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테크놀로지 발전소 같아요. 기술 발전 속도도 빠르고 적응하는 것도 빠르죠. 네트워크도 빠르고요. 한국은 비트코인에 안성맞춤인 나라입니다. 싸이월드 같은 데서 디지털 화폐를 써보기도 했잖아요. 한국은 비트코인이 녹아들기에 적합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형 캐머런 윙클보스가 말했다.

윙클보스 형제와 나발 라비칸트 엔젤리스트 CEO
▲ 윙클보스 형제와 나발 라비칸트 엔젤리스트 CEO

▲스타트업 콘퍼런스 '비론치2014'에서 연사 3명이 비트코인에 관해 얘기를 주고 받고 있다. 왼쪽부터 타일러 윙클보스, 캐머런 윙클보스, 나발 라비칸트 엔젤리스트 대표. 가장 오른쪽 존 남 스트롱벤처스 대표는 사회를 맡았다


윙클보스 형제가 5월14일 처음 한국에 왔다. 스타트업 콘퍼런스 '비론치2014'에서 비트코인의 미래를 점치기 위해서다. 이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문을 연 비론치2014에서 캐머런 윙클보스와 타일러 윙클보스 형제는 나발 라비칸트 엔젤리스트 대표와 함께 ‘비트코인의 티핑 포인트’라는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사회는 존 남 스트롱벤처스 대표가 맡았다.

윙클보스 형제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와 벌인 소송으로 유명한 인물들이다. 마크 주커버그와 하버드대 인맥을 바탕으로 한 SNS를 만들기로 했지만, 마크 주커버그가 먼저 페이스북을 만들어 내놓았다. 윙클보스 형제는 마크 주커버그가 아이디어를 훔쳐갔다며 소송을 벌였다. 소송은 7년 동안 이어졌다. 마크 주커버그는 윙클보스 형제에게 현금 2천만달러와 4500만달러어치 페이스북 주식을 내주고 합의했다.

윙클보스 형제는 윙클보스캐피탈이라는 투자회사를 세우고 벤처기업에 돈을 대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계 큰손으로 유명하다. 비트코인 전체 발행량 가운데 1% 정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윙크덱스'라는 비트코인 가격 지수를 만들었고, 비트코인으로 우주여행 티겟을 사기도 했다.

비트코인 꽃필 계절, 아직 안 왔다


윙클보스 형제는 아직 비트코인이 급성장할 시기는 오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타일러 윙클보스는 “비트코인이 언론에서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사회에 주류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캐머런 윙클보스 역시 “비트코인이라는 기반 기술은 계속 발전 중이며 아직 꽃피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나발 라비칸트 대표는 “비트코인을 시장 가치로만 보면 실패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는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나발 라비칸트 대표는 “현금이나 신용카드가 할 수 없는 일을 비트코인은 할 수 있다”라며 “인터넷과 각종 기기가 주고받는 네이티브 화폐가 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타일러 윙클보스는 "기계와 기계가 직접 통하는 시대가 오면 비트코인 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며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일어날 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코빗 투자는 수업료


나발 라비칸트 대표는 올해 초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인 한국비트코인거래소(코빗)에 투자하기도 했다. 나발 라비칸트 대표는 한국 비트코인 시장 발전 과정을 보며 교훈을 얻고 싶어 코빗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전자결제 시장입니다. 신용카드 긁으면 바로 결제되죠. 복잡하게 서명하고 할 필요가 없어요. 소액결제 시장도 활성화돼 있죠. 이점이 비트코인이 자리잡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투자한 이유는 배우고 싶어서입니다. 코빗 유영석 대표는 비트코인을 잘 아는 사람입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보기도 했죠. 그가 꾸린 한국 첫 비트코인 거래소에 투자함으로써 저는 비트코인을 배우는 중입니다. 회사 이름에도 ‘한국’이 들어가잖아요. 비트코인이 한국에서 흥하든 망하든 배울 점이 있을 겁니다.”

나발 라비칸트 대표는 정부가 비트코인을 규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테러나 돈세탁에 관한 우려가 전체 비트코인 생태계를 죽이고 있어요. 그래서 미국에서 비트코인 사업을 하던 초기 비트코인 투자자는 미국을 떠났죠. 한국은 통신망이 잘 갖춰져 있고 교육 수준이 높인 중산층이 많아요. 중국은 정부가 화폐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어 무너지고 있지만, 한국은 비트코인이 발돋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좋은 토양이에요.”

나발 라비칸트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한국 정부에 비트코인 관련 태도를 명확히 밝혀달라고 주문했다. “한국은 비트코인 시장을 사로잡을 가능성을 지닌 나라에요. 정부가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태도를 확실히 밝힌다면 큰 기회가 되리라 봅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화폐를 통제하는 권력을 놓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기대하긴 어렵겠죠."

10년 뒤 가치를 내다보라


윙클보스 형제는 얼마전 '윙클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라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들어 나스닥에 상장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윙클보스 형제가 내놓은 서류를 검토 중이다. 타일러 윙클보스는 “비트코인 ETF가 나스닥에 올라가면 동네 수퍼마켓에서 사과를 사듯 비트코인을 간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누구보다 비트코인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뛰는 두 사람이지만, 당장 비트코인 투자로 수익을 거두려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캐머런 윙클보스는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10~15년 뒤까지 비트코인 가치는 커질 겁니다.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효과가 있기 때문에 널리 쓰일 수록 가치가 커집니다. 1~2년 사이에 단기적으로 수익을 내긴 힘들 겁니다. 사람들 기대만큼 빨리 변하지는 않겠지만, 한번 성공하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걷잡기 어려울 만큼 빨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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