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3월7일에 개막하는 '제네바 모터쇼'에서 신제품을 공개한다. 국제소비자가전쇼(CES)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도 참석하지 않는 애플이 모터쇼에 나타나는 이유는 차량과 아이폰 환경을 연결하는 기술 때문이다.

애플은 차량에서 아이폰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 ‘카플레이(CarPlay)’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3월3일 밝혔다. 카플레이는 그간 애플이 자동차 업계와 협력해 온 ‘아이즈 프리(Eyes free)’나 ‘iOS인더카(iOS in the Car)’와 흐름을 이어가는 플랫폼이다.

카플레이는 자동차와 아이폰을 연결해 운전자가 차량을 운전하면서 다른 곳에 신경쓰지 않고 아이폰을 원하는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운전 중 시리를 이용해 전화번호를 검색하고, 메시지를 확인하고, 음성 인식으로 메시지를 회신할 수 있다. 또한 지도 앱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결해 차량용 디스플레이에 실시간 길안내를 해주고, 스포티파이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도 실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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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play_01

여기까지 들으면 2012년 발표했던 시리와 아이즈프리, 그리고 2013년 발표한 iOS인더카와 닮아 보인다. 맞다. 이제까지 소개한 것은 각 기능들이었고 이를 브랜드로 정의한 것이 카플레이라고 보면 된다. 잘 와닿지 않는다면 애플TV와 아이폰을 생각하면 된다. TV에 애플TV를 연결하면 아이폰을 이용해 음악을 전송하고, 리모컨으로도 쓰고, 미러링도 한다. 이 기능을 애플은 ‘에어플레이’라고 부른다. 그걸 차량으로 옮겨 음성비서 시리, 내비게이션 미러링, 오디오 스트리밍 전송 등은 ‘카플레이’가 맡는다. TV는 에어플레이, 자동차는 카플레인 셈이다.

아이폰과 iOS의 제품 마케팅을 담당하는 그렉 조즈위악 부사장은 “아이폰 이용자들은 편리하게 콘텐츠를 사용하고 싶어하는데, 카플레이가 주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도 아이폰을 쓸 수 있게 해준다”라고 말했다.

애플은 이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각 차량 업체를 비롯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업체들에게 규격화해서 플랫폼을 판매한다. 이미 각 차량용 오디오에서 아이폰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표준인 MFI(made for iPod)와 비슷한 방식으로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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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rplay_03

카플레이는 팟캐스트, 오디오북, 아이튠즈 라디오를 차량으로 전송하고, 차량의 터치스크린으로 아이폰을 제어할 수도 있다. 미리 정해진 아이폰 기본 앱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차량에서 쓸 만한 앱들에 대해서는 서드파티 앱 개발사에도 열어줄 계획이다. 모든 앱이 자동차에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처럼 앱스토어 심사를 통해 차량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전해줄 수 있는 앱을 선별한다. 그렇다고 카플레이 전용 앱스토어가 열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지하는 동영상 스트리밍이나 게임 등은 걸러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스포티파이와 아이허트라디오가 있다. 오디오 스트리밍 앱은 그리 어렵지 않게 적용될 듯하다. 서드파티 내비게이션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없다.

애플은 WWDC에서 iOS인더카를 발표하면서 1년 안에 이 기술이 적용된 차량이 출시될 것이라고 했는데, 8개월만에 완제품이 공개됐다. 페라리와 메르세데스 벤츠, 볼보는 우선적으로 카플레이를 선보이고 BMW 그룹과 포드, GM, 혼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재규어 랜드로버, 미츠비시, 닛산, PSA 푸조 시트로앵, 스바루, 스즈키, 토요타 등도 순차적으로 카플레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애초 iOS인더카를 발표할 때 목록에 없던 BMW도 이번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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