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검색엔진이 더 좋은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는 명분을 내걸고 사용자의 정보를 수집한다. 검색엔진이 긁어모은 사용자 정보는 검색 서비스에만 쓰이지 않는다. 광고와 마케팅에도 쓰인다. 자동차 관련 웹사이트에 자주 접속한 누리꾼에게 자동차 광고를 더 많이 보여주는 식이다. 검색엔진은 누리꾼이 인터넷을 만나는 첫 관문이다보니 정보기관도 검색엔진이 모은 정보를 탐낸다. 마구잡이 도·감청 활동을 벌여 악명을 떨친 미국 국가안보국(NSA)도 구글에서 정보를 뻬돌린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런데 검색 품질을 높이는 길이 내 정보를 가져가는 것 뿐일까. 여기 과감히 “노”라고 말하는 곳이 있다. 사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검색엔진 ‘덕덕고’다. 덕덕고를 꾸린 주인공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가브리엘 바인버그에게 e메일을 보내 물었다. “어떻게 사용자 정보 없이도 정확한 검색 결과를 찾는다는 겁니까?"

덕덕고 옥외광고판
▲ 덕덕고 옥외광고판

“검색엔진이 사용자 정보를 모아야만 한다는 주장은 신화"


“검색엔진이 돈을 벌려면 사용자 정보를 모아야 한다는 말은 과장된 헛소리일 뿐입니다. 사용자가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검색어를 바탕으로 광고를 보여줄 수 있어요. 자동차를 검색하는 사용자에게 자동차 광고를 보여주려고 사용자의 행적을 뒤질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가브리엘 바인버그 덕덕고 CEO는 구글 등 다른 검색엔진이 불필요하게 많은 정보를 탐낸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광고를 많이 봤을 겁니다. 그냥 광고가 아니라 여러분을 따라다니는 광고죠. 이런 게 검색엔진이 사용자를 추적한다는 가장 가시적인 증거입니다. 검색엔진이 모은 개인정보를 근거로 사용자마다 상품 값을 달리 책정하기도 합니다.”

덕덕고는 사용자 정보가 아니라 검색 키워드를 기반으로 광고를 내보낸다. 덕덕고에서 자동차를 검색하면 자동차 광고를 보여준다. 키워드 기반 광고는 사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에 따라 광고를 보여주기 때문에 개인정보를 모으지 않아도 된다. 덕덕고는 한 페이지에 광고 1개만 보여주고 있다. 이 검색 키워드 광고가 덕덕고의 밥줄이다.

덕덕고는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정책 덕에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브리엘 바인버그는 혼자 집에서 2년 가까이 덕덕고를 만들었다. 2008년 9월 덕덕고는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2년 2월 하루 검색 횟수 100만번을 기록했다. 2013년 NSA의 무분별한 감시활동이 수면 위로 드러난 뒤 덕덕고 검색량은 3배 넘게 성장했다. 지난해 1년 누적 검색 횟수가 10억건을 넘어섰다. 네이버 하루 검색량은 1억3천만건이다. 계열사까지 포함한 네이버 직원은 5천여명. 덕덕고 직원이 10여명뿐인 점을 감안하면 덕덕고의 성장세는 고무적이다.

덕덕고 트래픽
▲ 덕덕고 트래픽
▲덕덕고 트래픽 그래프. 2013년 이후 가파른 성장세가 보인다


사실 덕덕고의 경쟁 상대는 네이버가 아니다. 세계적 대기업인 구글이다. 구글 직원은 4만명이 넘는다. 체급 차이가 다윗과 골리앗은 저리 가라다. 덕덕고는 구글 사용자를 덕덕고로 끌어들이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첫째, 더 나은 검색결과를 보여준다. 둘째, 사용자 정보를 안 받는다. 가브리엘 바인버그 CEO는 “우리 성장세로 보건대, 인터넷 사용자가 점점 더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원하는 것 같다”라며 “우리가 더 나은 검색 결과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사생활을 철저히 지켜준다면 바보천치라도 덕덕고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검색 품질 높이는 비결은 사용자 참여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구글이나 네이버 같은 다른 검색엔진은 사용자가 내 준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더 정밀한 검색결과를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사용자에게서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 덕덕고는 어떻게 검색결과를 가다듬는 것일까.

“덕덕고는 검색 결과를 사용자 커뮤니티가 직접 만들도록 합니다. 다른 검색엔진이 취하는 폐쇄적인 접근 방식과 정반대죠."

가브리엘 바인버그 CEO는 덕덕고가 오픈소스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덕덕고 검색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분야별로 훌륭한 정보를 모아둔 웹사이트 수천곳에서 검색 결과를 가져옵니다. 음식점을 검색하면 ‘옐프(Yelp)’에서 정보를 가져오는 것처럼요. 덕덕고 사용자 커뮤니티가 가장 좋은 정보원을 알려주면, 덕덕고는 이를 검색 결과 맨 위에 보여줍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와 덕덕고 사용자 양쪽 모두 이득을 볼 수 있죠.”

덕덕고 커뮤니티
▲ 덕덕고 커뮤니티

덕덕고 커뮤니티


덕덕고를 마치 오픈소스 개발 프로젝트처럼 운영한다는 말이다. 덕덕고는 사용자 커뮤니티를 일종의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누구든지 덕덕고를 개선할 아이디어를 커뮤니티에 올릴 수 있다. 커뮤니티에 제안을 올리면 덕덕고 개발자가 직접 댓글을 단다. 다른 사용자가 대화에 끼어들어 토론이 벌어지기도 한다.

사용자가 직접 덕덕고 개발에 손을 보태기도 한다. 프로그래밍 할 줄 아는 사용자는 덕덕고핵에 참가해 덕덕고 코드를 손볼 수 있다. 덕덕고 개발자는 사용자가 올린 코드를 보고 괜찮다 싶으면 이를 덕덕고에 녹여넣는다. 덕덕고를 외국어로 번역하는 일도 사용자가 직접 나선다. “덕덕고 커뮤니티는 덕덕고 개발팀의 확장판이다.” 덕덕고가 웹사이트에 적어둔 글귀다.

"쓸만한 검색엔진을 만들자"


덕덕고가 처음부터 대안 검색엔진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노리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가브리엘 바인버그 CEO는 “쓸만한 검색엔진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덕덕고를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가브리엘 바인버그 덕덕고 CEO
▲ 가브리엘 바인버그 덕덕고 CEO
▲가브리엘 바인버그 덕덕고 최고경영자(CEO)


“저 스스로가 좋은 정보를 찾으려고 점점 더 특정 웹사이트에 자주 간다는 걸 깨달았어요. 영화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면 IMDB에, 역사적인 정보를 보려면 위키피디아에 가는 식으로요. 이런 훌륭한 웹사이트 수천곳에서 직접 필요한 정보를 찾아 보여주는 검색엔진을 만들면 쓸만한 검색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가브리엘 바인버그는 2007년 10월 덕덕고를 만들기 시작했다. 폐쇄형 인맥 커뮤니티 '오포박스’를 만들어 2006년 유나이티드온라인에 매각한 가브리엘 바인버그는 집에서 혼자 덕덕고를 개발했다. 2008년 2월말 처음 덕덕고를 발표했고, 같은해 9월 덕덕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새 검색엔진을 세상에 내놓은지 4달 뒤, 가브리엘 바인버그는 또 다른 큰 결심을 한다.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가브리엘 바인버그는 레딧에서 검색 기록도 사적인 기록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보고 감명받았다. 그래서 덕덕고를 어떤 사용자 정보도 수집하지 않는 검색엔진으로 만들겠다고 마음먹었다.

당시 덕덕고는 ‘듣보잡’이었다.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는다는 특성은 사생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몇몇 전문가 사이에서만 회자됐을 뿐이다. 그러나 훗날 이는 덕덕고가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NSA 문제가 불거진 2013년,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지 않겠다는 가브리엘 바인버그의 결정은 덕덕고 하루 검색량을 500만건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사파리 기본 검색 서비스로


가브리엘 바인버그 CEO는 많은 사람이 덕덕고를 쓰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가능한 많은 사람이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똑똑한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검색엔진을 쓸 수 있게 하는 게 제1 목표입니다."

덕덕고는 NSA 사태 다음으로 큰 성장 계기를 만났다. 애플은 지난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 2014' 콘퍼런스에서 사파리 기본 검색엔진을 손쉽게 덕덕고로 바꿀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맥과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가 구글 대신 덕덕고를 쓸 수 있다는 뜻이다. 가브리엘 바인버그 CEO는 “애플 덕분에 목표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라고 풀이했다.

“덕덕고 검색 경험이 많은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가브리엘 바인버그 CEO는 자신했다. “얼마 전에 덕덕고 디자인과 검색 기능을 크게 개선했습니다. 이제 사용자가 주로 쓰는 검색엔진을 덕덕고로 바꿀 때가 됐습니다. 덕덕고를 쓰면서 구글을 그리워하지 않는 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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