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스마트폰 출고가를 인하하기로 했다. 이번에 내리는 제품은 LG전자의 ‘G3’와 팬택의 ‘베가 아이언’이다. G3는 89만9천원에서 10만원 내린 79만9천원이고, 베가 아이언은 38만4천원에서 11만4천원 내려 27만5천원에 살 수 있다. 여기에 약정에 따르는 보조금을 더하면 실제 약정 가격은 더 내려갈 수 있다.

KT는 이번달 들어 몇 차례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끌어내렸다. 11월 한 달 동안만 10가지 제품의 값을 내렸다고 한다. 물론 이는 KT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고 통신 3사 모두가 약간의 시차만 있을 뿐 엇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단통법의 효과라면 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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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예를 삼성전자 '갤럭시S5'나 '갤럭시노트4' 같은 기기에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갤럭시코어'와 '갤럭시 그랜드'를 5만원 정도 내렸고, 소니 '엑스페리아E1' 같은 저가폰도 싸게 팔기 시작했다.

가격 인하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삼성전자와 LG전자 그리고 팬택이다. LG전자는 출시된 지 시간이 꽤 지난 ‘옵티머스 G프로’를 40만원 선에 내놓은 데 이어, 출시된 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보급형 제품으로 내놓은 ‘G3 비트’도 40만원대에 내놨다. 주력 제품인 G3는 90만원대였던 것을 89만9천원으로 끌어내린 이후 다시 10만원을 내려 출고가만 79만9천원에 팔린다. 여기에 보조금이 붙으면 가격이 조금 더 내려갈 수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주력 제품에 직접적으로 제품 가격을 내리진 않는다. 대신 통신사들은 삼성전자의 제품에 대해서는 보조금을 올리는 것으로 가격을 내리는 방법을 쓴다. 출고가 인하는 단말기 값을 조정하기 쉽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보조금은 1주일 간격으로 조절할 수 있다. '아이폰6'에 대해서도 인기가 낮은 16GB에 한해 비슷한 방식으로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팬택은 조금 다르다. 팬택은 그 동안 제품이 묶여 있었다. 통신사 창고에 쌓인 것만 재고가 수십만대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회사의 위기와 통신사 영업정지 등이 맞물리면서 판매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현재 팬택은 수익보다도 제품 가격을 내려서라도 자금 회전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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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팬택은 신제품인 ‘베가 팝업노트’도 출시부터 출고가를 35만원대로 크게 낮췄다. 비슷한 하드웨어를 갖춘 ‘베가 아이언2’도 35만원대에 팔린다. 구형 제품인 ‘베가 아이언’은 27만5천원, ‘베가 시크릿노트’는 29만7천원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진 않지만 가격을 내리면서부터 팬택 제품의 판매량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G나 3G피처폰에 대해서도 최소 지원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단말기 가격을 낮추기도 했다. 느리지만 전반적으로 단말기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는 보인다. 시장도 이제는 최신폰보다 저가폰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

최근의 출고가 인하 흐름은 상대적으로 인기가 낮은 보급형 제품과 출시된 지 1년이 넘은 구형 제품들로 이어지곤 한다. 무턱대고 내리는 건 아니다. 출고가 인하는 대체로 통신사와 제조사가 함께 협의하고 결정하기 때문에 대체로 통신3사가 비슷하게 가격을 책정한다.

다만 이미 통신사에 입고된 제품의 경우 출고가 인하분에 대해 통신사와 제조사 사이의 조정이 필요하다. 대체로 협의후 인하된 부분에 대해 제조사가 어느 정도의 비용을 통신사에 되돌려주는 식이다. 팬택의 경우 가격 조정이 큰 만큼 통신사 채무가 늘어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출고가 인하는 이달 들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단통법의 효과라면 효과다. 30만원대 팬택 신제품의 가격을 두고 ‘이제 정상가로 가고 있다’고 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아직은 확신하기 어렵다. 팬택은 단통법이 아니었어도 가격을 내려서 팔아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단말기 과소비가 줄어들고 저가폰 시장에 적절히 무게가 실리는 것은 괜찮은 신호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는 스마트폰이 비싸다는 인식이 뿌리를 박으면서 나온 반응이기에 언제고 다시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남아 있다. 그리고 결국 단말기 시장을 안정화하고, 단말기 대신 요금 경쟁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여전히 단통법과 관련된 시장의 분위기는 단말기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를 둔 논란은 일시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단말기 값은 내리긴 내렸지만 어딘가 찜찜한 부분도 없지 않다. 정상적인 시장의 판단이 아니라 인위적인 가격인하가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값을 내리는 쪽도 경쟁이나 특별한 가격 인하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분위기에 눌리는 것 같은 분위기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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