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9일. 독일이 브라질을 7대1로 누르고 4회 연속 월드컵 결승 진출을 확정짓던 그 순간, 브라질 팬들은 SNS와 구글 검색창에 ‘Shame’(부끄럽다), ‘humiliate’(치욕)이라는 표현을 끊임없이 입력했다. 예전 월드컵 4강전 기록들을 모두 갈아치울 만큼 이례적인 결과였기에 반응 또한 거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구글 ‘트렌드 뉴스룸’. 이곳의 풍경은 달랐다. 구글 뉴스룸 담당자들은 ‘Shame’, ‘Humiliate’ 등 부정적 단어가 월드컵 특별 페이지에 올라오지 않도록 데이터를 손보기에 바빴다. 객관적 데이터 분석을 금과옥조처럼 받들던 예전의 구글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일각에선 이 행위를 두고 ‘조작’이라고까지 했다.

World Cup trends from Google
▲ World Cup trends from Google

▲구글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설한 월드컵 특별 마이크로 사이트


월드컵 대목을 기대했던 구글이 데이터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공교롭게도 페이스북의 감정 조작 실험과 맞물려 도매금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구글은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싶진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파장은 더 커질 조짐이다.

구글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에 트렌드 뉴스룸을 열었다. 굳이 뉴스룸이라는 표현을 택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구글만의 방식으로 월드컵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만큼은 명확해보였다. 이 뉴스룸에는 데이터 과학자를 포함한 20여명의 구글 직원과 파트너 광고사 R/GA 런던 측 관계자가 함께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구글 뉴스룸은 월드컵 특별 사이트를 개설했다. 월드컵과 관련된 소셜 데이터를 수집해 ‘인기검색어’처럼 나열했다. 검색 입력문을 활용해 ‘이 시각 최다 질문'도 뽑아냈다. SNS에서 어느 팀이 더 관심을 많이 받는지 실시간으로 비율을 산정해내기도 했다. 구글의 기술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매력적인 월드컵 정보 웹사이트임에는 틀림없었다.

'부끄럽다' 등 부정적 단어 톱50 검색결과서 삭제

구글의 ‘과시'는 7월9일 제동이 걸렸다. 브라질이 독일에 1대7로 패하는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벌어지면서부터다. 상상도 못했던 스코어로 브라질이 패배하자 브라질 인터넷 이용자들은 구글플러스와 검색에 부정적인 단어를 쉴새없이 언급하고 입력했다.

미국 공영라디오 방송 'NPR'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이 같은 단어가 이용자들에게 드러나지 않도록 톱50 검색 결과 값에서 일부 단어를 손수 제거했다. ‘정말 부끄러운 브라질’, ‘부끄럽다’ 등이 당시 삭제된 대표적인 검색 결과값이다. 독일 구글 검색에서 급상승했던 ‘역대 월드컵에서 가장 높았던 스코어는?’이라는 질문도 오늘의 키워드로 대체했다. 검색어 조작에 가까운 행태였고 데이터 객관성을 경시한 결정이기도 했다.

구글의 샘 크로헤시 프로듀서는 'NPR'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브라질에 대한 부정적 스토리는 소셜에서 많은 견인 효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미국 내 적지 않은 미디어 전문가들은 구글의 이 같은 검색 결과값 조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뉴스산업 분석가인 켄 닥터는 니먼저널리즘랩 칼럼에서 “구글이 보여준 결과는 팩트가 아니라 독자를 즐겁게 해서 트래픽을 뽑아내기 위해 의도된 버전”이라며 “팩트보다는 팩트에 가까운 것을, 진실보다는 진실 같은 것을 더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글은 (이번처럼) 제발 ‘뉴스룸’에서 나왔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단어는 본래 의미를 지니고 있다”라고 충고했다.  켄 닥터는 페이스북의 감정 조작 논문 사건과 묶어 "두 회사가 지금 소비자들과 마인드 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IT 전문 매체인 패스트컴퍼니는 ‘구글 월드컵 뉴스룸에선 모두가 승리자’라는 기사에서 “구글은 월드컵 트렌드의 객관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라며 "그들은 소셜네트워크 공간에서 도달 범위의 최대화를 바랄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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