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초만에 돈을 보낼 수 있는 간편 송금 서비스가 나왔다. 핀테크 스타트업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난 2월25일 안드로이드 앱을 내놓고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토스(toss)'다.

▲  비바리퍼블리카가 만든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 소개 영상 갈무리
▲ 비바리퍼블리카가 만든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 소개 영상 갈무리

송금·결제는 편해야 쓴다

모바일 송금·결제 서비스는 국내에 여럿 있다. 다음카카오가 내놓은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유명세에 비해 널리 쓰이지는 못한다. 카카오페이가 나온 지 5개월이 지났다. 가입자도 200만명이 넘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결제금액 등 성과를 밝히지 않았다. 대신 “아직 초기단계라 가입자 확보에 집중하는 중”이라며 즉답을 피한다. 성과가 미미하다는 간접 증거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대다수가 쓰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들어간 간편 결제 서비스인데도 보급이 더딘 이유는 뭘까. 사용자경험(UX)이 원활하지 않은 탓이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간편 송금·결제 서비스에선 UX가 전부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급결제를 제외한 분야는 많은 걸 알아야 하지만 지급결제는 UX가 전부예요. P2P 대출은 신용평가 엔진이 가장 중요하고, POS라면 단말기 배포가 중요하겠죠. 하지만 송금·결제 분야는 그냥 UX에요."

사용자경험이란 사용자가 어떤 서비스를 쓰면서 느끼는 경험을 말한다. 모바일뱅킹을  써본 사람은 지금까지 모바일 송금·결제 서비스가 얼마나 불편한지 알 테다. 단돈 1천원을 보내려 해도 은행마다 각기 다른 앱을 깔고, PC로 인터넷뱅킹 사이트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를 스마트폰에 복사해야 한다. 송금할 때도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하고 비밀번호도 따로 입력해야 한다. 계좌번호와 보낼 금액을 입력하고 나서도 OTP나 보안카드로 거듭 확인하고 비밀번호를 또 넣어야 된다. ‘간편’과 거리가 멀다.

서비스 자체가 편리하더라도 이용하는 과정에서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얘기한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가 이렇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선물하기 외에 딱히 쓸 곳이 없다. 쓸 곳이 없으니 사용자는 가입해서 사은품을 챙긴 뒤에는 다시 카카오페이를 사용할 까닭이 없다. 뱅크월렛카카오는 돈을 보내면 영업일 하루가 지난 뒤에야 입금된다. 모바일뱅킹이 실시간으로 송금해주는 데 비하면 상당한 불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ywaxqcHi_s

비바리퍼블리카가 만든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 소개 영상 보러가기


토스는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실시간으로 돈을 보내고 받으면서도 3단계만에 송금을 마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토스를 쓰면 돈 보내기 아주 쉽다. 돈 받을 사람 은행 계좌번호는 몰라도 된다. 보낼 금액을 입력하고 전화번호부에서 받을 사람을 찾아 넣으면 문자메시지(SMS) 보내듯 돈을 보낼 수 있다. 비밀번호는 마지막에 딱 한번만 넣으면 된다. 숫자와 영문이 섞인 5자리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바로 송금된다. 3월2일 현재 기업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3개 은행 고객이 토스로 보낼 수 있다. 조만간 우체국과 전북은행도 토스 송금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비공개테스트(CBT) 때 제휴했던 NH농협은 서비스를 재검토 중이다.

입금 계좌를 입력하는 이는 받는 쪽이다. 돈 받은 사람은 토스를 통해 날아온 SMS에서 링크를 눌러 돈 받을 은행 계좌를 입력하면 바로 자기 은행계좌로 돈을 받을 수 있다. 받는 사람은 토스 앱을 내려받거나 토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돈을 받을 수 있다.

토스는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쓸 수 있다. 아이폰 앱은 앱스토어에서 심사 중이다.

'스퀘어캐시'나 '벤모' 같은 해외 간편 송금·결제 서비스도 토스 같은 구조다. UX 측면에서 사용자가 쓰기 가장 편한 서비스 구조가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어느 정도 공식처럼 틀이 나왔다는 뜻이라고 이승건 대표는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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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vaRepublica_Toss_Transfer_Process_01

"유레카!" 기부금 자동이체에서 착안

시중은행이 모여 만든 뱅크월렛카카오도 돈을 받는 데 하루가 걸리는 마당에, 비바리퍼블리카는 바로 돈을 입금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카카오페이 못지 않게 편리한데다 은행 송금에 쓸 수 있다. 왜 다른 회사는 토스 같은 서비스를 내놓지 못할까. 금융회사와 계약 관계가 비결이다.

토스는 뱅크월렛카카오가 쓰는 금융권 공동망이 아니라 회사가 은행과 돈을 주고받을 때 쓰는 펌뱅킹망을 이용한다. 펌뱅킹망은 보험이나 카드회사가 자동이체로 요금을 빼갈 때 주로 쓰는 금융 네트워크다.

사용자가 토스로 돈을 보내겠다고 하면 토스는 자동이체 거래 1건을 만들고 계좌에서 실시간으로 돈을 빼간다. 이 돈은 돈 받을 사람이 계좌번호를 입력하면 그 계좌로 보낸다. 은행과 송금이 아니라 당행 송금이체 서비스로 계약을 맺은 덕분에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할 수 있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10초만에 돈을 보낼 수 있는 ‘진짜’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를 내놓은 비결이다.

이승건 대표는 어떻게 하면 간편 송금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던 와중에 기부금 자동이체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제가 평소에 앰네스티 같은 곳에 기부를 많이 하는데, 그 회사가 어떻게 내 통장에서 돈을 빼가는지 들여다봤더니 자동이체였어요."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CBT서 이용자 반응 확인해

서비스 자체가 훌륭하니 성과가 좋다. 이승건 대표에 따르면, CBT 기간 동안 토스에 가입해 계좌를 등록한 사용자 가운데 2주일에 한번이라도 토스로 돈을 보낸 사용자 비율은 65%가 넘는다. 가입자한테 현금을 줘서 사용자를 끌어모으는 경쟁 서비스가 재사용율이 20%에 그치는 점에 비하면 탁월한 성과다. 보통 다른 회사는 앱을 켜기만 해도 재사용자로 꼽는데, 이승건 대표는 그 수치는 "너무 높아 보지도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송금해야 의미 있는 재사용율이잖아요. 평범한 사람이 매일 송금할 일이 생기는 건 아니죠. 한국은행 통계자료 보면 보통 한달에 2~3번 송금한다고 해요. 저희 평균 사용횟수가 한달에 2.5회예요. 통계와 딱 맞는 거죠. 또 2개월이 지나도 재사용율이 떨어지지 않아요. 저희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쓸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뜻이겠죠."

서비스 가치 알아보는 사용자 확보가 중요해

비바리퍼블리카는 서비스 자체의 힘으로 사용자를 모을 계획이다. 가입하면 얼마씩 주는 식으로 마케팅을 벌여도 성과가 좋지 않은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CBT 기간에 가입하면 돈을 줬어요. 친구 가입시키면 추천한 사람에게 5천원, 새로 가입한 사람에게 5천원을 줬죠. 효과가 좋더라고요. 사용자 수를 늘리는 데는 효과가 있었는데 약발이 금방 떨어졌어요. 또 그렇게 가입한 사람은 재사용율이 굉장히 낮았어요. 돈 받으러 온 거지 서비스를 쓰려고 온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게 아니라 서비스의 가치에 매료돼 오는 사용자를 모으는 게 제일 중요한 듯해요."

이승건 대표는 홍보 비용을 쏟아부어 사용자를 대량으로 확보하는 일방적인 마케팅이 아니라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를 끌고 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토스로 돈을 받은 사람 역시 간편하게 돈을 보내고 싶은 잠재적 사용자로 본다. 그래서 돈을 받는 과정에서 토스가 주는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토스로 돈을 받은 사람이 토스에 가입하고, 또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토스로 돈을 보내 그를 가입시키는 선순환 성장을 입소문 마케팅 또는 바이럴 루프라고 부른다. 이승건 대표는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드롭박스도 쓴 마케팅 방식”이라며 “처음에는 별 볼 일 없어 보일지 몰라도 계기를 찾으면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함께 성장할 인재 찾는다

비바리퍼블리카는 10명이 일하는 작은 스타트업이다. 개발 인력은 7명이다. 이승건 대표를 포함한 다른 직원은 사업 부문을 맡는다.

지금은 회사를 키워나갈 인재를 찾는 중이다.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 그로스해커와 사업 기획자, 안드로이드 개발자 등을 채용 중이다. 이승건 대표는 15명 내외로 팀을 꾸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저희는 딱 3가지만 봐요. 첫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에요. 상대방에게 공감하고 공감받는 능력, 합리적으로 논쟁하는 능력이죠. 두 번째는 태도예요. 한국 금융생활을 바꿔보겠다는 저희 사명감에 공감하고 이걸 본인 삶에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거죠. 그래서 회사에서 성취하는 걸 중요히는 사람이 오면 좋겠어요. 세 번째는 러닝 커브예요. 스마트하게 빨리 학습해야 해요. 조직이 성장하면 개인도 같이 성장해야 하거든요."

이승건 대표는 특히 조직 안에서 조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지금도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있어요. 그런데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또 뽑는 이유가 지금 개발자가 서버 개발일을 하고 싶다고 해서예요. 조직에는 부담일 수도 있죠. 그가 서버 개발은 초보일 수도 있고요. 그래도 조직원이 팀 안에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회사가 여력이 있다면 본인 희망에 따라 원하는 다양한 역할을 팀 안에서 해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서버 개발자를 뽑는 게 아니라, 서버를 그 사람이 하고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뽑는 거죠. 조직원이 조직 안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창업자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핀테크 백본망으로 크고 싶어

토스는 송금 서비스에만 그치지 않는다. 조만간 간편결제 서비스도 내놓을 예정이다. 간편 송금 서비스도 사실 간편결제 서비스를 내놓으려는 포석이다.

“원래 간편결제를 하고 싶었어요. 너무 불편한 결제를 바꾸고 싶었죠. 간편결제 서비스가 잘 안 되는 이유가 결제할 가맹점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가맹점이 없어도 쓸 수 있는 간편결제 솔루션을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말이 안 되는 거죠. 저는 그게 송금이라고 봤어요. 사용자끼리 서로 결제하게 하는 거죠. 그래서 송금 서비스를 먼저 만들었습니다."

송금이나 결제 모두 사용자에게는 수수료를 물리지 않는다. 추후에 결제 서비스가 나오면 가맹점에서 결제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낼 계획이다. 이승건 대표는 핀테크 회사에 비즈니스 백본망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등장할 핀테크 기업도 어쨌든 돈을 주고받아야 하잖아요. 보안상 문제 없게 안정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거래 데이터가 있어야 자산관리 등 서비스도 할 수 있겠죠. 토스 사용자가 늘어나면 핀테크 사업의 기간망이 되지 않을까 하는 포부도 있어요. 사용자가 동의한다면 API로 데이터를 공개할 구상도 있고요. 아직은 계획뿐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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