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통신 사업에 뛰어든다. 직접 기지국을 세워 통신망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고 망을 임대하는 MVNO(이동통신가상망운영자)로서 통신 서비스를 한다. 즉, 우리의 알뜰폰 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총괄하는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은 MWC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들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여러 창구를 통해 그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구글이 공식적으로 사업 진출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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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선다 피차이 부사장은 “구글의 통신 서비스가 기존 이동통신사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경쟁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피차이 부사장은 구글이 만든 넥서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삼성과 HTC 등 제조사들의 시장을 위협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했다. 또한 그는 구글이 MVNO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실행할 새 서비스들을 실험해 하드웨어 사업자와 소프트웨어 사업자가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토양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구글이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 구글은 꼭 무선 사업 뿐이 아니라 인터넷 공급 사업에도 큰 관심을 가져왔다. 구글은 무선 공유기의 자원을 나눠 쓰는 ‘폰(fon)’에 투자하기도 했고, 인터넷 보급이 안 된 국가를 위해 풍선을 띄워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도 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에는 미국 일부 지역에 기가비트 인터넷을 저렴하게 설치, 공급하기도 했다. 구글이 인터넷을 직접 깔려는 목적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배포하는 것과 비슷하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배포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더 많은 구글 검색과 구글의 인터넷 서비스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이동통신 사업도 마찬가지로 보는 듯하다. 결국 안드로이드와 통신 서비스를 통합하기 위해 구글은 통신 서비스를 직접 품을 계획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미 구글은 지난해 4월 버라이존과 이동통신망을 임대하는 것을 두고 논의를 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구글이 MVNO 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이때부터 심심치 않게 흘러 나왔다.

하지만 이는 구글에 위협이 될 수 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유통하는 데에 이동통신사들의 역할은 매우 컸다. 이동통신사들로서는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었기 때문이다. 초기 구글은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모두 통신사에게 나누어줄 정도로 통신사들과 관계를 굳히는 데 노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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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gle_hangout_voice_call

구글은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경쟁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가장 강조했다. 구글이 아직 이 망 위에서 어떤 서비스를 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구글은 모든 서비스를 인터넷 위에서 소프트웨어로 만들어내는 기업이다. 이미 안드로이드는 인터넷 기반의 음성, 영상 통화와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품었다. 통신사들은 속도나 트래픽 제한 등으로 견제하고 있지만 구글이 직접 망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벌써부터 와이파이콜 같은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셀룰러 연결과 무선랜 핫스팟을 동시에 검색해 전화, 메시지,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신호를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속도와 통신료 부담이 적은 무선랜을 통해 셀룰러 통신 서비스의 일부를 대체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둘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면서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원가가 비싼 셀룰러 망을 줄이고 무선랜의 비중을 높이는 기술로 발전할 것을 내다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이는 곧 통신사의 수익 악화로 연결지을 수도 있다.

구글이 인터넷 공급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정황은 꽤 오래 이어져 왔다. 무엇을 할 것인지,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정도만 남아 있다. 구글은 MVNO 사업에 대한 윤곽을 몇 달 안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5월28일부터 개발자회의인 구글I/O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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