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은 짧은 시간이다. 스타트업들이 일본 시장에서 눈에 보이는 성과를 한국에 가져가기엔 말이다.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생생한 일본 시장을 볼 수 있고, 다음에 또 일본을 찾을 계기가 될 ‘고리’를 만드는 시간일 수도 있다. 스타트업 세 곳을 만나 일본에 와서 어떤 걸 느꼈는지 물었다.

"상상과 실상이 많이 다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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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 박정신 원더래빗 대표


박정신 원더래빗 대표는 한국에서 커플 앱 ‘커플릿’을 내놓았을 때, 일본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나 일본인들로부터 “비트윈이 소녀시대라면 커플릿은 카라”라며 “일본 시장에서 통할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와서 본 일본 문화는 생각과 달랐다. 일본 커플들은 프라이버시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실제 일본 사용자한테 테스트를 더 많이 해보고 시장 조사를 더 꼼꼼히 해야겠다는 걸 느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번 일본행에서 상상과 실상이 다르다는 것만 느끼진 않았다. 자신의 예상이나 전략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커플릿은 연인이라는 특정 이용자끼리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메신저다. 특정 사용자층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도 쉽다. 박정신 대표는 이미 일본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라인도 버티컬(전문) 메신저 시장에 관심을 두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에 와서 직접 보니 이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라인에서도 커플릿에 큰 관심을 보였고, 라인에 찾아가 피칭을 하던 날에는 라인과 제휴했을 때 가장 시너지가 날 서비스라며 ‘라인상’을 받기도 했으니 말이다. 박정신 대표는 이번 재팬부트캠프를 통해 “우리 전략에 대해 자신감과 확신을 얻고 간다"라고 밝혔다.

박정신 대표와 양승현 CMO는 영어는 자유롭게 쓰지만 일본어는 잘 하지 못한다. 일본인들과 소통하려면 아무래도 영어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오는 7월17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비대시캠프에도 참여해 커플릿을 소개할 때는 일본인인 카오루 타게타씨와 동행할 작정이라고 한다.

"일본에 없던 서비스…관심 확인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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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를 기반으로 감정을 객관적으로 분석해주는 서비스 ‘텍스트앳’을 만든 김종윤 스캐터랩 대표도 박정신 원더래빗 대표처럼 일본 진출을 생각하며 해왔던 예상을 실제 일본 시장에서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 대표는 일본인들은 수줍기 때문에 텍스트앳이 더 잘 통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젊은 세대 일본인들은 생각만큼 그렇진 않았다.

김 대표는 또 “텍스트앳은 메신저 내용을 분석하는 앱인데, 일본은 보안이나 사생활 이슈에 한국보다 훨씬 민감하다는 것도 넘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비스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있다는 걸 알게 되기도 했다. 일본 연애 게시판을 조사했더니 한국과 비슷한 고민들이 많이 올라온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의 반응도 좋았다. 텍스트앳은 지금까지 일본에 없었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이케다 마사루 브릿지 편집장 역시 가장 흥미로운 앱으로 텍스트앳을 꼽았다.

텍스트앳은 이미 일본 시장에서 내려받기 100만건을 훌쩍 넘은 ‘비트윈’과 손잡고 일본에 발을 디딜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일본인이 1인당 앱에 쓰는 비용이 미국의 서너배는 된다고 들었다”라며 “또 일본은 한 번 팬이 되면 오랫동안 서비스에 충성하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김종윤 대표는 “영어는 일본인 투자자들에게 좋은 언어 수단은 아니다”라며 “일본 진출을 위해서는 일본인 현지인이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시장을 탐색하고 느슨한 고리를 만들어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왜 꼭 글로벌의 정의가 미국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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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


“제가 엔지니어라서 그런지 몰라도, IT 창업은 당연히 실리콘밸리를 꿈꾸잖아요.” ‘알람몬’을 만든 말랑스튜디오의 김영호 대표는 지난 2012년에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에 참가해 미국 실리콘밸리와 런던에 다녀왔다. 하지만 ‘막연한 동경’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문화적 맥락이 달랐던 것이다.

김영호 말랑스튜디오 대표는 “글로벌 하면 미국 먼저 생각했는데, 일본이 또 다른 ‘글로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나름 권역이나 범위가 있는 시장인데 지금껏 못 보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말랑스튜디오는 2013년부터 일본 시장에 나갈 준비를 해 왔다. 현지인을 고용해 최소한의 번역부터 시작해 현지화 과정만 6개월이 걸렸다.

김영호 대표는 그대로 일본어로 번역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디테일’을 꼼꼼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한국은 12시간 단위(오전 6시/오후 6시)로 시간을 표현하지만 일본은 24시간 단위(6시/18시)로 시간을 쓰니 그에 맞게 바꿔야 했다. 또 한국은 알람몬을 선택할 때 닭 캐릭터 ‘피코’가 앞서 나오지만 일본 버전에서는 고양이 캐릭터 ‘딘’이 먼저다. 일본인들은 고양이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김영호 대표는 “한국에서 일본인 대상으로 이용자 테스트를 많이 하고 왔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일본에 와서 관계자들에 날씨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들었다”라며 “얻고 가는 게 많다”라고 말했다. 그 뿐 아니다. 알람몬은 현지 유명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을 많이 하는 편인데, 현지에서 캐릭터 라이선스 작업을 맡아 해줄 파트너도 만났단다. 준비를 탄탄히 한 만큼 얻고 가는 것도 많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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