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전자결제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은 지난 9월9일(현지시각) 키노트에서 '아이폰6'와 함께 간편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선보였다. 애플페이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점원에게 건네고 서명하는 여러 단계를 교통카드 찍듯 간소화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사용자 경험에 집중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애플페이는 오는 10월 미국에서 먼저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에선 언제쯤 애플페이를 만날 수 있을까. 적어도 아이폰6가 발매될 때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IT보안팀 박근태 팀장은 “애플페이가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제를 진행하는지 아직 구체적인 정보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떻게 될지 판단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애플페이가 한국에 들어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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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국인만 쓸 경우 : 당장이라도 들어올 수 있어

애플페이를 쓰는 사람이 외국인뿐이라면 애플페이는 당장이라도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박근태 팀장은 “지금으로서는 알리페이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만 상대할 경우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중국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자회사 ‘알리페이'는 이미 롯데면세점 등 국내 가맹점에서 중국인을 상대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외국 결제회사가 국내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물건을 파는 가맹점을 모은 사례가 처음이라 어떤 식으로 규제해야 하는지 논란이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만을 대상으로 영업할 경우 등록이나 감독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애플페이 역시 국내 가맹점에서 결제가 일어나더라도 외국인만 을 대상으로 한다면 금융위나 금감원이 손 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한국인도 쓸 경우 : 등록하고 보안성 검토 받아야

애플페이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진출하면 주 고객은 한국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인을 상대로 서비스하려면 애플은 전자금융거래법에 따라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애플페이가 전자적으로 결제 환경을 구현하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애플페이 작동 방식을 보면 애플은 '다날'이나 '이니시스' 같은 전자결제 대행회사(PG)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PG사로서 애플페이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애플페이 기술에 문제는 없는지 국내 규제기관에 보안성 심의도 받아야 한다. 김건우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금융당국이 대안적인 모바일 결제 수단으로 제안한 토큰 방식을 애플페이에서도 채용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큰 걸림돌은 없을 것 같다”라고 풀이했다.

3. 등록·보안성 검토 마쳐도 소비자 선택 받아야

규제기관이라는 벽을 넘어도 애플페이가 갈 길은 멀다. 국내 결제시장은 애플페이에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오프라인 상점은 신용카드가 꽉 잡고 있다. 김건우 선임연구원은 “애플페이 같이 NFC를 이용한 오프라인 거래는 이미 시도됐다 좌절된 바 있다”라며 “POS(결제시스템)가 신용카드 중심으로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소매상 입장에선 NFC를 추가 도입할 이유가 없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안드로이드 천하다. 안드로이드 시장 점유율이 90%가 넘는다. 김건우 선임연구원은 이런 상황에 오프라인 가맹점이 애플페이용 NFC 단말기를 추가로 도입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애플페이는 온라인에서 더 각광받을 수 있다. 국내 전자결제 서비스는 공인인증서 등 복잡한 인증 절차 때문에 사용하기 번거롭지만 애플페이는 쉽고 빠르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페이는 우버 등 각종 앱 안에서 대금을 지불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김건우 선임연구원은 “만약 온라인 거래에서도 지문인식만으로 개인 인증이 되면 은행 앱카드보다 더 빠르고 보안성도 높을 수 있기 때문에 꽤 활용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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