 부모 외에 교사도 관리자로 더했으며, 학생 스마트폰 이용 행태를 분석하는 기능도 덧붙였다. 지난 2013년 2학기 경기도 초등학교 25곳, 중학교 25곳에서 부모동의서를 받아 시범 운영됐다.

서울시교육청이 운영하는 아이스마트키퍼 역시 지난 2013년 10월부터 서울시 초등학교 1곳과 중학교 9곳, 고등학교 1곳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시범학교 운영결과를 반영해 올해 새학기부터 희망하는 모든 학교에 아이스마트키퍼를 보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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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martkeeper

별다 아수나로 서울지부 활동가는 “아이스마트키퍼는 스마트폰을 절제가 아니라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는 학생 인권을 침해해 감시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에선 청소년 스마트폰 관리 프로그램을 쓰는 게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ㅅ중학교에 근무하는 ㄱ교사는 “이용 내역을 교사가 볼 수 있는 건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지만, 스마트폰 이용은 제한시킬 필요가 있다”라며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쓰게 하면 수업시간에 아이들 통제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현 청소년 인권 활동가는  “무조건적인 규제보다는 예방 차원에서 스마트폰에 맞춘 미디어 교육이 폭넓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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