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기업의 돈 없이 자생할 수 있을까. 언론이 결코 아름답지 않은, 기업과의 공생 관계 사슬을 끊을 방법은 없을까. 5인치 화면의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모바일 기기 시대, 흔하고 낡은 배너광고 대신 언론에 새로운 수익을 올려주는 도구는 뭐가 있을까. 대안 언론 '슬로우뉴스'가 7월2일 이같은 고민을 담은 '제1회 슬로우포럼'을 개최했다. 주제는 '혁신 저널리즘과 네이티브 광고’였다. 이 이야기는 대부분의 독자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지루하게 이어진 언론의 위기와 새로운 수익모델, 그리고 고민에 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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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뉴스 '필로스'님


네이티브 광고가 성립하려면

네이티브 광고. 결코 대중적인 주제는 아니다. 일부 언론만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날 슬로우포럼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몰렸다. 시대의 흐름과 기술의 발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미디어는 이날 포럼에서 고민의 해답을 찾으려는 듯 열정적으로 포럼에 참여했다.

네이티브 광고란 뭘까. 광고는 광고인데, 플랫폼의 핵심 콘텐츠를 광고로 만들어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종종 보는 ‘스폰서’ 게시물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타임라인 속에서 마치 친구가 올린 게시물인 양 행세하는 광고 말이다. 네이티브 광고가 언론사 플랫폼에 들어오면 어떤 모습일까? 언론사의 핵심 콘텐츠는 기사다. 언론사의 네이티브 광고는 기사의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박세헌 CJ E&M 메조미디어 서비스기획본부장의 발표가 특히 듣는 이들의 귀를 잡아당겼다. 박세헌 본부장은 7가지 덕목을 갖춰야 네이티브 광고를 효율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으리라 내다봤다.

완전히 모바일 기기를 우선하는 전략을 짜야 하고, 미디어 자체의 집중도와 인기를 높여야 하며, 맥락에 맞는 기능과 광고 콘텐츠를 심어야 한다는 것이 박세헌 본부장의 주장이다. 또, 보편적이지만 다채로운 콘텐츠를 광고로 활용해야 한다. 프리미엄 패키지 상품을 갖추고, 네이티브 광고의 성과를 객관적 지표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빼놓지 않았다.

‘이밥차'의 스마트폰용 응용프로그램(앱)이 좋은 사례다. 이밥차는 2천원으로 차릴 수 있는 간편한 요리를 소개하는 서비스다. 이밥차 플랫폼 안에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 광고를 올리는 식이다. 애니메이션과 이밥차가 너무 안 어울리는 것 아니냐고? 실제 광고로 게시된 '짱구는 못 말려'는 요리 관련 에피소드였기 때문에 오히려 이밥차 속에서 색다른 광고로 주목받았다. 현재 이밥차 앱에 네이티브 형식의 광고를 실으려는 광고주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박세헌 본부장의 설명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씨네21’과 같은 영화 잡지 앱이나 ‘디스패치’와 같은 연애 소식 전문 언론사의 앱에 네이티브 광고가 기획된다면 어떨까. 디스패치 앱에서는 실제로 연예인의 화보를 보여주는 페이지에 영화 ‘스파이더맨’의 주인공 스파이더맨의 사진이 마치 화보인 양 실린 적이 있었다. 즉, 독자는 디스패치 앱 안에서 스파이더맨의 화보를 연예인 화보를 보는 것마냥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박세헌 본부장은 이 광고를 기존 배너 형식의 광고와 비교해 광고 효과도 뛰어나고, 거부감도 덜하며, 심지어 심미적인 관점에서도 성공적이었던 광고라고 평가했다.

언론을 비롯한 콘텐츠 사업자가 네이티브 광고에 점차 관심을 갖는 통에 기업에서도 네이티브 광고를 연구하는 추세다. 적용 시점과 적용 방법을 고민하는 상황이다. 이날 포럼에 마지막 발표자로 참여한 서영석 LG전자 디지털홍보팀 차장의 의견은 고민 중인 모든 이들이 귀를 기울일 만하다.

“SNS에서 네이티브 광고가 성장하는 까닭을 분석해 봤더니, 우선 광고하려는 대상을 직접 추천하지 않습니다. 또, 유저의 경험을 방해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유저의 공간을 침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영석 차장은 네이티브 광고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네이티브 광고 전략을 찾았다. 적당한 선에서 사용자의 공간을 침범한다는 얘기는 페이스북 타임라인의 광고가 사용자의 타임라인을 침범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경험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지므로 거부감이 덜하다. 보통 타임라인에서 광고가 보여지는 횟수는 6~7개 중 하나다.

언론사라면 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시된 몇 개의 기사 사이에 네이티브 광고 형식으로 쓰인 기사가 하나쯤 자리하게 되는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다.

서영석 차장은 “네이티브 광고가 성립되려면, 언론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가 필수”라며 “콘텐츠 확산의 선순환 구조가 매체에서 출발하고, 미디어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SNS로 콘텐츠가 다시 확산하는 구조가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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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수 연세대학교 연구원, 박세헌 메조미디어 본부장,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 유봉석 네이버 이사, 최진주 한국일보 디지털뉴스부 팀장, 서영석 LG전자 차장(왼쪽부터)


"네이티브 광고는 시대의 요구"

언론사 처지에서 보면, 사용자의 뉴스 소비 패턴을 빠르게 바꾼 매체는 바로 모바일 기기다.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11개국의 뉴스 소비 인구 중 37%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본다. 국내에서는 이를 훌쩍 뛰어넘은 55% 정도 사용자가 기사 읽기에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작아진 화면과 달라진 기기다. 화면이 작으니 기존 배너 광고 등을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없게 됐다. 그나마 있는 배너 광고도 작은 화면에서는 시각적으로 더 나쁜 효과를 낸다. 독자들은 불만일 수밖에 없다. 기사 읽는 경험을 광고로 방해받고 있는 탓이다. 이 악순환은 당연히 기업에도 영향을 끼친다. 배너 광고의 효과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의 의견이 재미있다.

“언론은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글을 쓰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독자는 내 시간이 아깝지 않은 좋은 콘텐츠를 읽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광고주인 기업은 가치 있는 콘텐츠로 광고를 해서 어떻게 하면 물건을 잘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 주체 모두 불만인 상황이죠. 서로를 불신하고, 소통이 불가능합니다.”

민노씨는 언론과 독자, 기업 모두가 불행한 시대에 네이티브 광고가 문제를 풀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로 언론사는 가치 있는 콘텐츠를 기사로 만들어 수익을 낼 수 있고, 독자도 네이티브 광고 형식으로 만들어진 질 높은 콘텐츠를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업 처지에서는 광고 효과가 뛰어난 네이티브 광고 덕에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네이티브 광고가 제대로 정착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정리하면, 네이티브 광고는 시대적인 요구라는 의미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강정수 박사는 기존 광고의 가치사슬을 혁신할 것을 주문했다.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함은 물론이다. 기존의 광고 영업 사슬을 끊지 않는 이상 새로운 형식의 네이티브 광고를 만들기 어려운 탓이다. 필연적으로 세련미와 고급 콘텐츠의 탈을 써야 하는 네이티브 광고에서 새 기술이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다.

강정수 박사는 “모바일 기기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에 가장 적합한 것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이라며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네이티브 광고를 실험 중이지만, 뉴욕타임스는 직접 네이티브 광고 기술을 개발해 광고주와 직접 만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가 보여준 ‘스노우폴’ 기사 형식의 혁신은 고스란히 광고 영업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애플 홈페이지에 스노우폴 형식의 ‘아이패드’ 광고를 만들어 직접 제공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가 네이티브 광고를 다루는 방식은 네이티브 광고를 고민 중이 전세계 많은 언론에 좋은 사례로 남았다.

“옷만 바꿔입었을 뿐, 결국 돈과 맞바꾼 기사 아닌가”

네이티브 광고가 시대의 요구라고 한다. 모바일 기기로 기사를 보는 시대엔 언론도 혁신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도 말한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잖은 언론이 네이티브 광고 도입을 주저하고 있다. 네이티브 광고에서 이른바 기업의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이른바 ‘애드버토리얼’의 모습이 떠오르는 탓이다. 이 질문에 언론이 해답을 내리지 못하면, 네이티브 광고는 언론의 존재 목적을 바꿀 우려가 있다.

예전에는 이런 형식의 기사를 애드버토리얼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애드버토리얼은 흔하다. TV에서는 맛집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식당이 방송사에 돈을 주면, 방송사는 카메라를 들고 식당을 찾아가는 식이다. 인터넷 매체도 애드버토리얼을 종종 활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 언론은 기업에서 돈을 받고, 해당 기업 제품을 칭찬하는 기사를 써서 게재한다. 언론이 쓴 기사가 포털에 노출되면, 기업은 더 많은 돈을 준다.

네이티브 광고가 이름 말고 애드버토리얼과 다른 점이 뭘까. 기존의 식상한 형식의 기사 말고, 기술과 유행을 결합한 멋진 기사라는 것? 본질은 똑같다. 네이티브 광고는 필연적으로 기사를 쓰는 목적이 돈을 향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월드컵 경기를 생각해보자. 기업이 축구공에 로고를 입히고, 더 많은 광고 효과를 위해 축구공 2개로 경기를 하도록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관객도 축구공 2개로 이어지는 경기에 더 몰입할 수도 있다. 하나로 하는 것보다 더 현란하게 움직이는 선수들을 볼 수 있을 테니까. 헌데, 이를 축구라고 불러도 괜찮을까. 기업과 관객이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이것은 축구라고 부르기 어렵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쿨한 기술이 도입된 축구화가 개발되더라도, 축구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네이티브 광고와 언론의 존재 이유는 여전히 충돌 중이다. 혹시 국내 언론에서 횡행하던 '돈 받고 쓴 기사'가 해외로 수출된 이후 네이티브 광고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역수입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한, 네이티브 광고는 또 다른 '돈 받고 쓴 기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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