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개발자 행사 '구글I/O 14’는 우리시각으로 6월26일 새벽 1시부터 진행됐습니다. 이것도 일인지라, 졸린 눈을 비비며 영상을 살짝 돌려봤습니다. 구글은 올해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또 예고했습니다. 이미 어떤 점이 발표됐는지, 구글과 주변을 이루는 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올지는 많은 글로 접하셨으리라 봅니다. 이번엔 구글IO 발표가 진행되던 무대, 정확히는 무대에 오른 이들의 스타일을 보며 느낀 점을 가볍게, 그리고 주관적으로 전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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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스 두아르테 구글 디자인 수석부사장


구글의 패션 담당 '마티아스 두아르테'

무대를 처음으로 밟은 이는 늘 그렇듯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이었습니다. 복장은 평범했습니다. 짙은 회색 셔츠를 안에 입고, 자주색 계열의 니트를 겉에 입은 모습이었습니다. 도수 높은 안경알이 구식 안경테를 유독 도드라지게 한다는 것까지 옛 모습 그대로였죠.

구글의 비전이 뭐든간에, 지루한 발표가 30여분 동안이나 이어졌습니다. 졸린 눈을 깨운 이는 두 번째로 무대를 밟은 인물이었습니다. 우선 복장에 눈길이 갔습니다. ‘페이즐리’ 무늬가 그려져 있는 녹색 계열의 셔츠도 눈에 들어왔지만, 다이아몬드 패턴이 수놓인 겉옷에도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합니다. "구글은 엔지니어들의 세상”이라고 말이죠. 워낙 출중한 개발 실력을 갖춘 이들이 모여 있기에 나온 말일 겁니다. 한편으로는 패션에는 무관심한, 이른바 ‘공돌이’들의 천국이라는 뜻도 풍깁니다. 하지만 두 번째 키노트를 진행하는 저 사람은 적어도 이 범주에는 들지 않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무대 위에서 옷으로 포장한 자신을 대중 앞에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옷을 입을 때는 되도록 복잡한 무늬의 옷은 서로 중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보는 이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되도록 시선이 한쪽에만 머물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복잡한 무늬를 가진 옷일수록 속에서 살짝 보여야 제맛입니다. 셔츠가 독특하다면, 비슷한 색깔과 무늬를 가진 가방이나 양말을 함께 활용하는 것도 좋은 전략입니다.

마티아스 두아르테가 선보인 복잡한 패턴의 복장은 뜻밖에 서로 잘 어울렸습니다. 셔츠를 고르는 감각도 감각이지만, 겉옷의 작은 패턴은 멀리서 봤을 때 은은한 매력을 뽐냈습니다. 셔츠를 제외하면 짙은 회색과 검은색, 갈색으로 전체적인 복장의 톤을 낮췄습니다. 튀는 것은 셔츠지만, 이를 적당히 잡아주는 역할은 다른 모든 아이템이 담당했던 셈입니다. 한 가지 더. 마티아스 두아르테는 셔츠 단추 중 첫 번째 단추를 채웠지만, 타이는 매지 않았습니다. 격식의 자유로움과 최신 트렌드까지 반영한 포인트입니다.

이 인물의 이름은 바로 마티아스 두아르테. 구글에서 수석 디자인을 담당하는 부사장입니다. 이날 구글I/O에서 발표된 '안드로이드 L’의 극적인 디자인 변화가 모두 마티아스 두아르테의 감각 속에서 탄생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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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무대에 선 구글러들은 평범한 실리콘밸리의 개발자 패션을 선보였습니다. 마티아스 두아르테 부사장과 확실히 비교됩니다.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 패트릭 브레이디 구글 안드로이드 부문 엔지니어링 디렉터, 데이비드 싱글턴 구글 안드로이드 부문 엔지니어링 디렉터(왼쪽부터).


패션과 트랜드 입은 '안드로이드 L’

마티아스 두아르테는 칠레에서 태어났습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과거 팜의 웹OS 팀에서 사용자조작환경(UI)을 만드는 전문가로 일했습니다. HP가 웹OS를 인수한 이후 2012년 구글로 자리를 옮겼죠. 처음에는 안드로이드 디자인을 담당하다가 구글 전체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게 됩니다. 좀 과장된 표현을 하자면, 구글의 디자인 역사는 ‘BM'과 ‘AM'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마티아스 두아르테 이전과 이후로 말이죠.

마이타스 두아르테 이전의 구글은 기능에 집중한 디자인을 주로 소개했습니다. 홈 단추 모양은 ‘집’ 모양이었고, 뒤로가기 단추는 마치 도로에 그려진 ‘유턴’ 그림을 보는 듯했습니다. 과거 G메일 앱도 새로 나온 안드로이드 L과 비교하면 복잡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왜 사용자 계정을 화면 맨 위에 보여줘야 하죠? 스마트폰을 쓰는 이는 사용자 한 명 뿐인걸요. e메일 쓰기 단추는 편지봉투에 플러스 그림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 단추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함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화면은 정갈한 맛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처럼 복잡했던 G메일 앱이 한결 단순 명료하게 바뀌었습니다. 편지 쓰기 단추는 화면 아래로 내려왔고, 복잡한 계정 주소는 굳이 화면에 표시하지 않았습니다. 사용자의 얼굴 아이콘을 동그라미로 바꾼 것은 구글플러스의 아이콘과 같은 모양입니다. 색깔은 한결 화려해졌지만, 그렇다고 난잡하지는 않습니다. 화려하되, 절제된 느낌이죠. 마티아스 두아르테가 이날 초록색 셔츠 한 장으로 연출한 것과 같은 효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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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진에서도 마티아스 두아르테의 독특한 패션 감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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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새 디자인 철학 '머티리얼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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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티리얼 디자인'이 적용된 '안드로이드 L'


이번 구글I/O 14를 지켜본 이들은 안드로이드 L의 변화가 역사상 최대 격변이라 칭합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그만큼 많이 바뀌었습니다. 겉보기엔 다소 평평한 디자인으로 바뀌었고, 색깔을 사용함에 있어서도 복잡함을 덜어냈습니다. 그러면서도 입체감을 주려는 노력도 엿보입니다. 바로 ‘재료 디자인(material design)’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덕분입니다. 재료의 질감을 표현할 때, 혹은 창이나 단추에 빛과 그림자가 만드는 효과를 그려내는 기법입니다. 각 창은 실제 종이를 쌓아 올린 것처럼 입체적으로 화면에 나열됩니다. 애플의 플랫 디자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플랫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플랫이라는 최신 유행을 걸치면서도 구글 나름의 디자인 철학을 내세울 수 있었던 것은 안드로이드 L에 이 같은 패션 감각이 더해진 덕분입니다. 유행은 지루하지만, 나름의 감각이 더해질 때 패션은 재탄생하기 마련입니다.

마티아스 두아르테가 만약 이날 무대에 패턴 크기가 굵은 겉옷을 입고 올라왔다면 어땠을까요. 겉옷 무늬는 한껏 멋을 뽐냈겠지만, 속에 입은 독특한 페이즐리 셔츠와 엉켜 무대는 시골 서커스장으로 변해버렸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기능의 표현을 절제한 안드로이드 L의 겉모습에서 마티아스 두아르테의 패션 감각이 손에 잡힐 듯 떠오릅니다. 구글의 새 머티리얼 디자인 철학은 안드로이드뿐만이 아니라 웹서비스 전반으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공돌이 스타일리스트가 만드는 안드로이드 디자인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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