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의 광고 동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흑백톤에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는 동영상은 벤틀리의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 그런데 이 동영상은 '아이폰5S'로 촬영하고 '아이패드 에어'로 편집했다. 렌즈 어댑터나 지미집 같은 값비싼 촬영장비가 더해지긴 했지만, 카메라와 편집도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맡았다. 심지어 그 편집 앱은 무료 혹은 몇천원에 살 수 있다. 전문가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꽤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 수 있는 동영상 편집 앱들이 널렸다.


'아이폰5S'로 찍고 '아이패드 에어'로 편집한 벤틀리 광고 동영상 보기


동영상은 많은 이들이 좋아하긴 하지만 한편으로 다루기 어려운 콘텐츠이기도 하다. 뭔가를 잘 찍는 것도 문제지만 그럴싸하게 편집하는 데는 꽤 노련한 기술이 필요하다. 온갖 그래픽 효과와 숨가쁘게 편집된 방송에 길들어 있는 우리 눈을 만족시키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동영상을 만드는 장애물 중 하나인 촬영과 편집도구에 대한 고민은 많이 줄어들었다. 여전히 전문 장비들이 좋은 품질을 담보하긴 하지만, 요즘들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화나 광고 동영상도 속속 나오고 있다. 4k 촬영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도 있고, 자체 프로세서로 편집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 결과물의 품질도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이라고 설명하기 전까지는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뛰어나다.

필르믹 프로(iOS, 4.99달러)

동영상 품질을 좌우하는 상당부분은 촬영 원본에 달려 있다. 아무리 편집 기술이 좋아졌다 해도 원본이 별로인 동영상을 살려내긴 어렵다. ‘필르믹 프로(FiLMiC Pro)’는 아이폰 카메라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앱이다.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빛과 초점이다. 아이폰의 기본 카메라 앱은 기본적으로 밝기를 잘 맞춰주는 편이지만, 움직이면 초점이 망가지기도 하고 엉뚱한 곳을 기준으로 밝기를 정하기도 한다. 원하는 곳을 길게 누르면 초점과 밝기가 고정되긴 하지만, 둘을 분리할 수는 없다.

filmic
▲ filmic

필르믹 프로는 초점을 맞출 부분과 밝기를 맞출 부분을 영역으로 정할 수 있다. 그런 다음 초점을 고정시켜두면, 카메라 안에서 밝고 어두운 피사체들이 움직여도 화면 밝기가 들쑥날쑥하지 않는다. 물론 언제든 커서를 끌어다가 움직여 밝기와 초점을 변경할 수도 있다. 스마트폰용 편집 앱이 대체로 색 톤이나 화이트밸런스를 손보지는 못하는데, 필르믹 프로를 쓰면 아예 촬영 단계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찍을 수 있다.

영상 포맷도 24프레임이나 30프레임 등으로 손보고 슬로우모션이나 크로마키 촬영 같은 세세한 옵션들을 매만질 수 있기 때문에, 기본 카메라 앱과 전혀 다른 수준의 영상을 뽑아낼 수 있다.

아이폰 2대를 원격으로 붙여 모니터로 쓸 수 있는 '필르믹 리모트' 앱도 나와 있다. 벤틀리의 광고 영상도 필르믹 프로로 촬영하고 아이무비로 편집한 것이다.

■ 아이무비(iOS, 4.99달러)

‘나도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한 앱이다. 실제 블로터TV 동영상 가운데서도 아이폰으로 찍고, 편집하고, 간단한 배경음악을 입혀 곧바로 유튜브에 올린 것들이 꽤 있다.

'아이무비'가 만족스러운 것은 ‘즉시성’에 있다. PC에는 전문적으로 혹은 취미로 동영상을 찍고 잘라붙일 수 있는 앱들이 많지만, 여전히 쓰기엔 어렵고 번거로웠다. 나중에 편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찍고 하드디스크에 쌓아놓기만 했던 동영상들을 아이무비는 그 자리에서 그럴싸하게 만들어준다. 전문적인 필터 기능들도 있는데, 템플릿에 클립을 던져넣기만 하면 된다.

imovie
▲ imovie

사실 편집이라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별것도 없다. 자르고 붙이기만 하면 된다. 전문적인 편집에는 분명 한계가 있겠지만 여행지나 휴가지에서 ‘기념 동영상을 하나 만들겠다’는 마음을 먹고 20~30초짜리 동영상 몇 개만 찍으면 된다. 내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지 아이무비 기능이 부족해서 내가 하려는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건 없다.

아이무비는 기본적인 화면 전환 효과, 자막, 음악 그리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제공하는 템플릿을 제공한다. 짧게 찍은 영상들을 끌어다가 타임라인에 붙여넣고 각각의 길이만 조절하면 그 자체로 하나의 영상이 된다. 템플릿도 잘 갖춰져 있고, 갖고 있는 음악과 사진 등을 덧붙이는 것만으로도 그럴싸한 결과물을 쉽게 만들 수 있다. 풀HD 영상이라 해도 편집과 인코딩하는 데 걸리는 대기 시간이 매우 짧아서 즉석 편집에 제격이다.

맥용 아이무비에 비해 색 보정이나 크로마키, PIP 같은 수준의 편집 기능이 빠졌지만 OS X용과 iOS용 아이무비는 많이 닮아가고 있다. iOS용 아이무비의 앱스토어 구매 가격은 4.99달러이지만, 2013년 6월 이후에 새 iOS 기기를 구입한 사람은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 로드무비(iOS, 무료)/스냅무비(안드로이드, 무료)

생활 속 간단한 동영상을 묶어주는 '로드무비'도 인기 있는 앱이다. 혼다자동차가 만든 이 앱은 3초짜리 영상 클립 8개를 묶어 24초짜리 짧은 동영상을 만들어준다. 24초가 기준이기 때문에 1초짜리 24클립 혹은 2초짜리 12클립을 붙이기도 하는데, 대개는 3초짜리 클립 8개가 흔히 쓰인다.

요령도 필요 없다. 어떻게 동영상을 찍을 지 고르고 그냥 곧바로 촬영을 하면 된다. 셔터는 정해진 시간을 미터로 알려주기 때문에 그에 맞춰 순차적으로 촬영한다. 한 번에 클립을 다 찍을 필요는 없다. 여행을 다니거나 데이트 중에, 또는 정해진 간격으로 인터벌 촬영을 해도 된다.

roadmovie
▲ roadmovie

다 찍은 동영상엔 몇 가지 필름 효과를 줄 수 있다. 약간의 색 보정 과정인데, 분위기 정도만 간단하게 만들어주는 작업이라 보면 된다. 화이트밸런스나 고급 편집은 안 된다. 이렇게 만든 동영상은 곧바로 결과물로 저장된다.

안드로이드에는 로드무비가 없지만 다른 회사가 만든 ‘스냅무비’라는 앱이 똑같은 역할을 해준다. 로드무비나 스냅무비 모두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 키네마스터(안드로이드,  무료)

아무래도 동영상 촬영과 편집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안드로이드가 iOS에 뒤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기기 성능이 뛰어나고 카메라나 디스플레이 성능이 좋기 때문에 안드로이드라도 해서 못할 것도 없다. 요즘들어 조금씩 쓸만한 편집 앱들이 나오고 있다.

'키네마스터'는 안드로이드에서 아이무비 수준으로 동영상을 쉽게 편집할 수 있는 앱이다. 카메라 앱으로 촬영한 동영상을 불러와 적절한 테마를 입히고 배경음악을 더해 동영상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화면 전환에 들어가는 효과도 테마별로 다르고, 3D 회전이나 스트립, 체크무늬 회전 등 효과를 고를 수도 있고 길이도 조절된다. 테마에 따라 동영상 위에 레이어로 효과를 입히는 것도 된다.

kinemaster
▲ kinemaster

여러 개 클립의 길이를 조정하고 잘라붙이는 등 기본적인 편집 기능도 쉽게 쓸 수 있다. 일단 자르고 붙이는 것이 얼마나 원활한지가 동영상 편집의 관건인데, 키네마스터를 만든 넥스트리밍이 영상을 매만지는 코덱 기술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요즘 나오는 안드로이드폰 정도의 성능이면 쉽게 동영상을 편집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색 보정이나 화이트밸런스 등의 효과까지는 안 되지만 전문적인 편집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휴가나 저녁식사 등을 하면서 찍은 동영상들을 잘라붙이는 용도로 쓰면 좋다. 동영상 테마도 계속 추가되고 있어서 마치 스티커 사진을 찍는 듯한 느낌으로 동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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