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활동을 하는 기업에 사회는 일정 부분 책임을 씌운다. 기업은 사회의 요구에 따라 수익활동 외에 다른 할 일을 찾는다.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지원이 필요한 소외계층에 제품을 기부하거나 돈을 지원하는 형태가 보통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 사회를 구성하는 이들의 합의체가 기업인만큼, 기업도 너른 단위의 사회성원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을 부르는 말이다.

세대를 거듭하고, 시대도 변했다. ‘구호’에 집중했던 기업의 공헌활동도 점차 범위를 넓혔다. 특히 IT 업체는 저마다의 재능을 활용하기도 한다. 코딩 교육이나 사진 교실, 정보격차 해소 등이 대표적이다.

▲  한국MS '드림잇 스파크잇' 코딩 교육
▲ 한국MS '드림잇 스파크잇' 코딩 교육

다음 세대를 위한 생태교육 도우미

“기업 프로그램에서 도움을 얻는 아동은 보통의 가정과 다른 환경에 놓인 경우가 많아요. 문화적 체험 기회가 적고, 재단을 통해 프로그램이 거의 유일한 기회가 되는 아동도 많죠. 평소 보던 것이 롤모델이 되기 마련인데, 보는 것이 적으니 하고 싶은 일의 폭도 좁고요. 이 같은 기업의 활동은 이런 환경에 처한 아동에게 기회를 주는 의미 있는 행사라고 생각해요.”

계정은 어린이재단 서울지역본부 나눔사업팀 담당자는 “아이가 무엇에 관심을 갖도록 하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도록 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일”이라며 “다른 진로를 꿈꾸도록 하고, 생각을 키우는 중요한 활동”이라고 평가했다.

과거 기업의 활동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생존'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이들의 문화자본 격차 해소와 교육 기회의 평등을 지원하는 쪽으로 바뀌는 추세다. 당장 오늘의 양식이 아닌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  이도영 소니코리아 부장
▲ 이도영 소니코리아 부장

소니코리아의 '사이언스스쿨’ 프로그램이 이 같은 나눔의 정신을 잘 따르고 있다. 소니코리아의 사이언스스쿨은 소니의 일본 본사가 가진 '포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 철학에 국내 상황에 맞는 ‘환경’을 결합한 활동이다. 지난 2000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오는 9월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사진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다. 소니코리아는 어린이재단과 함께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에코 사이언스스쿨은 차상위 계층이나 소외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생태교육과 사진 촬영 교육을 병행하는 행사입니다. 매년 다른 형태로 진행됐는데, 문화체험 행사도 함께한 적도 있고요. 예를 들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를 단체로 관람하고,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기를 직접 만드는 교실을 체험한다든지 하는 식으로요”

소니코리아는 올해 들어 진행한 사이언스 스쿨에서 어린이재단의 아이들과 함께 전기를 직접 만드는 교육을 받았다.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에서 악당으로 등장하는 캐릭터 ‘일렉트로’가 전기를 다루는 인물이라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시설이나 한부모 가정에서 지내는 아이 중에서는 극장 나들이가 처음인 아이도 있었다고 소니코리아는 설명했다.

이도영 소니코리아 부장은 “소니코리아가 바라는 건 아이들이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것을 보고 생각을 키우는 것”이라며 “사진 촬영법을 가르친다고 해서 작가가 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니코리아는 이 같은 활동에 소니가 가진 자산을 결합하는 시도도 하고 있다. 소니의 기술이 적용된 4D 영화를 보고 3D 안경을 직접 만들거나, 생태 학습장에서 자연을 배우고 직접 사진을 찍어볼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소니코리아는 오는 9월 중학생 아이들을 대상으로 ‘알파5000’ 카메라를 활용한 사이언스스쿨을 기획 중이다.

어린이재단이 기업의 이 같은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점으로 꼽은 점은 바로 '지속가능한 협업’이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이벤트’성 행사는 오히려 참여하는 아동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게 어린이재단의 설명이다.

계정은 담당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활동을 홍보 도구로 쓰고 싶겠지만, 소니코리아는 아이들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이나 아이들을 도구적으로 소모하는 것에 극히 주의하고 있어 계속 함께하고 있다”라며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히 중요한데, 일부 아이들에게 이 같은 교육과 체험의 기회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  소니코리아의 '사이언스스쿨'
▲ 소니코리아의 '사이언스스쿨'

“코딩 교육이 실질적인 생활에 도움이 되길"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도 교육에 초점을 맞춘 도움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한국MS의 국내 CSR 활동의 철학도 미래 세대에 대한 지속가능한 투자다. 한국MS가 지난 2011년부터 드림투게더재단과 이어온 ‘유스스파크(Youth Spark)’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유스스파크 프로그램 중에서도 지역 소외계층 아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드림잇 스파크잇’ 활동이 아이들의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드림잇 스파크잇은 KT와 한국MS가 함께 진행하는 교육 프로젝트다. 전국에 촘촘하게 전화국을 갖고 있는 KT가 장소와 강연자를 제공하고, 한국MS가 소프트웨어와 강사를 파견한다. 교육은 1주일에 한 번 KT 전화국에 모여 10회 코스로 10주 동안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컴퓨터를 활용한 기초적인 응용프로그램 사용법을 가르치거나 코딩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코딩 심화학습도 병행하고 있다.

배진희 한국MS 법무정책실 과장은 “요즘은 초등학교 아이들조차 숙제할 때 컴퓨터가 필수적인데, 일부 아동은 이 같은 교육을 받을 기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KT와 한국MS가 교육 커리큘럼 짜 이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배진희 한국MS 법무정책실 과장
▲ 배진희 한국MS 법무정책실 과장

한국MS는 게임을 통한 코딩 교육과 'X박스360’ 게임 콘솔을 활용한 프로그래밍 교육도 함께 진행 중이다.

“현장을 방문해보면, 아이들의 경험이 극히 제한된 경우가 많아요. 기회가 제한되니까 그게 꿈과 진로를 제한하는 기제로 작용하기도 하고요. 한국MS는 IT 분야 전문가니까 IT를 통해 아이들이 진로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코딩, X박스360, 오피스 제품군 등으로 다양하게 교육하고 있어요.”

실제로 한국MS와 KT의 강연을 듣고 코딩 기술이 관심을 보이는 아이들이 있다는 게 배진희 과장의 설명이다. 이들은 MS의 '코두(Codu) 게임랩’이나 ‘스몰 베이직’, '비주얼 스튜디오’ 등 보다 심화한 교육을 받기도 한다.

한국MS의 활동 3년째. 드림잇 스파크잇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이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 사이이기 때문에 아직 아이들이 개발한 결과물은 없다. 한국MS의 2014년 목표는 드림잇 스파크잇에 참여한 아이들이 직접 만든 앱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코딩 교육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전국 KT ‘꿈품센터’에 매주 한 번 모이는 아이들은 지역별로 평균 10명 정도다. 전국적으로 300여명의 아이들의 매주 코딩 수업으로 정보격차를 허물어가고 있다. 지금은 경기도 부천과 서울시 중랑구에서 진행 중인 코딩 교실이 특히 큰 규모로 운영 중이다.

“예를 들어 비영리단체 드림투게더에서 한국MS와 함께 활동하는 기업은 인텔이나 KBS, 매일유업 등 다양하거든요. 매일유업은 교육 중 간식을 지원하고, 인텔은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KT는 교육장을 지원하고요. 모든 사회문제를 하나의 기업이 해결할 수는 없어요. 기업이 각자 잘 하는 요소를 찾으면, 한 아이의 생애주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MS는 교육 커리큘럼 외에도 "기업의 특기를 살린 협업이 더 절실"하다고 전했다. 한국MS는 한국MS가 할 수 있는 일을, KT는 KT가 도울 수 있는 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설명이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