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국의 게임 개발자가 게임을 한국어로 서비스하려면 한국의 등급분류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e메일을 밸브로부터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적한 해외 게임 등급분류 논란이 현실이 되는 신호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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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을 처음으로 알린 이는 국내 게임개발자 박선용 터틀크림 대표다. 박선용 대표는 10월23일 오후 1시께 트위터에 “스팀에서 한국어를 지원하고 있는 게임 개발자가 밸브에게서 연락을 받았다”라며 "한국어 지원을 하려면 한국에서 심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썼다.

밸브로부터 한국 등급분류 관련 연락을 받은 A 개발자는 이후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접속한 것으로 보인다. A 개발자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영문 웹사이트를 찾아봤지만, 어떻게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는지 몰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A 개발자의 소식을 들은 또다른 외국 게임 개발자 B가 박선용 대표에게 관련 소식을 알린 상황이다.

https://twitter.com/luvtext/status/52513693563579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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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용 대표는 <블로터>와의 통화에서 “간단하게 말하면, 한 외국인 게임 개발자가 밸브에서 e메일을 받았고, 다른 외국 게임 개발자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이 다시 나에게 연락이 온 상황”이라며 “내가 한국인이니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연결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A 개발자가 최근 밸브로부터 한국의 게임 등급분류 심사를 받도록 권고받았다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밸브 쪽에 관련 내용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최근 밸브 쪽으로 우리말로 서비스 중인 게임 중 국내에서 등급분류를 받지 않은 게임을 목록으로 작성해 전달했고, 밸브는 목록을 보고 연락을 취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 같은 관측에 대해 “최근 그런 업무를 했는지는 확인해 알려주겠다”라고만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관련 법에 이미 한글화 게임과 국내 유통 게임을 등급분류 대상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가 안내를 하기는 한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게임, 특히 스팀을 통해 국내에서도 접할 수 있는 게임에 관한 국내의 등급분류 논란은 최근 고개를 들었다. 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9월29일 보도자료를 내고, 해외 게임도 국내에 서비스된다면 국내의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후 10월17일 국정감사에서 스팀 게임의 등급분류를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스팀은 미국 게임 개발업체 밸브가 서비스 중인 게임 유통 플랫폼이다. 많은 인디게임 개발자가 개발을 만들어 스팀으로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스팀으로 유통되는 게임이 국내에서도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아직 국내에서도 논란이 많다.

박주선 의원의 주장은 한결같다. 해외에서 개발된 게임이라도 국내에 서비스하기 위해 한국어를 지원한다면 국내에서 제작된 게임과 똑같은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논리다. 국내 게임과 해외 게임의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셈이다. 박주선 의원의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해외 게임에 관한 지나친 규제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한국어를 지원하는 점만으로 국내 유통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만약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밸브에 국내 등급분류를 요청했다면, 이는 추가적인 논란을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새소식]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로부터 추가 답변이 도착했다. 통화 내용을 아래 공개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 : 알아봤더니 우리가 10월 초에 밸브에 요청한 적은 있다. 해외에서 제작된 우리말 지원 게임은 우리 법에 따라 등급분류를 받아야 하는 대상인데, 외국 게임 개발자는 그런 제도가 있는지 잘 모를테니 밸브에 요청해서 안내를 해 달라고 했다. 그쪽(밸브)에서 어떤 식으로 (게임 개발자들에게) 연락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에 연락이 취해진 것 같다.

블로터 : 밸브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는 그 외국 게임 개발자가 게임물관리위원회 웹사이트에 접속했다더라. 하지만 어떻게 등급분류를 받아야하는지 몰라 난감한 상황이라던데, 이는 어떻게 된 것인가.

게임물관리위원회 : 그럴 수 있다. 부끄러운 부분이지만. 의원실에서 관련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등급분류제도에 관해 소개하는 정도만 영문으로 만들어뒀고, 제대로 된 영문 매뉴얼도 아직 마련 못 했다. 국내 사업자 위주로 작성됐기 때문이다. 외국 개발자도 등급분류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2014년 10월23일 오후 3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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