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로 넘어온 ‘아웃룩’이 호평을 받고 있다. 앱이 가볍고 사용성도 좋다. 연락처와 e메일, 일정이 앱 하나에서 통합 관리된다는 것이 아웃룩에 대한 긍정적인 평이다.

요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행보는 놀랍다. 특히 윈도우와 최근 오피스에 대한 MS의 공격은 매섭다. ‘윈도우’와 ‘오피스’의 패키지 판매는 MS의 수익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축이다. 그런데 MS는 급하게 이 수익구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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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2013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프로그램을 유료 구독 서비스로 운영해 왔는데 2014년 이를 일부 무료로 풀었다. iOS나 안드로이드에서는 대부분의 이용자들에게 오피스가 사실상 무료인 셈이다. 원노트는 이미 자연스럽게 모바일로 넘어와 있었다. 그리고 지난 1월 말 아웃룩이 등장했다.

아웃룩은 지난해 MS가 인수했던 '어컴플리'와 닮았다. 전체적으로 보면 아웃룩이라기보다 조금 더 가볍게 쓸 수 있는 과거 ‘아웃룩 익스체인지’와 기능적으로 더 비슷하다. 사실 아웃룩은 특별한 기능이 더해진 앱은 아니다. 구글이 지난해 발표한 ‘인박스’처럼 독특한 e메일 관리 시스템도 없다. 여러번 주고 받는 e메일이 채팅처럼 쓰레드 형태로 묶이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메일에 붙은 기능은 중요한 메일을 따로 분류해주는 정도가 전부다. 분명 엄청난 기능을 품고 칭찬받을 만큼 좋은 앱은 아니다. 하지만 이 아웃룩, 꽤나 손에 잘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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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컴플리도 그랬지만 속도가 빠르고 가볍다. 원하는 기능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다만 어컴플리가 다소 투박했던 것에 비해 아웃룩은 디자인이 한결 나아졌다. 사실 기능적인 변화는 별로 없고 아웃룩의 옷을 입은 셈이긴 하다.

구글, 아웃룩, 익스체인지, 야후는 기본이고 아이클라우드도 동기화할 수 있다. 아이클라우드를 동기화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이폰, 아이패드의 개인 정보 관리 프로그램들을 대체할 수 있다. 각 운영체제에 대해 기본 앱은 대체로 평이 좋지 않다. 주소록이야 넘어간다 쳐도, 일정관리와 e메일 앱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많이 갈렸던 부분이다. 이용자로서는 앱 선택의 여지가 생겼다는 것으로도 좋은 일이다.

모바일 아웃룩의 가장 강점은 통합에 있다. 통합은 PC버전부터 아웃룩이 인기를 얻었던 가장 큰 이유다. 주소록, e메일, 일정의 경우에는 PDA 시절부터도 하나의 앱으로 통합된 앱들에 대한 평이 좋았다. 실제로 편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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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계정을 하나의 기기에서 관리하기가 쉬워졌다. 이것도 또 하나의 통합이다. 구글, 아이클라우드, 아웃룩닷컴이 하나의 앱으로 관리된다. 몇 개의 앱으로 나누어서 보던 내용들을 하나로 볼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아웃룩은 그 자체로도 쓸만한 앱이지만 눈에 띄는 것은 MS의 전략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운영체제 장벽을 넘은 서비스로서의 오피스가 완성되는 단계다.

MS는 그 동안 스스로가 만든 운영체제, 응용프로그램, 서비스를 쓰도록 강요해 왔다. 그게 MS가 이야기하는 방식의 통합이었다. 하지만 최근 MS는 윈도우를 고집하지 않고, 오피스 패키지 판매를 고집하지 않는다. 오피스는 윈도우 외의 운영체제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지만 소비자들은 이참에 다른 운영체제로, 다른 업무용 프로그램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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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이런 시대의 흐름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윈도우를 벗어나는 것을 택했다. 윈도우가 아니어도, iOS나 안드로이드에서 MS의 ‘서비스’를 쓰라는 것이다. 운영체제는 벗어나도 서비스는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 결정 하나로 안드로이드와 iOS가 MS에게는 더 이상 경쟁 상대가 아닌 것이 됐다. 더불어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오피스 앱을 팔아 구글, 애플에게 수익을 나눠주지 않아도 된다.

나 스스로도 윈도우 외 운영체제와 가까워지고, MS외의 서비스에 친숙해지다보니 워드, 핫메일, 아웃룩 등에서 멀어졌다. MSN 메신저가 스카이프에 통합된 이후에는 MS의 서비스에 로그인 할 이유도 사라졌다. 하지만 MS가 오피스의 문을 열어제친 이후 아웃룩닷컴과 원드라이브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태블릿과 스마트폰에서 MS오피스를 쓰다보니 컴퓨터에 오피스 응용프로그램을 깔지 않더라도 MS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접속해 문서를 만들고, 읽고,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아웃룩까지 쓰고 있다.

‘기억하던 이전의 아웃룩보다 의외로 좋다’는 말이 자꾸 나온다. 그게 MS가 ‘MS이탈자’들에게 바랐던 방향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미끼에 순순히 물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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