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69만명에 이르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몰래 실험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페이스북 코어데이터과학팀 소속 연구원 아담 크레이머는 캘리포니아대와 코넬대 소속 연구원 등 2명과 함께 2012년 1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감정 전이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실험했다. 감정 전이란 보통 다른 사람의 감정이 내게 옮겨오는 현상을 일컫는다. 친구가 울면 내가 슬플 이유가 없어도 괜시리 가슴이 서늘해지는 게 감정 전이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이런 현상이 SNS에서도 나타나는지를 실험했다.

실험 방법은 간단했다. 실험군과 비교군으로 나누고 실험군 68만9003명의 뉴스피드를 조작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 페이스북에서도 감정 전이 현상이 나타났다. 긍정적인 게시물이 줄어들면 사용자는 긍정적인 표현을 줄이고 부정적인 게시물을 더 많이 올렸다. 반대로 뉴스피드에 나타나는 부정적인 게시물이 줄어들면 사용자는 긍정적인 게시물을 더 많이 올렸다. 친구와 직접 교류하는 게 아니고 뉴스피드만 봐도 페이스북 사용자가 감정에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다. 잘 사는 친구 게시물을 보면 친구에 비해 내가 못나 보이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나쁜 감정이 커진다는 기존 통념과 엇갈린 결과다.

Facebook_Experiment_F1.medium
▲ Facebook_Experiment_F1.medium
▲연구 결과를 정리한 그림. 부정적인 단어가 줄어들면(왼쪽) 긍정적인 단어가 들어나고 부정적인 단어가 줄어든다. 긍정적인 단어가 줄어들면(오른쪽) 반대 결과가 나타난다


문제는 페이스북이 사용자 수십만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하면서 어떤 통보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페이스북이 내 감정을 마음대로 조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용자는 충분히 불쾌할 만한 일이다.

이 사실이 알려진 건 아담 크레이머 등 3명이 연구 결과를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대규모 감정 전이의 실험적 증거’라는 논문으로 정리해 6월17일(현지시각)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논문이 뒤늦게 언론에 알려지자 논란이 일었다.

포브스는 페이스북이 이용 약관을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은 이용약관에 "내부적인 운영상의 목적을 위해 정보를 사용한다”라고 밝혀뒀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대학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연구 결과도 학회지에 공표했다. 이런 경우는 이용 약관에 고지한 적 없다.

페이스북 이용약관
▲ 페이스북 이용약관

페이스북 이용약관 가운데 발췌


논란이 커지자 아담 크레이머는 6월29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연구의 목적은 페이스북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논문에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탓에 많은 이를 불안하게 만들어 미안하다”라고 사과했다. 또 “2012년 초반 어느 한 주 동안 소수(0.04%)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으며 “어느 게시물도 숨기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실험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만 영향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실제로 나타난 변화는 수천단어 가운데 한단어 정도”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미리 알리지 않고 사용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벌인 점은 사과도 해명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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