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아이들은 소프트웨어 교육을 학교에서 배울 수 있을까. 해외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인도, 이스라엘은 컴퓨팅 과목을 개설해 마치 국영수 과목을 배우듯 학생에게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CT)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은 아직 거쳐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인력 관리와 교육콘텐츠, 교육 시설 지원 등 고려할 요소가 적잖기 때문이다.

지난 7월3일, SW 교육을 고민하기 위해 한국컴퓨터교육학회와 한국정보교육학회가 '문·이과 통합형 개정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교육 반영을 위한 토론회'을 열었다. 일반고, 정보고, 특목고 교사와 서울시 교육청 장학관 및 정부부처 관계자, 학부모 모임 대표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했다. 방청객은 대부분 초·중·고등학교 정보교과를 담당하는 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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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통합형 개정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 반영을 위한 공개 토론회' 자료집 일부


2018년은 새로운 교육과정이 시작되는 해다. 이때부터는 현재의 모든 과목 교과서가 문·이과 통합형으로 바뀌고, 관련 단체들은 이를 위한 조언을 주고 있다. IT 분야 관련자들은 SW 교육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 교육을 담당하던 정보교과 교사들은 SW 교육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들은 영어처럼 SW 교육을 어릴 때부터 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치동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은 "정보교과를 강화해 디지털 능력을 키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장학관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디지털 교육은 단순히 컴퓨터를 조작하는 기술적인 능력을 넘어야 한다”라며 “정보를 이용하는 능력으로 확장해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SW 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해외 국가들은 과거 타자 연습이나 문서작업과 같은 컴퓨터 활용법을 가르치는 데서 벗어나 컴퓨팅적 사고(CT) 즉, 디지털 시대에 맞는 창의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프로그래밍 문법이나 암기식 교육이 아닌, 놀이처럼 재미를 줄 수 있는 SW 교육을 지향한다. 알고리즘 원리을 알게 하고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도 집중한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도 어렸을 때부터 SW 교육을 받는 것을 지지한 바 있다.


☞코드닷오아르지에서 전하는 코딩 교육의 중요성 동영상 보기


현재 국내에서도 제도적으로 코딩 교육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일부 학교에선 어린이 코딩 도구 '스크래치'나 로봇 프로그래밍을 도입해 컴퓨터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관련 교과목이 있어도 학교 안의 교사 수가 부족하거나 학생 수요가 적어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김송미 원곡고등학교 교장은 “고등학교에선 현실적으로 대학을 가기 유리한 방향의 교육과정을 편성한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정보과목이 학교에서 선택되기 위해서는 일반선택이나 심화선택에 과목을 편성하고 수능의 탐구영역에 반영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송미 교장은 “독립된 교과목을 만들지 못한다면 과학교과 쪽에 정보관련 과목을 편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학생에게 특정 과목을 가르치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역사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사를 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선택한 바 있다. 서혜정 한국교육정책연구소 국장은 “정보교과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필수 교과목으로까지 지정해야 하는지는 논의해 봐야 한다"라며 "학생이나 사회 모두가 요구하고 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서혜정 국장은 "무선인터넷, 보안과 같은 학교 시설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방청객으로 참여한 한 교사는 “내가 근무하던 학교에선 아이들이 SW 교육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교사 수가 부족해 반을 개설하지 못했다”라며 "교육부가 교육과정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SW 교육의 질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적잖은 학생들이 SW 교육 관련 과목을 배우고 싶어한다는 설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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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통합형 개정 교육과정에 소프트웨어 교육 반영을 위한 공개 토론회 


어떤 교사든 자기 전공 교과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다. 영어, 수학, 과학을 불문하고 교사는 아이들에게 한 시간이라도 자기 교과목을 더 가르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보다 수업시간를 늘리긴 무리다. 이런 문제로 교육과정에 새로운 과목을 넣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다. 서혜정 국장은 “교육과정 개편은 공동묘지 옮기기보다 힘들다는 말도 있다”라며 “내 교과만 무조건 중요하다는 '교과 이기주의'를 버리고 각 분야에서 조금씩 양보하는 방안도 함께 연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일부 학교에서 정보교과를 수업에 편성해 SW를 가르치고 있다. 만약 정보교과가 확대된다면 해당 과목을 누가 가르쳐야 할지도 깊이 고민해야 한다. 특히 과목이 세분화된 중·고등학교에서는 SW 교육을 어떤 교사가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서인순 경기 오산정보고등학교 교사는 “지금은 과학이나 기술·가정에서 일부 소프트웨어 교육 챕터가 들어간다"라며 "이것이 확대된다면 기존 교사를 투입할 건지 새로운 전공자를 데리고 올 건지 논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송미 안산 원곡고등학교 교장은 "미래부는 SW 교육에 관심이 있을지 몰라도, 교육부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라며 "이를 위해 여론을 합치고 교육부가 변화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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