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병철 레드헤링 대표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5' 참관기를 <블로터>에 보냈습니다.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_편집자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가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참가업체 목록만도 50쪽에 이른다. 8천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전시장 입구에서 출구까지 한달음에 걸어도 25분이 걸린다. 유료 참가자만 9만명에 달했다. 행사 주최측은 올해 최고 참가자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참가자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 직면한 이동통신사다. 유럽 대형 통신사와 아시아 몇몇 회사가 참가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 차이나텔레콤과 한국 SK텔레콤, KT 등이 참석했다. 두 번째는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라인 등이 여기 속한다. 세 번째는 모바일 기기 및 통신 장비를 만드는 제조업체다. 애플과 삼성, LG, 화웨이 등을 들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환경에서 급변하는 금융업에 주목한 금융업계 주요 인사가 발표에 나서 주요 이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5 행사장 전경(사진 : 홍병철)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5 행사장 전경(사진 : 홍병철)

유럽 대형 통신사가 모인 GSMA가 이곳에서 얘기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동통신사가 당면한 위기와 기회가 무엇인지 거시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모바일, 디지털 전환 가속한다

우선 모바일은 전세계를 더 빠르게 디지털로 바꿔갈 것이다. 전세계 인구 43% 정도가 모바일 기반 인터넷 또는 통신망을 쓰는 모바일 사용자다. 2020년이면 전세계 인구 90%가 모바일 사용자가 된다는 예측이 나온다.

모바일 시장이 확대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휴대폰 값이 낮아져 누구나 살 수 있게 된다. 무선통신망이 품질은 좋아지면서 값은 내려간다. 3G와 4G에 이어 올해 소개된 5G 같이 통신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로 모바일 서비스의 범주도 넓어진다. 모바일 기술이 발전해 금융과 의료, SNS, 숙박, 교통, 물류, 엔터테인먼트, 제조업 등 다양한 산업이 변한다.

모바일 혁명, 통신사보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에 호기

모바일 시장은 커지는 반면, 이통사가 마주한 상황은 호의적이지 않다. 네트워크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건 이통사지만, 거기서 가장 큰 혜택을 얻는 쪽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다.

이들은 모바일 인터넷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해 많은 사용자를 자사 닫힌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인다. 구글의 안드로이드OS나 애플 iOS를 보라. 페이스북을 쓰면 다른 SNS로 내용을 간단히 옮길 수 없다. 반면 사용자는 통신사는 쉽게 옮겨다닌다.

개인 맞춤 서비스, 뒷단 보안은 필수

모바일 시대에는 개인정보보호와 보안 문제도 중요하게 떠오른다. 전세계 모바일 사용자는 37억명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보다 쉽고 편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그들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개별적으로 사용자를 식별해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모바일 환경은 많은 데이터를 쏟아낸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사용 정보 및 패턴을 분석해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대두된다. 그렇게 하려면 모바일 카드나 SIM 카드 같이 신분 식별이 가능하면서도 보안이 강화된 인증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연하게도 개인정보 활용에 따라 보안도 이슈가 된다. 클라우드 서비스 보급도 보안을 더 중요하게 만든다. 사용편의성과 함께 안전한 사용을 위한 보안 역시 같은 무게로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성에 관한 이동통신 사업자 사이에 공동 산업표준을 마련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신분 관리에 관한 업계표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동안 이통사가 쌓아둔 소비자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추진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덧붙었다.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5 무대에 오른 존 프레딕 바사스 GSMA 의장(왼쪽에서 2번째). (사진 : 홍병철)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5 무대에 오른 존 프레딕 바사스 GSMA 의장(왼쪽에서 2번째). (사진 : 홍병철)

모바일, 세상을 바꾼다

모바일 확장은 여러 업종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우버와 에어비앤비는 차량이나 민박집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각각 세계에서 가장 큰 택시 서비스와 호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금융산업도 같은 변화를 거치는 중이다. 특히 모바일 결제 서비스는 개발도상국에서 빠르게 성장한다. 개발도상국은 모바일 사용자가 은행 계좌를 보유한 사람보다 많다.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벌써 250여개 모바일 결제 서비스가 시작됐다.

사물인터넷은 자동차 산업과 소비재 제조업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예를 들어 칫솔에 센서를 붙여 모은 정보를 치과의사나 보험사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나올 수도 있겠다.

느림보 정부 채찍질하는 건 다 비슷해

MWC에 참석한 이동통신사 CEO들은 이렇게 급변하는 모바일 환경에 발맞춰 통신 관련 규제가 보다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OTT 업체보다 통신사가 더 많은 규제를 받는 탓에 경쟁에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 연결된 자동차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통신망의 지연율(latency)이 매우 중요하다. 센서가 모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빨리 운전자와 자동차 네비게이션 시스템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 망 사용에 대한 비용을 누가 지불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급변하는 환경에 비해 정부의 규제 완화가 늦다는 불만은 한국이냐 여기나 같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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