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혁신 기술과 구제도의 충돌을 둘러싸고 의견들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서울시 택시 생태계의 구조적 한계에서 발아된 문제가 우버라는 새로운 기술 서비스를 만나면서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혁신을 바라보는 IT 종사자들의 시선은 대게 일방적이다. 혁신은 대세이기에 반드시 수용해야 한다는 논리가 주를 이룬다. 혁신을 거부하거나 비판하면 ‘낡은 사고’ 쯤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이 과정에서 사회·문화적 관점은 제거되거나 배척된다. 과학기술사회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기술결정론이 주류를 형성했다고도 볼 수 있다.

송위진
▲ 송위진

기술혁신과 사회의 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그는 우버 논란에 대해 “엔지니어의 눈으로만 세상을 봐서는 안 된다. 공공성의 차원에서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혁신 기술의 도입에서 중요한 것은 그 사회의 ‘합의된 가치’이고 그 가치를 숙의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혁신은 좋은 것일 수도 있고 안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예를 들면, 금융서비스의 파생상품은 혁신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라는 큰 문제를 일으켰다. 사례는 또 있다. 유전자조작식품도 과학기술적 혁신이었고 진보였다. 하지만 EU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지적하지 않았다. 혁신이 그 사회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송 연구원은 우버 문제를 전기자동차 문제와 비교하며 사회적 합의가 왜 중요한지를 강조했다. 전기차는 환경 측면에서 보면 사회적 유익을 가져다주지만, 사용되는 부품이 1만개 이상 줄어들면서 자동차 부품 산업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게다가 모듈식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공장의 해외 이전도 쉬워진다. 전기자동차를 활성화하게 되면 환경이라는 사회적 유익과 실업과 산업 생산력의 저하라는 사회적 폐해가 동시에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기술에 대해 무비판적으로 ‘혁신적 기술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의 논리는 위험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혁신은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특정 집단의 이해를 대변하는 목소리라고 송위진 연구원은 주장했다. 송 연구원은 “그들 스스로는 보편적인 사고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며 “자신의 생각이 특수한 생각이라고 먼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버를 옹호하는 이들 또한 특정 이해를 대변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런 차이를 인정하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두 집단의 합의된 전망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 송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우버를 옹호하는 측이 ‘기술의 유연성’에 좀 더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송 연구원은 “기술보다 사회가 더 단단하다”면서 “기술은 우회로를 가질 수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우버만이 택시 문제의 고질적 불합리를 해결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카카오는 우버를 대신할 새로운 모바일 택시 예약 서비스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이 왜 유연하고 ‘말랑말랑’한지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이러한 갈등 이면에는 한국 사회의 기술친화적인 사고가 자리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리곤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논리에 익숙한 국가이다. 기술 추격형 전략을 취해서 성공해왔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이미 실행한 기술을 따라했더니 성공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술은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그런 기술이 구성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이해가 없다. 쫓아갈 때에는 성과를 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사회에서 발생한 문제를 풀 수는 없다.”

송 연구원은 기술친화적인 사고는 혁신 기술이 가져다줄 사회적 문제를 저평가하거나 간과하는 인식으로 쉽게 확장된다고도 했다. 한국 사회는 이미 저성장 구조로 들어선 현재, 혁신 기술로 실업과 저소득의 나락으로 떨어지면 회복되기가 매우 어려운 사회에 진입해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술적 실업을 고려하지 않은 혁신 기술은 도입은 무책임하면서 위험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버 허가 여부는 서울시가 지향하는 미래 교통시스템의 비전이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송 연구원은 “지속가능한 서울시 교통시스템에 대한 전망 하에서 역으로 우버나 트램이나 지하철 시스템을 풀어가야 한다”라며 “그 속에서 우버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 확인하고 의미를 갖는다면 더 진화시키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대안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사회기술시스템'이라는 대안적 시각을 제시했다. 사회기술시스템은 ‘사회가 기술은 서로 분리돼 존재할 수 없는 상대편을 전제로 하는 시스템으로 존재한다’는 접근법이다. 사회를 고려하지 않는 기술, 기술을 고려하지 않는 사회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날 때 혁신 시스템으로의 자연스러운 이행이 가능해진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택시 노조의 손해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기술결정론적 시각으로는 지금의 갈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메시지기도 하다.

오는 8월6일, 우버는 소공동 롯데호텔로 국내 언론사 기자를 초대해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브리핑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알렌 펜 우버테크놀로지 아시아 총괄 대표가 참석한다. 우버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그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버가 한국 사회의 여러 갈등을 움켜쥐고 있는 택시 시스템에 대해 어떤 타협적 태도를 취할지 궁금해진다. 여전히 자신의 기술이 혁신적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게 된다면, 한국 사회는 ‘제3의 대안’에 더 주목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와 타협하려는 혁신적 기술의 선택지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누구?
과학기술 혁신과 사회와의 관계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국내 학자다. 기술과 사회의 통합적 관점을 지지한다. 최근에는 사회기술보고서를 내놓으며 사회기술, 사회적 혁신(Societal Innovation)이라는 개념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창조와 통합을 지향하는 과학기술혁신정책’,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혁신정책’, ‘기술정치와 기술혁신’, ‘사회적 목표를 지향하는 혁신정책의 과제’와 같은 저서에서 드러나듯 그는 시민 주도형 혁신의 새로운 모델을 꾸준히 제시해오고 있다. 그는 현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혁신정책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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