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의 2014년 실적이 발표됐다. 이번 통신사의 실적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반영된 이후 통신사의 수익 구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일단 통신 3사의 성적표는 대체로 썩 좋진 않다.

지난해 10월 단통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그간 통신사들이 쓰던 막대한 마케팅 비용의 변화가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 것이냐에 있었다. 음성적으로 단말기 할부금을 깎아주면서 번호 이동 가입자 유치에 쓰던 비용을 막으면 단말기 가격에 낀 거품을 가라앉히고, 더 나아가 통신사의 요금 인하 여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단통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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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lecom_2014q4_01

통신사들은 보조금을 줄여서 당장 요금에 반영하는 대신 보조금을 더 많은 가입자들에게 나누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일단 통신 3사의 실적은 단통법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대체로 매출은 전년도와 비슷하거나 약간 떨어졌다.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이 지난 분기보다도 떨어졌고, KT는 구조조정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다. 다만 LG유플러스는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실속을 챙겼다고 할 만하다. LG유플러스는 마케팅 비용보다 새로운 요금제와 아이폰 이용자의 유입으로 가입자당 매출이 늘어난 것이 매출 향상 효과라고 봤다.

단통법 시행 이후 확실한 불법이 된 과잉 보조금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여전히 음성적으로 일정 기간 이후 리베이트 금액을 돌려주는 ‘페이백’이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 혜택을 보기는 쉽지 않다. 대체로 스마트폰 가격은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통신사의 실적은 썩 개선되지 않았다.

통신사의 실적이 눈에 띄게 높아지지 않은 이유는 여러가지로 볼 수 있다. 일단 통신사들은 마케팅 비용이 고르게 모든 가입자에게 나누어졌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의 변화가 별로 없고, 오히려 늘어나기도 했다고 설명한다. 가입비가 사라지고, 약정 가입자가 해지할 때 물어야 하는 ‘약정 할인 반환금’ 제도도 힘을 잃으면서 매출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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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lecom_2014q4_02

2015년이 이제 시작되긴 했지만 올 1분기의 실적도 눈에 띄게 좋아질 것 같진 않다. 최근 통신사들은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난 구형 단말기 위주로 보조금 정책을 재편하고 있다. 출시 15개월이 지난 기기는 보조금 상한선인 30만원을 지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에 걸리는 대표적인 제품이 '갤럭시노트3'다. '갤럭시노트3'는 요금제에 따라 공짜에 가까울 만큼 보조금이 들어간다.

또한 통신사들은 가입자가 썩 늘지 않으면서 최신 단말기라도 낮은 요금제를 쓰는 가입자에게까지 보조금을 상한선에 가깝게 지급하는 정책을 내놓기도 했다. 보조금의 상한선을 넘기지는 않지만 보조금이 보편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애초 단통법의 논란이 됐던 ‘통신사 배불리는 정책’이라는 해석도 곧장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워졌다. 현재로서는 마케팅 비용이 요금 인하 여력으로 이어지거나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조금이 고르게 퍼질 것으로 내다보긴 했는데, 현재로서는 요금 인하보다는 보조금이 두루두루 퍼졌다는 쪽에 가깝다.

미래부 류제명 통신이용제도과 과장도 “최근 저가 요금제에까지 상한선 가까운 보조금이 제공되는 일이 늘어났고, 단말기 보조금 때문에 비싼 요금제를 고르던 현상이 줄어들면서 가입자들의 요금제 선택이 자유로워졌다”라며 “결과적으로 통신사의 2014년 4분기 실적은 비싼 요금제를 써야 하는 과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표”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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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lecom_logo_750

한편으로 이번 실적 내용을 통해 보조금 규제가 실제로 통신사의 매출 구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짐작케 하는 지표도 보인다. 단통법은 통신사들이 단말기 보조금의 총액을 규제하고 있는데 사실상 그 안에는 통신사가 부담하는 부분과 제조사가 부담하는 부분이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각각 얼마를 부담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보조금 정책에 큰 변화가 있었지만 통신사 매출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애초 보조금에 제조사들이 부담하는 판매 장려금의 비중이 적지 않았고, 여전히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커진다. 단말기를 비싸게 공급하고 많이 깎아주는 거품이 많이 가라앉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제조사가 통신사에 공급하는 단말기 가격과 판매 장려금의 규모가 밝혀지지 않고서는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3개월 동안 단통법의 효과는 명확히 보편적 보조금으로 가닥을 잡은 듯하다. 구형 단말기와 저가 요금제로 보조금이 확대되면서 최신 휴대폰과 특정 시간대, 특정 가입자에게 쏠리던 보조금이 두루 퍼지는 효과는 분명하다. 하지만 단말기에 쏠리던 경쟁이 요금과 서비스로 옮겨졌는지는 아직까지 와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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