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는 시민들의 안전과 범죄 예방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전국에 있는 수많은 CCTV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채 남용되고 있습니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는 감시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수도권 시민은 평균 9초에 한 번 꼴로 CCTV 화면에 포착된다. 하루 평균 80~110회다. CCTV 수적 증가만 문제가 아니다.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기술은 CCTV가 더 정밀하게 사람과 물체를 볼 수 있게 한다. 요즘 나오는 이른바 ‘지능형 CCTV'는 360도 회전과 12배 이상의 줌인(당겨서 보기), 원격제어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윤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CCTV가 몇 대 안 되면 인식을 할 수 있지만, 너무 많으면 오히려 인식하기가 어렵다“라며 “공개된 장소에서 개인에겐 CCTV 방어권이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CCTV 영상이 별다른 법적 요건과 규제 없이 수집·이용되고 있다.

무분별하게 허용되고 있는 개인 영상정보 수집을 어디까지 묵인해야 할까.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3월2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시민을 감시하는 제3의 눈, CCTV’라는 주제로 연 토론회는 이를 제한하자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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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장여경 진보넷 활동가는 “개인정보보호 이슈는 유출 문제에 관심이 쏠려 있지만, 꼭 유출이 되지 않더라도 수집되는 목적이 정당하고 애초에 정한 목적에만 쓰여야 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경찰이 범죄조사를 위해 많이 쓰겠지만, 자료 제공을 받을 때는 적합한 과정을 통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전국 통합관제센터 경찰과 민간단체가 상시 관제하는 곳 많아

장하나 의원실과 진보넷이 함께 조사한 '전국 지방자치단체 CCTV 통합관제센터 전수조사' 결과는 놀라웠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권을 가진 전국 통합관제센터 101곳 중 84곳에서 지방자치단체 업무와는 관련이 없는 경찰이 지휘권을 갖고 경찰을 파견해 상시 관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와 관할 경찰이 업무협약을 맺고 진행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에 따르면 경찰은 범죄 수사나 법원 재판 업무와 같은 예외적 상황에서만 공공기관의 CCTV를 활용하도록 돼있다. 장여경 활동가는 “모든 국민의 CCTV가 경찰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행하는 상시 관제는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통합관제센터는 서로 다른 공공기관이 다양한 목적에 따라 설치·운영하고 있는 영상정보처리 기기들을 통합적으로 연계해 집중화된 시설에서 관리하는 체계를 말한다. 현재 대부분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안정행정부는 2015년까지 전국의 모든 기초지방자치단체에 통합관제센터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 CCTV 통합관제센터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을까. 조사 자료에 따르면 실제 CCTV 통합관제센터 모니터 요원은 외부 위탁이 101곳 가운데 76곳으로 전문적 관제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위탁업체 선정도 마뜩잖은 대목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충남 태안군은 고엽제 전우회에 통합관제 업무를 맡기고 있었으며 경기도 용인시는 재향 군인회가 CCTV 통합관제센터를 관리하고 있었다. 고엽제 전우회와 재향군인회가 CCTV 속 시민들의 모습을 감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단체들을 믿고 우리의 개인정보영상을 맡겨도 될까. 지금의 개인정보보호법에는 통합관제센터 관리의 민간인 자격 요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법적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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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CTV

Δ CCTV (출처: 플리커. CC BY-SA 2.0)


CCTV, 목적 외 용도로 이용해도 될까

CCTV는 방범용으로만 운영되지는 않는다. 쓰레기 무단투기나 주차단속, 문화재 관리 등 여러 목적의 CCTV가 있다. 헌데 CCTV가 처음에 정한 목적과 상관없이 활용되는 경우도 많았다. 내가 내 개인정보 영상을 제공한다고 동의한 건 교통 안전을 위한 목적인데, 실제로는 다른 목적으로도 쓰기 위해 나의 개인정보 영상을 '다목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한다는 얘기다. 조사 결과 전국 통합관제센터 101곳 중 40곳의 지방자치단체가 ‘목적 외 이용’을 명시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서울시 강북구는 'u-강북구 통합관제센터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업무협약서'에 '모든 영상정보처리 기기는 다목적용으로 전환하여 관제할 수 있다’라고 적어놓았다.

장하나 의원은 “실제로 지난 3월15일 경부고속도로 옥천 나들목 부근에 설치된 고속도로용 CCTV가 규정 각도를 벗어나 희망버스 참가자를 따라다녔다”라고 지적했다. 고속도로용 CCTV가 교통안전이라는 본래의 목적 외로 시민을 감시하는 용도로 이용된 셈이다.

목적 외 이용은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와 제25조 등을 위반한 것으로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별다른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3조 1항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의 처리 목적을 명확하게 하여야 하고 그 목적에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개인정보만을 적법하고 정당하게 수집하여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5항 영상정보처리기기운영자는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아니며, 녹음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윤종수 변호사는 "통합관제센터의 운영이 그 개념이나 역할에서 애초에 설치된 영상정보처리 기기의 목적 외 이용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목적 외 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개인정보보호법에의 부합여부 및 법적 근거 미비가 문제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CCTV는 범죄 사전 예방이 아닌 사후약방문일 뿐"

지난 2013년 4월 장애여성의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목표로 내세운 CCTV 확대 계획이 전남과 충남 등에서 발표됐다. 충청남도는 보호자가 없는 재가 지적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위해 가정 내 CCTV 설치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지난 2월 밝혔다.

CCTV가 께름칙하긴 해도 범죄 예방과 범죄 발생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은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했다. 이진희 사무국장은 “CCTV가 범죄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는 근거나 통계가 명확히 제시된 사례를 본 기억이 없다”라며 “실제로 많은 CCTV는 범죄 자체를 예방하기보다는 범죄 발생 이후 수사단계에서 증거를 찾기 위한 사후대처의 용도로 사용된다”라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의 저서 ‘감시사회’를 보면 CCTV는 계획범죄에는 효과를 보이지만 충동범죄와 별 상관이 없다는 영국의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진희 사무국장은 “장애인 가정 내 CCTV 설치 지원 사업은 오히려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감시당하고 통제당하는 상황으로 밀어넣는 것"이라며 "CCTV로 감시당하는 대상은 예비 범죄자보다 장애 여성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진희 사무국장은 “차라리 CCTV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장애 여성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드는 데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통합관제센터 규제, 독립 기관이 맡아야

이날 자리에서는 안전행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많이 나왔다. 통합관제센터의 운영주체가 안전행정부이기 때문이다. 안전행정부는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설치하도록 돼 있는 주무부처다. 안전행정부는 현재 CCTV 사업에 얼굴인식이나 차량 번호판 인식 등 CCTV 기능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우스운 건, 이러한 사업 설치 및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문제에 대한 규제는 안전행정부 안에 있는 개인정보보호과에서 이뤄지고 있다. 일종의 '셀프규제'인 셈이다. 장하나 의원은 “안전행정부가 시행을 하고, 개인정보위원회가 규제 업무를 맡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규제는 독립적인 기관에서 별개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합관제센터에서 영상정보처리 기기를 운영하는 데 대한 명시적인 법적 근거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는 그러한 법적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개인영상정보에 대한 법적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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