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7일 <더 레지스터>는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원(DARPA)이 시각 피질에 이미지를 주입할 수 있는 직접 신경 인터페이스(DNI)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방고등연구원은 니켈 2장 두께의 얇은 칩을 10달러 수준으로 개발하는 것을 단기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인간 두뇌에 삽입하는 이 칩의 개발이 완료되면 오큘러스VR나 구글글래스 같은 보조 기구 없이도 가상현실 이미지를 인간의 두뇌에 직접 투사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완성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국방고등연구원은 이를 군사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다.

▲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디렉터
▲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디렉터

국방고등연구원이 칩이 성공적으로 개발되면 “가상현실을 100% 현실로 인식하게 될 것”이라는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디렉터의 예측은 들어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레이 커즈와일은 지난 2월초 향후 25년간 인류가 경험하게 될 기술적 예측을 또 내놓은 바 있다. 이 가운데 중요한 내용만 추려내면 이렇다.



  • 2010년대 말까지 안경은 망막에 이미지를 직접 투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2020년대엔 의학 기술보다 나노기술이 더 스마트해지면서 대부분의 질병이 사라질 것이다

  • 2020년대엔 무인 자동차가 거리를 활보할 것이고 인간에게 고속도로 주행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다

  • 2030년대엔 가상현실을 100% 현실로 인식하게 될 것이고 2040년 전까지 인간의 정신과 의식을 업로드할 수 있을 것이다

  • 2040년대엔 비생명 지능이 생명 지능을 10억배 능가하게 될 것이다



레이 커즈와일은 1990년부터 수많은 기술적 예언을 제시했고 대부분이 적중했다. 단적으로 1998년 이전에 컴퓨터가 인간 체스 챔피언을 누를 것이라는 예상이 들어맞았다. 그의 예상대로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딥블루는 1997년 ‘체스왕’ 가리 카스파로프에 승리를 거뒀다.

레이 커즈와일의 기술 전망은 대부분 인간의 뇌를 겨냥하고 있다. 이는 구글의 전략과 묘하게 맞물리고 있다. 구글은 인터넷과 뇌를 연결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레이 커즈와일을 엔지니어링 디렉터로 불러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뇌와 검색을 연결시키기 위한 구글의 열망은 2004년부터 이미 시작됐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플레이보이>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포부를 은연중에 드러냈다.

“맞습니다.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복잡한 이유입니다. 여러분은 가장 타당하고 정확한 것을 찾기 위해 가능한 많은 정보에 접근하고 싶어합니다. 해결책은 여러분이 수용하는 정보에 한계를 두지 않는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여러분은 전 세계 지식을 정신과 직접적으로 연결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전세계의 지식’을 ‘인터넷’으로 ‘정신’을 ‘뇌’로 치환하면 그가 지향하는 바는 보다 또렷해진다. 구글 검색을 뇌와 연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어떻게’라는 공란이 존재하긴 하지만 구글이 꿈꾸는 검색의 미래는 2004년 세르게이 브린의 이 짧은 말에 오롯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세르게이 브린의 꿈은 레이 커즈와일을 만나 구체화된 실체로 빚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전문가이기도 한 커즈와일은 2013년 칠레에서 개최된 엔탈 서밋에 참석해 “인터넷에 인간의 두뇌를 연결하는 건 헛된 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뇌 속에 디바이스를 심어 기억과 사고를 확장하는 게 일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르게이 브린의 2004년 발언과 맥락이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구글이 두뇌에 내장하는 ‘브레인 칩’ 개발에 착수한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지난 2013년 7월 구글 본사 탐방 기사를 작성하면서 구글 검색이 ‘브레인 칩’에 의해 제어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구글글래스는 이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보다 3년 앞선 2010년엔 구글이 브레인 칩 개발을 완료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구글이 가상현실에 투자하는 행보도 커즈와일의 ‘대뇌 장악’ 프로젝트와도 오버랩된다. 그는 지난 2013년 <시넷>과의 인터뷰에서 영화 ‘메트릭스’와 같은 가상세계 속 활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만약 당신이 가상현실로 들어서게 되면 나노봇은 실제 감각기관으로부터 전달돼 오는 정보를 차단시키고 가상현실 속 관련 정보만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는 곧 생동감으로 가득한 가상현실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당신은 가상현실 속에서 신체를 갖게 될 것이고 실제 몸처럼 움직일 수도 있게 된다. […]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은 여행을 대체할 것이고 나노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새로운 여행 기술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구글은 지난 2014년 10월 '매직리프'라는 가상현실 전문 기업에 5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구글글래스, 구글렌즈 개발에 머물지 않고 가상현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한 매직리프의 지분을 인수한 것이다. 이례적으로 피차이 부사장을 이사로 등록하기도 했다. 구글은 DIY 가상현실 도구인 '카드보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커즈와일은 뇌를 소프트웨어처럼 업로드하는 기술도 2030년대엔 가능하다고 앞서 장담했다. 인간의 모든 기억을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함으로써 인간의 정신이 영구히 보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요커>는 지난 2월22일 이 같은 커즈와일 발언을 인용해 '어떻게 영원히 살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까지 했다.

구글이 커즈와일의 기술 전망을 어느 수준까지 수용하고 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커즈와일의 예측을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데 구글이 뒤처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국방고등연구원의 뇌 이식 칩이 개발되면 구글글래스의 가치가 일부 반감될 수는 있다. 그렇다고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인공지능 연구, 가상현실 투자, 구글글래스 개발 등은 인간의 대뇌를 겨냥한 행보다. 스마트폰 이후엔 ‘지능 폭발‘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간파한 듯하다. 커즈와일이 ‘특이점이 온다’를 통해 누차 강조한 대목이다. 어쩌면 이미 구글은 인간의 의식과 기억을 클라우드 서버에 업로드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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