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애플의 이벤트에는 IT미디어 이상으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미디어들의 에디터들이 자리를 채웠다. 정확한 숫자를 알 수는 없지만 언뜻 봐도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애플도 이를 노렸을 것이다. 키노트 내내 플린트센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하드웨어로서 새 아이폰을 내놓는다기보다, 웨어러블 기기와 결제 시스템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 의지를 내비쳤다. 그렇다면 애플의 시계 ‘애플워치’는 패션 업계에서 보기에 어떤 물건일까? 키노트와 기기 체험을 마친 직후 강주연 <엘르> 편집장과 신동헌 <레옹> 편집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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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블로터 기자 : 시계라는 관점에서 애플워치를 본 소감은 어땠나?

신동헌 <레옹> 편집장 : 애플이 시계를 잘 알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겠다는 의지보다는 시계를 차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사람인지를 연구하고 만든 것 같다. 시계는 휴대폰처럼 꼭 차고 다녀야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시계 영역은 어느새 스마트폰이 잡아먹었지만 고급 시계 시장은 계속 크고 있다. 시계는 시간을 보는 도구가 아니라 자기를 표현하는 도구라는 관점에서 애플워치는 잘 만들었다.

기존 스마트시계는 전자시계라는 인상과 너드(nerd)라는 이미지를 주는 쪽에 가까웠다. ‘나는 이런 시계 쓰는 사람’이라고 보여주기는 쉽지 않았다.

단적인 것이 조립이다. 뒷판이 나사 4개로 조여지는 시계와 뒷판이 밀착된 시계, 그리고 버튼이 달린 시계와 용두가 있는 시계의 차이는 명확하다. 용두를 돌리는 동작이 시계 사용자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소재도 그렇다. 사파이어 글래스는 고급 시계 카테고리에 들어간다의 의지이고 도금이 아니라 18k 시계도 갖는다는 건 기존 시계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강주연 <엘르> 편집장 : 여성 소비자들을 떠올려 보면 애플워치는 괜찮은 아이템이다. 외형도 그렇지만 인터페이스에 끌릴 수 있다. 이런 디자인의 시계 위에 잘 만들어진 인터페이스가 보여주는 기능들, 그리고 어떤 것들은 아이폰에 없던 것들이 매력적이다.

반면 아직까지도 기존 다른 경쟁사의 워치 종류를 내놓았을 때와 비교해서 애플에 기대하는 커다란 외형 디자인의 충격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고급스럽다는 이미지와, 처음 만든 시계인데도 선택의 폭에 다양성을 주었다는 것은 단기간에 확산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 여러 가지 제품 중에서 이런 건 사고 싶다는 것이 있었고, 크기도 고를 수 있었던 것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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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 애플워치는 기존 시계의 영역을 얼마나 파고들 수 있을까? 결국 시계와 싸워야 하는 것 아닌가.

신동헌 : 대체하려고 하면 안 된다. 시계라는 것 자체가 이미 필요가 없는 물건이다. 그럼에도 시계 산업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시계를 차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것, 고급 시계 시장이 크고 있다는 것은 시계에 원하는 건 시간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 시계가 주는 이미지를 차고 있는 건데 그런 이미지를 잘 자극했다. 애플에 대한 이미지는 ‘세련됐다’는 단어가 떠오른다. 기존 스마트워치는 아직 세련됐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이미지가 갖고 있는 부분에서부터 애초에 유리하게 출발했다. 크기와 디자인이 다양하고 여러가지 색깔, 메탈 밴드로 꾸밀 수 있도록 한 것도 좋다. 아마 밴드의 소재가 몇 가지 없었다면 기존 스마트시계들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강주연 :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은 여성들의 태블릿 사용률이 낮은 편이다. 태블릿이 크기 때문이다. 디바이스 자체가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그냥 화면이 큰 스마트폰 하나로 대체하려는 의지가 있다. 남성들이 스마트폰을 가젯으로 인식하는 것에 비해 여성들에게는 생활용품이다. 주머니가 없는 옷을 입을 때처럼 때로는 그 스마트폰조차도 귀찮을 때가 있다. 좀 예쁜 시계가 어느 정도 대체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기존 시계는 여성들이 차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생각이다. 좀 더 나아가 아이폰을 두고 시계만으로 더 많은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면 좋겠다.

최호섭 : 그럼 기존에 차고 있던 시계 자리를 애플워치가 대신할 가능성은 있을까? 애플이 시계 회사로 자리잡는 것에 대한 가능성 이야기다.

신동헌 : 시계는 하나만 차는 액세서리가 아니다. 날마다, 장소마다, 입는 옷에 따라 다른 시계를 찰 수 있다. 차도 그렇다. 한 집에 여러 대의 차가 있는 집이 늘어나는데 똑같은 세단만 2대 있는 집이 흔하다. 다양성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 애플워치는 나같은 40대에게는 괜찮은 세컨드 시계가 될 수 있다. 또한 젊은 이들에게는 훌륭한 퍼스트 시계가 될 수도 있다.

애플이 이야기한 시계, 커뮤니케이터, 헬스케어 등 3가지 분야에서 적절하게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스마트워치 시장에 대해 고민은 늘 디자인이었다. 꼭 거칠어야 헬스케어 밴드나 시계는 아니지 않나.

또 한 가지는 시계 디자인이다. 나중에 어떤 것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지금 공개된 이미지들을 보면 롤렉스나 IWC 등 기존 시계의 이미지를 베끼거나 가져오려는 흔적이 없다. 대신 달의 모양이나 행성을 보여주고, 미키마우스를 쓰는 등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시계가 나오고 있다. 디자인에 정당성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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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 커진 아이폰이나 애플페이는 어떻게 봤나.

강주연 : 아이폰6는 예상했던 것을 그대로 보여주어서 많이 놀라진 않았다. 한국 사람은 워낙 삼성 제품을 많이 쓰고, 큰 화면에 익숙해져 있는데 새 아이폰이 갤럭시S나 노트를 능가하는 무엇인가를 바로 만들어주지는 않았다. 큰 화면은 이미 아이패드로 봤기 때문에 큰 화면에 대해 굳이 필요성까지는 없었다. 두 사이즈 중에서는 4.7인치 아이폰6로 고를 것 같다.

신동헌 : 큰 화면에 대한 강점은 그 동안 갤럭시노트가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 손으로 쓰는 것에는 불편함이 있었다. 애플도 화면이 커지면서 비슷한 고민이 있었는데 얇고 가벼운 데다가 몇 가지 장치가 달리면서 한손으로 쓰는 게 별 문제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아이폰6플러스를 써도 좋을 것 같다. 화면이 커졌을 때 생기는 문제점을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인상이다. 애플이 다른 제품들을 따라간다기보다는 터치에 대한 노하우 등에 대해 나름의 방법으로 더 생각한 것 같다.

강주연 : 이미 스마트폰 모바일 결제는 많이 나와 있다. 애플페이는 편리할 것 같지만 한국에서 적용이 될지가 먼저 걱정된다. 모바일 결제에 대해서는 위험하다는 고민이 계속 있었다. 돌아보면 신용카드도 처음 나왔을 때 불안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현금을 썼다. 신용카드도 결국 하나의 도구이고, 내가 거래처에 지불을 한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도구일 뿐이다. 그걸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상거래에 대한 습관을 바꿀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미 장보는 것부터 모바일로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애플페이는 시계보다 더 파급력이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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