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데이터들을 내부에 두고 있는 것이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지키는 방법일까? 가까운 곳에 끌어안고 있는 것이 가장 안전하면서도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걸까?

'데이터 국지화'(Data localize)라는 말,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개인정보나 기업정보를 외부에 두지 않고 국내에만 두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 국지화다. 포털 사이트의 가입 정보와 사용 정보를 보관하려면 국내에 서버를 두도록 하는 것을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유럽국제정치경제연구소(ECIPE)는 '데이터 국지화가 경제적인 손실을 입힌다'는 보고서를 냈다.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여러 서비스들의 백도어를 이용해 정보를 캐냈던 사건으로 많은 국가들이 해외, 특히 미국의 서비스를 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중요한 정보들은 해외가 아니라 내부에 두도록 하는 정책과 법안들이 적지 않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ECIPE_eric
▲ ECIPE_eric

ECIPE의 버트 베르쉘드 디지털정책 애널리스트는 데이터 국지화 규제와 사생활 보호가 경제에 4가지 측면에서 충격을 준다고 설명했다.

“먼저 기업의 생산 비용 인상이 뒤따릅니다. 기업이 활동하는 국가들마다 모두 데이터센터를 별도로 지어야 하기 떄문에 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들은 보통 현지보다도 세계적으로 가장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국가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합니다. 미국, 싱가포르, 홍콩 등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는 이유입니다. 반면 브라질 같은 경우는 서버, 네트워크 등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쌉니다.”

카카오톡이 나라마다 데이터센터를 다 지어야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면 한국 외에 다른 나라 진출에 엄청난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서비스 국가를 확장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국가 수준의 경쟁력 저하도 염려했다. 생성된 데이터를 저장하고 담아서 분석하는 데 막대한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세계 시장에서 정보 수집과 분석이 어려우면 연구개발 분야에서도 힘을 쓸 수 없다. 정보는 이미 가장 중요한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떤 경제적 효과를 낼까? ECIPE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7개 나라에서 데이터 국지화가 심해질 때 생기는 경제 효과를 시뮬레이션했다. 점점 데이터 국지화가 심해진다면 2014년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이 2.7%에서 1.7%로 1.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짚었다. 13조2천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해외 기업들의 국내 진출과 투자가 어려워지면서 해외 투자액도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3.6% 정도 줄어서 1833억원대의 손실이 일어난다. 또한 데이터 관리에 대한 비용이 증가해 16조원 정도의 복지 손실이 발생한다. 복지 손실이라는 것은 국민들이 같은 임금을 받지만 써야 하는 기본 비용이 늘어나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를 말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정보를 국내에 두지 않는 것에 대한 안전은 어떻게 답보할까? 베르쉘드는 ‘허니팟 이론’을 내놓았다. 안에 두는 게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 개인정보를 글로벌로 다루는 기업들의 경우 개인정보를 세계 여러 곳의 데이터센터에 분산해서 저장합니다. 어디에 저장해 두었는지 찾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한 사람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려면 여러 데이터센터를 공격하고 그 결과를 대조해야 하지만 이를 국내 어느 한 곳에 모아둔다면 해커 입장에서는 한 곳만 뚫으면 됩니다. 이게 허니팟 이론입니다. 더 위험한 것이지요.”

하지만 개인정보를 꼭 경제적인 면에서만 접근할 수는 없다. 안전하게 보관하고, 또 구성원들이 마음이 편하다면 충분히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정치적인 부분에서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오히려 안전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비용면에서도, 안전면에서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해외 기업이 국내에 들어올 때 데이터센터를 지어서 진출하면 일자리도 생기고 서버도 팔리면서 경제가 돌진 않을까?

“정부 입장에서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오면서 일자리와 투자가 늘어나니 좋을 수도 있습니다. 80~90년대 세계 여러 정부가 산업적인 측면에서 펼쳤던 정책들이 이런 것이었는데 당시에는 이게 통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추가 비용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신규 시장에 별도 데이터 센터를 짓지 않습니다. 해외 자본이 들어오는 것도, 국내 기업이 해외로 나가는 것도 모두 막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득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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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얼마나 데이터 보관에 경직되어 있을까? 완전히 막고 있는 인도나 베트남에 비해서는 유연한 편이지만 곳곳에서 괴롭히는 부분들이 있다. 한동안 구글을 둔 인터넷 실명제 논란 등을 겪으면서 그나마 많은 부분이 풀렸지만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 페이팔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이유, 구글지도의 성능이 형편없는 이유, 이게 다 서버 문제와 연결된다. 인터넷 결제 서비스를 하려면 국내에 서버를 두고, 결제 대행 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지만 다른 제도보다도 서버를 국내에 두는 것을 고집하는 건 한계가 있다. 지도 정보 역시 국외로 반출이 안되기 때문에 국내 지도는 우리나라 SK플래닛의 서버에서 이미지 지도만 불러온다. 장애인을 위한 길안내, 실내지도, 3D지도 등의 서비스가 안드로이드 강국에서 가장 불편하다. 페이팔이 안 되고, 공인인증서가 길을 막으면서 결국 국내 상거래의 해외 진출을 막았고, 불편한 지도는 해외 관광객들의 국내 여행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베르쉘드는 인터넷과 그 안에서 자유롭게 흐르는 데이터는 세계 경제 흐름을 바꿔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흐름을 막는 것으로 경제 성장률에도 영향을 끼치고, 결과적으로 생산성과 투자, 수출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지금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향후 개인정보, 데이터 보호에 대한 규제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데이터 흐름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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