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한국에선 어린이 소프트웨어(SW)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한국 IT기업들은 하나둘 사회공헌 활동으로 SW 교육을 지원하고, 교육업체들은 방과후 수업으로 SW 교육 시간을 마련했다. 그만큼 SW 교육에 대한 찬반 논란도, 오해도 많았던 해다. SW 교육은 아직 학부모에게도, SW 교육자에게도 낯선 개념이다. 그만큼 궁금함도 크다. 7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2014년 한국 SW교육 현황을 둘러보자.

1. ‘창조경제’ 때문에 갑자기 등장한 교육이다?

SW교육은 '창조경제' 개념이 등장하기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었다. 영국 정부는 2014년 초 ‘코드의 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우리돈 8억여원을 투자했으며 방송사, 교육단체, 기술 업계 모두가 함께 코딩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코드닷오아르지를 통해 “게임을 하지만 말고 함께 만들어보자”라며 “기술 교육은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라고 유튜브 동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그 밖에도 베트남이나 핀란드 등 교육 과정에 SW 과목을 넣은 나라는 많다.

http://www.youtube.com/watch?v=JDw1ii7aKwg

☞지난 12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SW 교육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영상(영상:코드닷오아르지/자막 있음)


이러한 흐름을 미리 읽은 국내 일부 교육자들도 과거부터 SW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SW 교육에 관한 관심이 크게 증폭된 데는 아무래도 정부 영향이 크다.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교육부 등이 올해 7월 말, “SW 교육을 기존 학교 수업에 확대 적용하겠다”라는 요지의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 IT에 관심 없었던 사람들도 SW 교육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2. SW교육은 영재교육?

과거 소프트웨어는 주로 영재교육이나 로봇 교육 같은 시간에 가르쳤다. 취재하다 만난 학부모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자녀가 영재반에 속해 있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는 영재반 학부모가 정보를 더 빨리 알아, 한정된 SW 수업 정보를 많이 파악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W 교육 수준은 모든 아이들이 무리 없이 따라올 수 있는 정도이지, 몇몇 공부 잘 하는 아이만 접할 수 있는 교육은 아니다.

▲  8월25일 열린 ‘인텔 갈릴레오 여름캠프 2014′. 교사 질문에 답을 하려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있다.
▲ 8월25일 열린 ‘인텔 갈릴레오 여름캠프 2014′. 교사 질문에 답을 하려 학생들이 손을 들고 있다.

3. 2015년엔 중학교 1학년생은 무조건 SW 교육 의무화?

교육부와 미래부 및 관련 부처는 7월23일 SW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적잖은 언론사가 ‘내년부터 SW 교육을 의무화한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정말로 2015년 중학교에 입학하는 1학년 학생이 SW 교육을 바로 받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전부는 아니라는 말이다. 2015년 하반기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확정된다. 이 교육과정은 2017년과 2018년 이후 교육과정 내용을 담고 있다. 2015년 개정이 확정된다는 것을 2015년에 바로 교육이 시행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이들이 적잖다.

초등학교부터 보자.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7년부터 연차적으로 초등학교 학생들이 SW 교육을 배운다. ‘연차적’이라는 말 뜻이 헷갈린다. 이 말은 2017년엔 초등학교 1·2학년이, 2018년에는 초등학교 1·2·3·4학년 학생이, 2019년에는 초등학교 전학년 학생이 SW 교육을 받는다는 걸 뜻한다. 초등학생들은 ‘실과’과목의 하나로 SW 교육을 받는다. 실과는 보통 5·6학년에 편성된 과목이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초등학교 모든 학생이 SW 교육을 배우는 시기는 2019년이 될 확률이 높다.

중·고등학교는 어떨까.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8년부터 연차적으로 중고등학생들이 SW 교육을 받는다. 2018년에는 중·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2019년에는 중·고등학교1·2학년 학생이, 2020년에는 중·고등학교 전학년 학생이 SW 교육을 받는다. 과목은 ‘정보’다. 정보 교과서에 넣을 콘텐츠나 수업 방식은 논의 중이다.

미래부와 교육부는 2015년까지 SW 교육에 대해 큰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과서나 수업 세부 사항이 만들어진다. 시간이 더 있으면 좋겠지만 큰 틀을 잘 잡는 데 너무 촉박한 시간은 아니라고 보는 게 내부 전문가들의 평가다. 본격적인 SW 수업은 2017·2018년에 이뤄지니, 그때까지 준비할 시간은 있다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SW_EDU_2014_02
▲ SW_EDU_2014_02

4. 교육부와 미래부, 누가 주관?

위에서 언급한 교육과정 및 정책 수립은 교육부가 주관한다. 즉, 교육부는 교육정책과 교육과정에 어떻게 SW 교육을 넣을지 지원한다. 2015년과 2018년 사이에 시간이 있다. 이때 교육부는 ‘연구학교'를 지정해 앞으로 바뀔 교육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테스트하는 시간을 갖는다. 교재나 수업방식을 연구학교와 함께 개선하는 셈이다. 연구학교는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닌, 원하는 학교가 신청하고 시·도교육청이 내부 기준으로 판단해 뽑는다. 뽑힌 학교는 내년부터 당장 SW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래부는 무엇을 할까. 사실 SW 교육을 더 강하게 밀어붙인 주체는 미래부라는 의견이 많다. 미래부는 교육부와 달리, SW 교육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SW 교육을 일반 대중에게 더 널리 알리는 역할이다. 이를 위해 시범학교(혹은 '선도학교')를 정해 SW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다. 미래부가 말하는 ‘시범학교’와 교육부가 지정하는 ‘연구학교’는 서로 다른 학교다.

시범학교는 학생, 교사, 학부모가 SW 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범학교는 올해 70여곳이 선정됐으며, 내년엔 총 136곳가 선정될 예정이다. 어떤 교사가 SW 교육 행사를 크게 열고 싶다고 하면 비용도 지원한다. 예를 들어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미래부 지원을 받아 방학 중에 ‘창의캠프’를 열어 SW 수업을 진행한다. 여기에 필요한 기자재나 강사를 미래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창의캠프는 인기가 많았다. 올해 200명 신청을 받았는데, 홈페이지를 연 지 20초만에 접수가 완료될 정도였다. 이러한 인기를 기반으로 미래부는 내년엔 창의캠프 횟수를 10회로 늘릴 계획이다. 미래부는 일단 2018년까지 SW 교육이 학교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다. 이후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두 단체가 소통이 안 된다기보다 서로 다른 일을 맡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  정부가 발표한 소프트웨어교육 정책 보도자료
▲ 정부가 발표한 소프트웨어교육 정책 보도자료

5. SW 과목이 수능과목이 된다?

교육부는 “정보 과목이 수능과목으로 들어갈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라고 말했다. 대신 고등학교에서 SW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높아진 건 사실이다. 앞으로 고등학교에서는 ‘정보’ 과목이 사회탐구나 과학탐구처럼 선택과목으로 지정된다. 모든 고등학생이 배우는 게 아니라, 정보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다.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선 문·이과 학생들이 서로 다른 영역 과목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문과 학생들도 더 쉽게 SW 교육을 접할 수 있다.

교사 사이에서도 이 부분은 의견이 나뉜다. 일부 교사는 “수능으로 들어가야 고등학교 때 정보 과목을 선택한다”라며 “이에 대한 부작용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그 반대 의견은 “수능으로 들어가면 시험을 위한 교육이 강화되고, 기본 SW 교육 본질이 훼손된다”란 주장이다. 더 많은 학생들이 SW 교육을 접하길 바라는 교사는 수능과목으로 들어가는 걸 찬성하고, 소수라도 암기식이 아닌 창의를 배우는 도구로 SW를 바라보는 교사는 수능과목 편입에 반대한다.

6. 주입식 코딩 교육?

교과서로 배우는 SW가 자칫 주입식 코딩교육이 되지 않겠냐는 시선도 많다. 일반적으로 SW 교육이 추구하는 바는 프로그래밍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SW를 이해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기르도록 돕는 데 집중한다. 즉, 프로그래머를 양성하기 위한 수업을 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고를 기반으로 SW를 미술, 음악, 수학 등에 결합해 융합사고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기관이나 IT 기업, 전문 단체가 여는 수업 대다수는 특정 수업 방향을 강요하지는 않는 편이다. 보통 '스크래치'나 '아두이노'처럼 기존에 증명된 어린이 SW 교육용 도구를 쓴다. 수업 콘텐츠를 만들 때도 외부 교육 전문가들이 직접 제작하고, 연수 강사도 이러한 전문가들이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이러한 문화가 일부 학원가에 왜곡돼 확산되기도 하는 모습이다. SW 교육 전문가 ㄱ씨는 “강남 일부 학원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입시 설명회’가 열리고, 기술만 알려주는 SW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러한 학원은 정보올림피아드 시험 성적을 높이는 데 주력하곤 한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또 다른 전문가 ㄴ씨는 “현재 방과후 수업에선 사고력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무작정 따라하기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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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_EDU_2014_03

7. 누가 SW 교사를 맡아야 하나?

SW 교육을 누가 맡느냐도 논란거리다. 교육부는 초등학교에서는 담임교사가, 중·고등학교에서는 정보컴퓨터 관련 교직 전문가가 SW 수업을 맡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그러려면 다른 수업 시간이 줄어야 정보 수업시간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학교에서는 ‘과목이기주의’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 A 교과목이 B 과목보다 더 중요한만큼, 수업 시간을 줄이지 못한다”라는 식으로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다. 보통 기술, 과학, 정보교사 등 겹치는 영역이 많은 과목에서 이러한 충돌이 나타난다. 의견 조율이 필요한 상태다.

미래부는 현재 SW 교육 사업에서는 개발자에서 교사까지 여러 구성원을 SW 교사로 받고 있으며, 수업 계획서를 기반으로 누가 적임자인지 선별한다. SW 교육 기업에선 특정 기간 동안 연수를 거친 교사를 SW 강사로 내세운다. 하지만 여전히 SW 교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2014년 하반기에는 교육단체나 기업에서 진행하는 SW 교사 양성 프로그램들이 부쩍 늘어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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