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운영체제(OS)와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은 영화 ‘그녀(Her)’를 본 적 있는지. 영화 초반에 남자 주인공이 게임을 즐기는 장면이 퍽 인상 깊게 묘사된다. 영화 속 남자주인공은 TV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거실에 등장한 가상현실 속에서 게임을 즐긴다. 흰색의 작은 ‘욕쟁이’ 캐릭터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거실 바닥에 게임 속 동굴에서 잃어버린 길을 찾기도 한다. 남자 주인공이 즐기는 게임은 현실의 거실이 가상현실에 중첩돼 실감 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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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얘기일 뿐이라고? 마이크로소프트(MS)가 생각보다 빨리 이같은 기술을 현실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1월21일, MS가 새 OS ‘윈도우10’ 발표 행사를 열었다. MS는 이 행사에서 가상현실 기기도 함께 발표했다. 이름은 ‘홀로렌즈(HoloLens)’다. MS는 홀로렌즈가 앞으로 사용자의 컴퓨터 활용 습관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홀로렌즈는 머리에 쓰는 기기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의 일종이다. 오큘러스의 가상현실(VR) 기기 ‘오큘러스 리프트’나 소니가 개발 중인 ‘모피어스’ 프로젝트와 비슷하다. 머리에 쓰면 홀로렌즈에 달린 안경 모양의 반투명 디스플레이에서 컴퓨터 그래픽이 만드는 영상을 볼 수 있다. 렌즈에 맺힌 영상은 실제 사물과 중첩돼, 가상현실이라기보다는 증강현실(AR) 기술과 가깝다.

오큘러스나 모피어스와 홀로렌즈가 다른 점은 무선이라는 점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선으로 연결하지 않아도 된다. 홀로렌즈는 독립적으로 동작하는 기기다. 홀로렌즈 안에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탑재돼 있어 사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홀로렌즈가 직접 만들어 보여준다. 단순히 디스플레이 역할을 하는 기존의 웨어러블 가상현실 제품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홀로렌즈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직 콘셉트일 뿐이지만, MS가 소개한 기술을 살펴보면 홀로렌즈가 어떻게 컴퓨팅 환경을 바꿀 수 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다. 책상에 놓인 미완성 제품의 색상을 홀로렌즈의 증강현실 속에서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모니터 속에서 3D 렌더링으로 구현한 제품을 마치 실제 공간에서 보는 것처럼 이리저리 돌려볼 수 있다면? MS가 인수한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거실 테이블과 소파 위에서 즐기는 일도 꿈은 아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의 증강현실 기술은 단순히 놀이의 차원에 지나지 않았다면, 홀로렌즈는 증강현실 기술을 생산 영역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MS는 윈도우10에 홀로렌즈를 지원하기 위한 기술도 탑재할 예정이다. 윈도우10에는 ‘홀로그래픽 API’가 추가된다. 홀로그래픽 API를 이용하면, 개발자는 홀로렌즈를 활용하는 응용프로그램(앱)을 만들 수 있다. 홀로렌즈용 앱 개발을 돕는 ‘홀로스튜디오’도 MS가 제공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ThCr0PsyuA

MS가 공개한 홀로렌즈 콘셉트 동영상 보기(유튜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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