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워치' 출시가 대략 2015년 3월로 확정됐다. 확산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것이 가지는 가치와 매력이 아직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한 탓이다. 패션 소품으로서의 가치 또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논란 속에서 출시될 애플워치가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반전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애플워치가 가진 헬스케어의 가치를 주목하면 된다. 만약 애플워치의 구매로 이용자들의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면 소비자들의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처럼 사보험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그 매력은 배가된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건강보험료 인하에 청신호를 켜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정해보자. 애플워치로 측정된 정밀한 생체데이터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전송돼 보험료 재평가에 반영된다면? 꼬박꼬박 통장에서 빠져나가던 건강보험료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면? 만일 이러한 가정들에 긍정적인 신호가 제시된다면 웨어러블 기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반전될 수 있다. 물론 자신이 건강하다는 전제에서다.

▲  애플워치의 센서가 장착된 뒷면(출처 : 애플 홈페이지)
▲ 애플워치의 센서가 장착된 뒷면(출처 : 애플 홈페이지)

애플워치의 센서와 수집 데이터

가정의 현실성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애플워치의 헬스케어 기능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애플워치는 2개의 심박센서가 시계 뒷면에 장착돼 있다. 애플의 설명에 따르면 적외선 및 가시광선 LED, 광다이오드로 심박수를 측정한다. 엄밀히 말하면 단일한 심박센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광학 장치에 의해 심박이 측정되는 시스템이다.

애플워치는 신체의 광학적 특성을 이용해 심박수를 측정한다. 혈액 내 용적 변화 시 나타나는 생체조직의 반사, 흡수 투과비 등의 변화를 광센서가 감지하는 방식이다. 애플은 의학 분야에서 실제 데이터가 사용될 수 있을 만큼 정확도를 꾀하기 위해 이같은 측정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로 애플워치는 심박수뿐 아니라 운동 강도를 측정한다. 여기에 가속도계까지 더해지면 신체 동작을 인식할 수 있고 하루 동안 소모한 칼로리까지 계산이 가능하다. 아이폰의 GPS, 와이파이와 결합돼 이동 거리도 측정할 수 있다.

애플워치의 심박 측정 기술은 삼성의 스마트워치 모델인 '갤럭시기어' 시리즈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삼성은 ‘기어2' 모델에 심박수 측정 센서를 탑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측정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기술은 없다. 다만 “해당 기능은 운동용 및 레저용으로, 치료용이나 의학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만 밝히고 있다. 의학적 활용 데이터를 측정하는 애플워치와 다른 점이다. '기어S'도 의학용으로 데이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헬스케어 기기로서 매력이 반감된 셈이다.

이진·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두 모델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기어S’와 ‘기어핏’과 같은 삼성전자의 기존 스마트워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마트워치에 필요한 기능을 기계적으로 구현한 것에 불과하지만, ‘애플워치’는 사용자의 편리성과 실용성을 고려해서 헬스케어 기능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동시에 관련된 생태계 구축과 앱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애플과 삼성전자의 차이다.”

▲  삼성의 스마트워치 '기어2'. 심장박동 센서로 측정된 데이터는 의학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 삼성의 스마트워치 '기어2'. 심장박동 센서로 측정된 데이터는 의학용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 민영보험사 생체데이터와 보험료 연동 움직임

보험업은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산업군으로 꼽힌다. 사보험 체계 중심인 미국에선 특히 그렇다. 보험사는 가입자들의 건강 상태가 향상될수록 지출되는 보험 청구 비용이 하락하는 구조다. 웨어러블 기기의 대중화로 심박, 칼로리 소모량, 운동량, 맥박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보험사의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의료 과잉 이용을 억제해 보험사의 비용 지출도 줄어든다. 감소된 리스크만큼 고스란히 이익으로 전환되게 된다.

최근까지 미국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해오고 있다. 건강관리회사에 위탁해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가입자에 제공하는 등의 방식이다. 미국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건강관리 프로그램 가입 때 할인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해 왔다. 이처럼 가입자 건강 관리는 보험사의 주요한 리스크 관리 업무기도 하다. 만약 웨어러블 기기가 확산된다면 보험사는 이 비용을 크게 덜 수 있게 된다.

▲  미국 민영보험사 유나이티드 헬스그룹. 애플은 2014년 8월 이 회사와 헬스키트 관련 논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 미국 민영보험사 유나이티드 헬스그룹. 애플은 2014년 8월 이 회사와 헬스키트 관련 논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

이제는 웨어러블 기기의 확산이 건강보험료를 낮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11월3일자 기사에서 “(보험사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게 되면 건강보험료의 프리미엄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 휴마나, 시그나 등 미국 민영보험회사들이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와 보험료 정책을 통합하는 프로그램을 이미 완성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례도 있다. 보험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영국 민영건강보험회사인 프루헬스는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보험계약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바이털리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운동량, 식이요법 등 정보를 모니터링하도록 허락하는 조건에서다. 이 프로그램은 웨어러블 기기의 출현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공적 건강보험 체계인 국내에 영향은?

▲  경희대 산학협력단이 2014년 2월 작성한 '헬스케어 新시장 창출을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 삽입된 건강보험 정보 플랫폼.
▲ 경희대 산학협력단이 2014년 2월 작성한 '헬스케어 新시장 창출을 위한 정책연구' 보고서에 삽입된 건강보험 정보 플랫폼.

웨어러블 기기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경우 큰 혜택을 보는 기관을 꼽는다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들 수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해마다 늘어나는 진료비 부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성인 음주율은 좀체 떨어지지 않고 걷기 실천율은 계속 하락하면서 병원에 지출하는 비용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질병 치료 중심으로 급여체계가 구성돼 있는 탓이다.

때문에 건강관리 사업은 건강보험공단 안에서도 중요한 사업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공단은 포항공대와 공동으로 국민건강정보 빅데이터 플랫폼 구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체 국민의 건강의료정보 데이터를 기초로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만약 웨어러블 기기가 보급돼 개인 건강정보 데이터를 보다 폭넓게 수집할 수 있다면 공단으로서는 금상첨화인 셈이다. 실시간으로 가입자의 식습관과 운동량, 기초 심박수를 모니터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 기기와 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이 연계되면 전 국민의 건강상태를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방 중심 체계로 전환하려는 공단의 목표와도 부합된다. 물론 진료비 청구율 하락으로 공단의 재정 부담이 덜어지는 효과도 크다. 그만큼 건강보험료 인하 여지도 생겨날 수 있다. 정해민 건강보험공단 건강기획부장은 “현재 구축하는 빅데이터 플랫폼은 스마트 헬스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웨어러블 기기의 생체 정보 수집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건강보험공단 "보험료 인하 어렵지만 인센티브는 논의 중"

▲  2013년 12월 한 세미나에서 공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관리전략' 발표 자료 중 일부.
▲ 2013년 12월 한 세미나에서 공개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관리전략' 발표 자료 중 일부.

관심은 자연스럽게 건강보험료 인하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민영보험사처럼 웨어러블 기기의 건강 데이터와 보험료를 연동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을까. 건강보험공단은 현재로서는 건보료 인하를 검토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공적 보험의 특성상 소득과 연계된 시스템이어서 건보료 조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해민 건강기획부장은 <블로터>와 전화통화에서 “보험료 부과가 소득수준에 따라서 부과하는 사회보험 체제라서 연동은 안 된다”면서 “다만 건강관리를 잘 한 분들에 대한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의는 일부 있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2020년이 되면 노인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45%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웨어러블 기기의 보편화로 진료비 감소가 현실화할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표시했다.

요약하면 웨어러블 기기의 보급으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건강보험료 인하는 무리라는 얘기다. 게다가 웨어러블 기기가 노령층의 진료비 하락을 유도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공단의 판단이다.

국내 사보험 업계도 웨어러블 기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 보험료 연계 상품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것이 보험 전문가의 시각이다. 보험연구원 조용운 박사는 “미국 시스템처럼 가는 방식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와 보험료를 연동하는 상품을 기획하기 위해서는 IT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법이 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박사는 “의료 행위와 비의료 행위가 명확하게 법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상태여서 건강관리 프로그램 등을 IT 업체와 연계해 제공하게 되면 불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거꾸로 해석하면 관련 법이 일부 정비될 경우 보험료 인하도 불가능하진 않다는 의미다. 물론 웨어러블 기기가 보급돼도 건강관리 상태가 악화되면 역으로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웨어러블이 바꿔놓는 보험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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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pic_wearable_20140718_thumb

애플워치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는 어떤 식으로든 보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보험산업의 혁명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보험 시스템이 초맞춤형 시스템으로 전환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웨어러블 기기용 애플리케이션이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보안성을 갖추느냐 여부다. 다음카카오가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에도 관심을 표명한 만큼 이들의 움직임도 주시할 대목이다.

부작용도 우려된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 그것이다. 국내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개인 건강 데이터까지 수집하게 되면 전국민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 데이터를 국가 권력이 오용할 경우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웨어러블 기기로 얻게 될 혜택만큼이나 이들 기관과 기업에 대한 역감시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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