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특정 기관의 도움 없이 언론사가 직접 4대강의 수질 오염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혹은 아파트의 층간 소음 문제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보도하기 위해 오디오 센서를 활용할 수 있다면? 기사의 품질은 물론이고 보도의 신뢰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모양이다. 더 이상 까다로운 정보공개 청구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비싼 측정 기기를 대여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저렴해진 센서, 아두이노와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 제작 키트, 데이터 모니터링 도구의 도움을 받는다면 데이터 기반의 탐사보도는 어렵지 않은 세상이 됐다.
센서의 시대다. 사물인터넷이 센서 시대에 불을 지폈다. 사물인터넷은 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그 연결선을 타고 흘러가는 콘텐츠는 센서가 생산한다. 그래서 센서는 통신기술, 플랫폼과 함께 사물인터넷을 구성하는 3대 구성 요소로 분류된다. 플랫폼을 몸통, 통신 기술을 신경이라 한다면 센서는 감각기관에 비유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센서는 콘텐츠 생산자다. 온도, 가스, 힘, 혈당 등 인간의 감각기관이 놓치고 있는 제6감을 데이터로 변형해낸다. 그런 점에서 센서는 감각기관의 확장된 미디어라 할 수 있다. 센서라는 미디어가 네트워크 기술과 만나 곳곳에 제6감의 데이터를 뿜어낸다.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폰, 드론 속에는 수개의 센서가 부착돼 데이터를 지금도 끊임없이 양산하고 있다. 센서의 넘실거림을 주목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저널리즘이다.
저렴한 센서+DIY 하드웨어 키트+데이터 저널리즘
센서 저널리즘은 센서로 측정한 데이터와 이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보도하는 행위를 뜻한다. 센서 저널리즘이라는 용어가 함축하고 있듯, 데이터 수집을 위한 센서는 필수적이다.
무엇보다 센서 가격의 하락이 센서 저널리즘이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예를 들어 대기 오염을 측정하기 위한 일산화탄소 측정 센서 모듈은 2달러, 우리돈으로 2천원 정도면 구매할 수 있다. 센서 모듈이 장착된 모바일 환경 데이터 측정 기기도 100달러를 넘지 않는다. 이처럼 센서 가격이 하락하면서 센서 저널리즘은 탄력을 받게 됐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확산도 간과할 수 없는 요인이다. 아두이노나 라즈베리파이와 같은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저렴하게 센서 기기를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저렴한 센서 모듈을 구매하더라도 측정된 데이터를 처리할 소프트웨어와 이를 작동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가 없으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키트인 아두이노는 저렴한 비용으로 기자들이 센서 기기를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준다. 키트에 내장된 중앙처리장치(CPU)는 기자가 직접 프로그래밍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일산화탄소 센서를 아두이노 키트에 부착한 뒤 간단한 프로그래밍 작업만 거치면 손쉽게 대기 오염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센서로 만들 수 있다.
최근 전세계 언론사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높아진 이해도 센서 저널리즘 정착에 한몫을 하고 있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데이터를 다루는 기자들의 숙련도를 높였다. 오픈소스 데이터 시각화 툴에 대한 이해나 조작, 데이터 분석 코딩 기법은 저널리즘 스쿨의 정규 과정에 편입될 만큼 보편화하는 흐름이다.
무엇보다 프로그래밍 능력을 보유한 엔지니어들이 저널리스트로 유입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채용 과정에도 소프트웨어 개발력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다만 해외 유력 언론사에 국한돼 있다는 점아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