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LTE가 서비스되기 시작한 지 이제 4년이 돼 갑니다. 그 동안 LTE 서비스는 한 해가 멀다하고 'LTE-A', '광대역 LTE' 등 숨가쁘게 세대 교체를 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3밴드 LTE-A'를 두고 통신사끼리 ‘누가 먼저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네’ 하는 논란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용자 가운데 정작 그 LTE 서비스들이 각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쓰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통신사도 ‘빠르다’, ‘ 최초 서비스’ 하는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정작 어떤 서비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에 대한 설명은 그리 열심히 하지 않고요. 그러다 보니 새 서비스가 나오면 요금이 많이 나오는 것 아니냐, 기존 LTE는 이제 낡은 서비스가 된 것 아니냐는 걱정도 하게 됩니다.

<블로터>와 KBS ‘차정인의 T타임’이 복잡한 LTE 서비스를 한번 짚어보려 합니다. 전국민이 매달 5~10만원씩 내고 쓰는 통신 서비스, 하지만 돈 내고도 어딘가 찜찜한 느낌이 드는 게 통신서비스입니다. 올해는 LTE에 대해 제대로 한번 알고 쓸 수 있도록 서비스, 요금, 단말기에 대해 통신사가 알려주지 않는 이야기들을 짚어봅니다. 첫 번째는 복잡한 LTE 서비스의 종류에 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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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와 있는 LTE 서비스 종류를 나눠서 보자면 5가지 정도 됩니다. 순서대로 보자면 LTE, LTE-A, 광대역LTE, 광대역LTE-A, 3밴드LTE-A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들은 모두 다운로드 속도와 관련돼 있습니다.

먼저 처음 시작한 LTE부터 볼까요. LTE망에서 다운로드 속도는 오로지 주파수의 양과 관련 있습니다. 얼마나 넓은 영역의 주파수를 쓰느냐지요. 이를 ‘대역폭(bandwidth)’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쓰는 LTE는 10MHz 단위의 주파수 대역폭을 갖습니다. 이 10MHz 주파수가 하나의 덩어리가 됩니다. 이 10MHz 대역폭에서는 이론상 최대 75Mbps, 즉 1초에 약 9.3MB 정도를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주파수나 다운로드 속도 같은 말이 어렵다면 굳이 기억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 한 덩어리가 서비스의 기준이 된다고만 기억해도 됩니다. 자, 이제부터는 수도꼭지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두 번째로 시작한 LTE-A는 이 단위 주파수를 2개 묶은 것입니다. 따로 떨어져 있는 10MHz대 주파수 2개를 묶으면 20MHz 주파수를 쓰는 것 같은 효과를 냅니다. 수도꼭지를 2개 틀어서 물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통이 2배 빨리 차겠죠. 다운로드 속도가 2배로 빨라지는 겁니다. 75+75가 되니 총 150Mbps, 1초에 18.75MB의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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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bandlte-3

그 다음 나온 것이 ‘광대역LTE’입니다. KT가 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황금주파수’라고 광고하고, 타 통신사들이 꽤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던 서비스죠. 이 광대역은 말 그대로 대역이 넓어진 겁니다. 하나의 주파수대에서 대역폭을 2배 늘린 겁니다. 하나의 주파수가 20MHz가 되는 것이지요. 이것도 이론상 속도는 150Mbps를 냅니다. LTE-A와 같지요. 하지만 이 광대역은 수도꼭지 2개가 아니라 수도 배관이 2배로 커져서 배관 하나로 물이 2배 많이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주파수 덩어리 2개를 묶되 LTE-A는 떨어져 있는 주파수, 광대역 LTE는 붙어 있는 주파수라고 보면 됩니다.

여기서 잠깐 짚고 넘어갈까요. LTE-A는 원래 150Mbps 속도를 내는 LTE를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국내 통신사들이 떨어져 있는 주파수를 묶는 서비스를 LTE-A라고 정의하고 있을 뿐입니다. LTE-A가 나오면 ‘떨어진 주파수를 합쳤구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다음으로 나온 것이 ‘광대역LTE-A’입니다. 이 서비스부터는 이름이 약간 끼워맞춘 것처럼 보이지요? 그래서 통신사들도 LTE x3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네, 주파수 덩어리 3개를 묶은 겁니다. 20MHz 덩어리 광대역 주파수와 10MHz의 일반 주파수를 묶은 게 바로 광대역LTE-A라고 부르는 서비스입니다. 속도는 광대역의 150Mbps와 일반 주파수의 75Mbps를 합친 225Mbps입니다. 1초에 28MB 정도를 내려받습니다. 2배 넓은 배관의 수도와 일반 수도를 한번에 틀어서 물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LTE-speedtest
▲ LTE-speedtest

마지막으로 최근에 나온 ‘3밴드 LTE-A’가 있습니다. 이 방식은 따로 떨어져 있는 주파수 대역 3개를 묶는 기술입니다. 그 안의 주파수는 각각 광대역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시작한 3밴드LTE-A는 광대역 주파수 1개와 일반 주파수 2개를 묶습니다. 그러니까 대역폭으로 보자면 20MHz+10MHz+10MHz가 됩니다. 네 덩어리를 묶은 셈이니 75×4로 총 300Mbps의 속도를 냅니다. 우리가 가정에서 쓰는 광랜이 100Mbps입니다. 무선이 유선 속도를 뛰어넘는 것입니다. 수도의 예를 계속 들자면 큰 수도꼭지 하나, 일반 수도꼭지 2개로 물을 받는 것입니다. 물통이 4배 빨리 차겠지요.

이 3밴드 LTE-A는 아직 4개 주파수만 묶지만, 통신사들이 추가로 주파수를 받으면 속도를 더 높일 수 있습니다. 대신 각각의 주파수가 광대역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 최고 20MHz+20MHz+20MHz로 6개 주파수, 총 450Mbps의 속도까지 빨라질 수 있습니다. 물론 통신사가 주파수를 할당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LTE는 이렇게 복잡하게 분산돼 있고, 1년에 하나 꼴로 새로운 게 나오는 걸까요? 그건 LTE 자체가 그리는 그림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LTE 자체가 원래 목표로 했던 통신 속도는 1Gbps입니다. 1초에 125MB의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주파수를 10개 이상 묶어야 합니다. 그런 주파수를 단번에 확보할 수 있는 나라도 없고, 한번에 그렇게 많은 기지국을 세울 수 있는 통신사도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LTE 서비스를 먼저 시작하고 이를 조금씩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주파수를 더해 다운로드 속도를 높인다는 것이지요. LTE-A의 A는 어드밴스드(advanced)를 줄인 말입니다. 계속해서 발전하는 게 바로 LTE입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LTE ○○○’ 서비스는 모두 그냥 ‘LTE’라고 부르면 됩니다.

3band_lte_skt
▲ 3band_lte_skt

그럼 더 빠른 서비스를 쓰면 요금도 비싸질까요? LTE를 쓰고 있다면 요금 차이는 전혀 없습니다. 4배 빠르다고 요금이 비싼 것도 아니고, LTE라고 해서 싼 것도 아닙니다. 요금제를 바꿔야 더 빠른 LTE를 쓰는 것도 아닙니다. LTE는 모두가 같은 요금제로 묶여 있고, 통신 속도는 주파수 신호를 잡는 단말기에서 결정합니다. 단순히 보자면 최신 단말기를 사면 더 빠른 LTE가 저절로 따라옵니다.

그럼 기존 LTE 이용자는 손해보는 것 아닐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사실 통신사가 LTE 주파수를 여러 개 묶는 이유에 속도가 첫 번째는 아닙니다. 마케팅으로는 잘 쓸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가입자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LTE 스마트폰들은 여러 주파수 중에서 필요한 것을 골라잡을 수 있는데, 한쪽 주파수에 너무 많은 가입자가 몰리면 속도가 느려집니다. 그래서 다른 주파수로 분산시킵니다. 주파수를 고를 수 없는 구형 단말기는 가만히 있어도 최신 단말기들이 다른 주파수로 옮겨가는 효과가 있는 겁니다.

가입자가 늘어나면 속도가 느려진다는 이야기가 생소할 수도 있습니다. 하나의 주파수 대역이 스마트폰에 나누어줄 수 있는 통신 속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수도꼭지의 예를 다시 들어볼까요. 수도꼭지 하나하나가 스마트폰이라고 보면 처음에는 물이 잘 나오다가, 점점 주변에서 많은 수도를 쓰면 수압이 약해지지요. 쓰는 사람이 많으면 통신 속도가 느려지는 원리와 같습니다. 3G 시절에는 그 수압이 너무나도 약했지요. LTE는 그에 비해 훨씬 빠르지만 그만큼 가입자들이 쓰는 데이터 이용량이 많아지면서 속도가 느려지고 있긴 합니다. 300Mbps를 광고해도 실제는 절반 정도의 속도가 나올까 말까 합니다. 통신사들도 빠른 통신 속도를 유지하려면 결국 새로운 주파수를 발굴해야 합니다. 정부도 ‘광개토 프로젝트’를 통해 새 주파수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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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T_LTE-A

마지막으로 우리가 더 빠르다는 LTE를 꼭 써야 하는지 생각해봅시다. 현재 LTE의 속도는 모두 다운로드 속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큰 파일을 얼마나 빨리 내려받을 수 있느냐는 것이지요. 인터넷 속도는 이 다운로드 속도가 결정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하나의 요인이 더 있습니다. 응답 속도입니다. 데이터가 신호를 타고 기지국을 거쳐 서버에 도달했다가 원하는 정보를 싣고 다시 기지국을 거쳐 주파수를 타고 스마트폰에 오는 시간입니다. 웹페이지를 보다가 링크를 눌렀을 때 원하는 화면이 뜨는 속도라고 보면 됩니다. 무선랜의 경우 이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LTE는 아직 이 속도가 약간 늦습니다. 하지만 주파수를 아무리 묶어도 이 응답 속도는 변하지 않습니다. 응답 속도를 더 빠르게 하는 건 LTE가 아니라 5세대 네트워크의 중점 과제입니다.

물론 다운로드 속도가 빠른 것은 좋은 기술입니다. 하지만 반대 효과도 있습니다. 오히려 영상이나 음악 스트리밍을 할 때 파일을 더 빨리 받아놓기 때문에 데이터를 더 빨리 소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파수를 여러개 묶으면 묶을수록 스마트폰이 할 일이 많아집니다. 열이 많이 나고, 배터리도 더 많이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이 느리고 답답하면 바꿀 필요는 있겠지만 더 빠르다는 LTE를 쓰기 위해 새 스마트폰을 바꿀 이유는 별로 없다고 보면 됩니다.

요약해 봅시다. 현재의 LTE 기술은 주파수를 묶어 다운로드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 속도는 꽤 빨라서 어떤 종류의 LTE를 쓰더라도 우리가 웹페이지를 보고 SNS를 쓰거나 심지어 음악, 동영상을 보는 데 별로 큰 영향을 끼치지 않습니다. 속도에 따라 요금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고 요금제를 바꿀 필요도 없습니다. 2~3년 정도 주기로 새 스마트폰을 교체할 때 저절로 따라오는 기술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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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E_pict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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