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30일, 페이스북은 ‘페이퍼’라는 이름의 뉴스 구독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을 야심차게 선보였다. 페이스북이 신설한 크리에이티브랩의 첫 번째 작품이었다. 화려하고 혁신적인 UI와 UX, 손맛과 기계학습이 결합된 탁월한 알고리즘. 어느 것 하나 조명 받지 않은 요소가 없을 정도로 페이퍼는 최고의 앱으로 평가받았다. 미국의 IT 전문지 <더버지>는 “페이스북 내놓은 앱 가운데 최고”라며 찬사를 보내기까지 했다.

페이퍼 앱에 대한 언론들의 관심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새부턴가 페이퍼 앱을 다루는 뉴스가 줄어들었고 기억에서도 잊혀져갔다. 앱 다운로드 수를 중계하던 언론들도 페이퍼 앱에 대한 관심을 거둬들였다. 심지어 비판 기사마저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페이스북의 야심작 페이퍼 앱은 2014년 9월 현재 페이스북의 실패작으로 남아 있다.

페이퍼 앱이 발표된 지 3~4달이 흐른 뒤 몇몇 언론들은 페이퍼 앱의 실패 원인을 독립 앱(Standalone)의 한계에서 찾았다. <테크크런치>는 지난 4월 ‘왜 독립 앱들은 실패하게 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독립 앱의 성공 여부는 언론들과 대중의 주도면밀한 관심을 받기 마련인데, 그 과정에서 서비스의 핵심을 잃어버리게 된다”며 독립 앱이 실패하는 이유를 진단하기도 했다.

▲  지금은 기억 속에 잊혀져가는 페이스북 뉴스 앱 '페이퍼'
▲ 지금은 기억 속에 잊혀져가는 페이스북 뉴스 앱 '페이퍼'

카카오토픽, 9월24일 베타테스트 시작

2014년 9월24일, 카카오가 '카카오토픽'이라는 독립 뉴스 앱의 베타버전을 공개했다. 몇 달 전부터 일부 언론사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서비스의 실체가 대략적이나마 유출됐다. 플립보드와 페이스북 페이퍼를 섞어놓은 듯한 UI/UX로 중무장했다는 얘기가 주를 이뤘다. 계약 방식도 네이버와 전혀 다르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심지어 네이버 뉴스와 경쟁 구도를 형성하지 않겠느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이 같은 관심 세례는 비교적 완결적인 서비스 구조로 탄생하는 데 적잖이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돋보이는 특징들

▲  카카오토픽
▲ 카카오토픽

카카오토픽은 인터넷 뉴스 소비 행태를 꼼꼼하게 분석한 흔적이 역력하다. 서비스 기능 곳곳에 고민의 발자취가 남겨져 있다. 기존 포털 뉴스 서비스와 차별화된, 그리고 모바일에 특화된 앱으로 개발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1. 주류에 편중되지 않은 콘텐츠 다양성

download.kpf.or.kr MediaPds UQUZXRUCPRBYWSZ.pdf
▲ download.kpf.or.kr MediaPds UQUZXRUCPRBYWSZ.pdf

뉴스 이용자들이 언론사 웹사이트를 외면하고 포털 뉴스로 향하는 이유는 기술적 요인과 내용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 가운데 기술적 요인은 검색 기능과, 내용적 요인은 콘텐츠의 다양성과 관련이 깊다.

2006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국민 뉴스 소비 조사’를 보면 인터넷 포털이 다른 뉴스매체에 비해 우월한 점으로 ‘검색기능’(71%) ‘이용편의성’(51%) ‘연관 뉴스 검색’(36%) ‘사진·동영상’(22.3%), ‘신속 정보’(21%)를 들었다. 약 8년 전 자료이긴 하지만 포털 뉴스를 선호하는 배경을 이해하는데 참고 사항은 될 수 있다. 포털 뉴스가 이용자들의 뉴스 소비를 장악한 배경에는 단순히 뉴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색이라는 부가적 기술을 더한 측면이 크다는 의미다.

내용적 측면으로는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신뢰할 만한 수많은 콘텐츠를 한 곳에서 모아볼 수 있는 장점은 뉴스 이용자가 포털을 못 떠나게 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2010년 국민 뉴스 소비 조사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조사에서 인터넷 뉴스(포털 뉴스)를 이용하는 이유로 응답자의 32.2%가 ‘다양한 뉴스가 종합적으로 모여 있어서’라고 답변했다. 그 다음으로 ‘속보를 빨리 접할 수 있어서’(25.8%), ‘관련기사가 링크되어 있어서’(20.2%) 순이었다.

카카오토픽은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소셜 필터링을 통해 화제의 뉴스를 모아서 보여주려는 기술적 시도는 카카오토픽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다. 콘텐츠의 다양성도 어느 정도 구색은 갖췄다. 카카오 쪽은 9월24일 현재 110개 언론사, 잡지사, 커뮤니티 등이 생산한 콘텐츠를 우선적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포털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류 언론사 비중은 약 27% 정도다. 60~70%가 커뮤니티나 잡지, 대안 언론에 할애됐다. 정보량도 정보량이지만 포털 뉴스 서비스를 넘어서기 위해 더 다양한 뉴스를 갖추려고 애쓴 흔적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2. 실시간 이슈 키워드의 배치

▲  2013언론수용자의식조사
▲ 2013언론수용자의식조사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협업으로 실시간 이슈를 서비스 상단에 부착한 선택은 단연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포털에서 뉴스는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통해 뉴스를 접근하는 행태는 비교적 일반화된 소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올해 초 펴낸 2013년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를 보면 보다 뚜렷해진다. 이 조사 보고서를 보면 포털 뉴스 이용자들의 상당수가 실시간 검색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메인페이지의 뉴스 제목이나 사진을 클릭’하는 방식보다는 낮지만 관심 있는 주제를 찾아서 보는 방식보다는 10% 이상 높다. 수동적 뉴스 소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카카오토픽은 단순히 뉴스를 배열하는 방식에 머물지 않고 다음커뮤니케이션과의 협업으로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상단에 배치했다. 포털 뉴스의 일반적인 뉴스 소비 행태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카카오토픽은 여기에 몇 가지를 더했다. ▲시간별 이슈 키워드 ▲랭킹카드 ▲개인별 추천 토픽 등이다. 이들 모두 수동적 뉴스 소비자들을 철저하게 묶어두겠다는 기획 의도로 읽히는 요소들이다.

#3. 개인적 관심사와 보편적 관심사의 균형

▲  이창호·이호영의 논문 '포털 이용자들의 포털 뉴스이용패턴 및 포털의 언론역할에 관한 인식'에서 발췌
▲ 이창호·이호영의 논문 '포털 이용자들의 포털 뉴스이용패턴 및 포털의 언론역할에 관한 인식'에서 발췌

뉴스 서비스 기획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는 개인적 관심사와 보편적 관심사의 균형 맞추기다. 지나치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지향하게 되면 보편적인 관심사를 이용자가 놓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보편적 관심사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이용자는 불필요한 뉴스까지 소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둘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뉴스 서비스에선 중요한 가치라 할 수 있다.

이창호·이호영의 2009년 논문 ‘포털 이용자들의 포털 뉴스 이용 패턴 및 포털의 언론역할에 관한 인식’을 보면 포털 이용자 가운데 54.6%가 1일 1회 이상 가장 많이 본 뉴스를 클릭해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포털 뉴스 카테고리로 들어가 뉴스를 읽는다’라고 답변한 비율(47.9%)보다 7%p가량 높다. 그만큼 포털 뉴스 이용자는 다른 사람들이 읽는 뉴스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다.

카카오토픽은 두 양단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기능들을 제공하고 있다. 개인별 추천 토픽을 제공하는 동시에 ‘모두가 많이 본 토픽’, ‘모두가 찜 많이 한 토픽’, ‘모두가 공유 많이 한 토픽’ 등을 서비스한다. 이용자가 가장 관심 많은 뉴스를 보여주면서도 다른 뉴스 이용자들이 관심 갖는 뉴스를 놓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개인화를 위해 추천 알고리즘도 적용했다고 카카오 쪽은 설명했다.

이용자 참여 요소 부족한 점 아쉬워

전체적으로 카카오토픽은 포털 뉴스 소비를 행태를 거의 100% 반영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또렷하다. 서비스 설계를 위한 연구 과정이 치밀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모바일 영역에서만큼은 네이버를 넘어서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뉴스 소비 행태에만 너무 완벽을 기한 탓일까, 모바일의 특성에 너무 매몰된 탓일까. 뉴스 이용자가 관여할 수 있는 서비스적 기능은 제한적이다. 심지어 뉴스 댓글도 빠져있다. 뉴스 댓글은 그것이 지닌 부정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이슈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의견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댓글이 여론의 흐름을 읽는 중요한 장치로서 기능해온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카카오 측은 “콘텐츠 모아보기, 관심 키워드 설정, 댓글 달기 등 소셜 및 개인화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편의 기능들을 추가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베타버전에서 빠진 점은 다소 의아하다. 댓글 필터링 기술과 정책에 대한 준비가 미흡했던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

뉴스에 포함된 모든 하이퍼링크를 제거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카카오토픽에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들이 어뷰징 링크를 삽입하는 행태에 대한 대응으로 해석되지만, 이는 포털 뉴스를 이용하는 중요한 동인 가운데 한 가지를 내던진 꼴이다.

독립 앱의 한계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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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opic_BI

꼼꼼하고 치밀한 기획에도 불구하고 카카오토픽은 독립 앱의 한계와 맞부딪힐 수밖에 없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게 뉴스 영역이다. 페이스북 페이퍼는 먼저 홀로서기에 실패한 경우에 해당된다. 카카오토픽도 이들처럼 ‘과연 뉴스만을 소비하기 위해 별도의 앱을 이용자들이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제시해야만 할 운명이다.

카카오토픽은 뉴스 소비행태에 집착한 나머지 뉴스 소비 이외의 새로운 경험을 이용자들에게 선사하지 못하고 있다. 페이스북 페이퍼가 뉴스 소비에 초점을 맞춘 화려한 UI/UX로 전 세계를 놀래킨 뒤 조용히 기억 속에서 잊혀진 것처럼, 뉴스 소비 경험에만 몰두할 경우 독립 서비스로서 홀로서기란 결코 쉽지 않다. 감탄사를 자아내는 특별한 UX와 다양한 기능들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현재의 카카오토픽은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분명 빼어난 기술력과 기획력으로 무장된 뉴스 앱이긴 하지만 왜 포털 뉴스 서비스를 버리고 카카오토픽을 먼저 켜야 하는지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앞서 언급했듯 뉴스와 관련된 확장된 경험을 제공하는 기획도 미진하다. 포털 뉴스 소비의 강고한 이용자 습관을 뒤바꾸기엔 카카오톡과의 네트워크 결합 강도마저 높지 않다. '왜 카카오토픽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가치 제시가 아직은 불분명해 보인다는 얘기다.

카카오토픽이 페이스북 페이퍼의 길을 걸을지, 카카오스토리의 성공담을 만들어내게 될지  3~4개월 뒤면 알게 된다. 2015년 초 카카오토픽이 월 활성이용자 수와 다운로드 수를 자신 있게 공개한다면 세간의 우려는 기우였던 것으로 확인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또 하나의 독립 앱이 실패한 사례로 기록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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