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광고의 단가 책정 방식이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광고의 경우  CPM이나 CPC 등 노출도(impression)나 클릭에 따라 단가가 책정돼왔다. 특히 가장 보편적인 인터넷 광고 형태인 디스플레이 광고는 주로 1천번 노출 당 몇 번의 클릭이 발생했느냐, 혹은 총 노출 횟수가 얼마냐를 기준으로 광고비가 부과됐다. 하지만 이러한 측정 기준도 머지않아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 수용자 '관심 시간' 광고 상품 출시

▲  차트비트가 공개한 관여도와 브랜드 회상의 상관관계표. (출처 : 차트비트 블로그)
▲ 차트비트가 공개한 관여도와 브랜드 회상의 상관관계표. (출처 : 차트비트 블로그)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시간 기준으로 광고비를 책정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아직 초기 프로그램이긴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 쪽은 점차 확대해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분석 전문 스타트업 차트비트와 협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도입한 새 광고 모델은 광고가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시간에 따라 광고비를 다르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차트비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용자에게 광고가 노출되는 시간을 1초, 10초, 30초로 세분화해 다른 광고 단가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용자에게 광고가 실질적으로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광고 비용은 상승하는 구조다.

존 슬레이드 <파이낸셜타임스> 디지털 광고 디렉터는 지난 6월 <콘텐트리>와의 인터뷰에서 “이용자 노출 시간 블록을 현재 판매하고 있으며 최소 구매 단위는 5초로 설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이 광고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증명하려 했던 가설은 ‘이용자에게 브랜드를 보여주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청중에 전달되는 공명도는 더 커진다’는 것. 존 슬레이드 디렉터는 “우리는 주목경제(Attention Economy)를 얘기하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시간 기반 광고 모델이 적용 단계에 돌입하면서 미국 내 주요 언론사들도 동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광고 노출 시간을 측정하는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광고주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신생 뉴스 스타트업인 <업워시>도 이미 측정 시스템을 완료한 상태다. 두 언론사 모두 아직 시간 기반 광고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미 주류 언론 60% "시간 기반 광고 검토 중"

▲  시간 기반 광고 모델 도입 의향에 대한 '디지털 콘텐트 넥스트' 회원사들의 응답.(출처 : 디지털 콘텐트 넥스트 블로그)
▲ 시간 기반 광고 모델 도입 의향에 대한 '디지털 콘텐트 넥스트' 회원사들의 응답.(출처 : 디지털 콘텐트 넥스트 블로그)

방송, 신문 등 주류 언론들도 시간 기반 광고 모델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트 넥스트(전 온라인 신문협회)가 10월22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60%가 시간 기반 광고 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는 이미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 8%는 2014년 내에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디지털 콘텐트 넥스트에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ESPN> 등 25개 미국 주류 언론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또 이들 언론사들 가운데 52%는 시간 기반 광고가 표준 노출(임프레션) 기반의 디지털 광고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48%는 클릭률 기반 광고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간 기반 광고가 기존 광고를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장벽이 전혀 없지는 않다. 이들 25개 언론사는 설문조사에서 ▲ 표준 지표 및 측정 방법론 부재(68%) ▲ 광고 효과에 대한 연구 부재(48%) ▲ 마케터와 광고 에이전시의 교육 및 관심 부재(40%)가 시간 기반 광고 도입을 가로막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광고 시장에서 현실적으로 수용하기엔 여러 기술적, 문화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얘기다.

수용자 중심 디지털 광고 시장으로 전환 신호

시간 기반 광고 모델의 도입은 수용자(독자) 중심 디지털 광고 시장으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다. 이 광고가 보편화한다면 수용자의 광고에 대한 관심 여부, 관심의 지속성이 광고 수익을 증대시키는 핵심 열쇠로 부상하게 된다. 수용자의 관심을 잡기 위한 경쟁도 가열될 수 있다.

영미권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디지털 광고 측정 모델의 변화는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영미 언론 추격형 전략이 국내에선 보편화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터렉티브광고협회까지 나서 시간 기반 광고 표준 모델 논의를 시작한 터여서 조만간 국내 언론사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포털 의존형 뉴스 소비구조와 측정 기술의 부재로 의미 있는 움직임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광고가 수용자에게 적절히 노출되는지 고려하지 않고 페이지뷰만 늘려왔던 국내 언론사엔 여러 모로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간 기반 광고 모델 도입 보고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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