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모바일 검색이 달라진다. 외관도 바뀌지만 무엇보다 '지능'(Intelligence)이 탑재되는 것이 핵심이다. 사용자의 검색 의도를 세세하게 분석해 맞춤형 결과를 제시하게 된다.

▲  네이버 모바일 검색 개편 뒤 화면. (출처 : 네이버)
▲ 네이버 모바일 검색 개편 뒤 화면. (출처 : 네이버)

네이버는 지난 11월19일 서울 역삼역 파트너스퀘어에서 모바일 검색 개편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강인호 박사(통합검색연구실장)는 오는 12월 개편되는 모바일 통합검색에 '딥러닝'이 도입된다고 밝혔다.

딥러닝은 인공지능 개발에 활용되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의 한 영역이다. 한단계 진화된 심층신경망 알고리즘으로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구글과 MS, 페이스북, 바이두 등 세계적인 IT 거인들은 딥러닝 연구자를 찾는데 혈안이 돼 있다.

구글은 딥마인드, DNN리서치, 젯팩 등 딥러닝 전문 스타트업을 연거푸 인수하며 인재를 확보하고 있다. 바이두는 세계적인 딥러닝 전문가이면서 구글 브레인 AI를 이끌었던 앤드류 응 스탠포드대 교수를 영입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네이버가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딥러닝을 적용했다는 것은 인공지능이 작동하는 검색엔진의 첫 단추를 꿰었다는 의미다. 네이버 쪽은 이를 ‘사람을 닮아가는 검색’이라고 표현한다. 확대해석하면 네이버 검색에 인공지능을 차근차근 담아보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모바일 통합검색을 총괄하고 있는 네이버 강인호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이 검색이라고 인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것, 자연스러운 인터랙션을 제공하기 위해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상황 인지를 하고 싶었다. 사람이 이야기할 때 상대방이 어떤 심리 상태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면서 검색이 대응하는, 그런 검색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고 진행하고 있다.”

지능 담은 검색, 무엇이 달라질까

▲  모바일 개편 전후 아이트래킹 테스트 결과.
▲ 모바일 개편 전후 아이트래킹 테스트 결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바일 앱을 열어 검색창에 ‘ㄷ’을 입력한다고 가정하자. 현재까지는 사용자가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를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딥러닝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사용자 그룹별로 서로 다른 결과값을 먼저 추천해주게 된다.

대전에 거주하는 사용자 가운데 아침마다 날씨 정보를 찾는 이에겐 ‘대전 날씨’를 먼저 보여준다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다음 웹툰을 검색하는 사용자에겐 ‘ㄷ’만 입력해도 다음 웹툰을 먼저 제안하는 식이다. 사용자가 검색 질의어를 입력하는 시간대, 위치, 관심사, 상황 등을 기계가 빠르게 학습해 맥락에 맞게 결과값을 제시해준다.

예측력도 높아진다. 사용자의 검색 이용 패턴을 분석해 가장 알맞은 문서를 추출해 보여준다. 이를 네이버 쪽은 '검색 시퀀스 패턴 기반 예측'이라고 부른다. 현재 네이버는 맛집 키워드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사용자의 34% 정도는 맛집 검색 뒤 행위를 멈추는 반면, 60% 이상은 검색어에 메뉴명을 추가하거나 지역을 바꿔가며 검색 행위를 이어간다고 한다. 개편되는 모바일 검색은 사용자가 추가 입력한 키워드나 지역 등 패턴을 파악해 가장 유익한 검색 링크를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맛집 검색 랭킹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검색 어뷰징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강인호 박사는 “맛집 어뷰징을 막기 위해 온갖 정보를 다 활용해서 테스트를 해보고 있다”면서 “직접 해당 지역에 가서 검색하는 유형, 지도로 검색하는 유형, 네이버에서 업체명을 치고 들어가는 유형 등 다양한 요소가 이미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특정 맛집은 40대가 낮 12시에 가장 자주 찾는 곳이라고 설명해주고 싶지만 이건 양날의 검일 수밖에 없다”라며 “현재 (랭킹을 계산하는 데) 10여개의 요소가 반영돼 있는데 어디까지 늘릴지 현재도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0쿼리’ 검색과 보안 강화

▲  제로쿼리를 위한 검색 패턴 분석 내역.
▲ 제로쿼리를 위한 검색 패턴 분석 내역.

네이버 모바일 검색 개편의 목표는 향상된 지능을 담은 ‘0쿼리 검색’이다. 사용자가 완결된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검색 결과를 추천해주는 것이다. 강인호 박사는 “검색창을 켜기만 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것들이 지도나 문서로 뜨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역에 내리면 어떤 주제를 생각하고 있는지 먼저 물어보게 되고, 몇 가지 힌트만 사용자가 제공하면 관련 내용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능화된 검색이 곧 구현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대일 개인화 검색으로는 확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개인정보보호라는 예민한 이슈와 맞물려서 있기 때문이다. 그룹 단위로 유형화해 최대한 맞춤형으로 검색 결과값을 제공할 계획이다. 네이버 쪽은 “사실 사용자가 허락만 해준다면 일정 정보를 파악해 관련 문서를 미리 보여줄 수도 있다”며 “하지만 개인정보 관리 차원에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 모바일 검색은 보안도 강화한다. 모든 문서는 11월27일부터 'https'로 전환돼 사용자의 브라우저와 네이버 서버가 주고받은 모든 정보가 암호화된다. 페이스북 등 해외 사이트들은 https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강제한다. 네이버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통상 http를 https 프로토콜로 변경하게 되면 서버 부하가 늘어나 서비스가 느려지는 단점이 발생한다. 하지만 네이버는 SPDY 프로토콜을 기본으로 적용함으로써 로딩 속도 저하를 막아냈다. 오히려 SPDY를 도입한 이후 속도가 30% 개선됐다고 네이버 쪽은 설명했다.

깔끔해지고 군더더기 사라진 네이버

▲  네이버 모바일 검색 결과 내 37개 클릭 영역을 개편 뒤엔 19개 영역으로 대폭 줄인다.
▲ 네이버 모바일 검색 결과 내 37개 클릭 영역을 개편 뒤엔 19개 영역으로 대폭 줄인다.

전반적으로 네이버 모바일 검색은 개편 전에 비해 지능은 향상됐고 군더더기는 줄어든 느낌이다. 검색 결과는 카드형 디자인을 채택해 관련 정보 식별도 훨씬 용이해졌다. 네이버식 미니멀리즘이 녹아든 인상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네이버만의 독자성을 강조하며 구글을 의식한 표현들이 자주 등장했다. '심리스서치'(Seamless Search)를 설명하며 “구글에선 쓰지 않는 용어”라고 강조한다거나 구글 머티리얼 디자인에 대응해 ‘In Design’ 콘셉트를 길게 브리핑한 사례가 그렇다. 구글과 기술적 차이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단호하게 “없다”고 답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네이버와 안드로이드 OS를 등에 업고 서서히 몸집을 키우고 있는 구글. 흥미진진한 이 경쟁은 12월 다시 한번 사용자들의 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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