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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있는 사진이나 내용 전문을 기자가 동의도 없이 기사에 그대로 복붙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 경우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 내가알바아니오 독자


얼마전 블로터 흥신소 꼭지에서 기사 저작권을 다뤘습니다. 페이스북에 인터넷 기사를 그대로 옮겨 실으면 저작권 위반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이 기사를 읽은 독자 한 분이 댓글로 질문을 주셨습니다. 거꾸로 언론사가 SNS 글을 ‘복붙'하면 어쩌냐는 말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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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얘기하면 언론사는 처벌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보도 목적으로 인용하는 경우는 저작권법이 폭넓게 예외로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죠.

공정이용은 저작권 침해 예외

저작권법이 규정한 저작권 제도에는 ‘공정이용(fair us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공정이용이란 사회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한도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SNS 게시물 등 저작물을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에 쓰는 경우에는 저작권 적용에서 예외로 인정한다는 겁니다. 저작권법 제35조의 제3항에는 명시돼 있죠.

“(생략)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 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보도도 공정이용에 들어가기 때문에 보도를 목적으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대필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저작권팀장은 “언론사는 보도를 위한 인용을 광범위하게 인정받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공정이용이라는 건 왜 있을까요. 저작권 제도 본연의 목적을 지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저작권 제도는 저작권자의 독점적인 권리를 무조건적으로 지켜주기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창작자에게 합리적인 대가를 돌려줌으로써 그가 다시금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 전체 창작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저작권 제도의 목적입니다.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바라봤다"라는 아이작 뉴턴의 말처럼 창작활동을 하려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둔 것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사회 전체 발전을 위해서 저작권자의 배타적인 권리를 일부 제한하는 겁니다. 이게 공정이용입니다.

"이 법은 저작자의 권리와 이에 인접하는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향상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 저작권법 제1조

보도 위한 이용도 공정이용 기준에 부합해야

다만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따져볼 부분이 남습니다. 저작권법에서 공정이용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영리성 또는 비영리성 등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종류 및 용도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그 중요성

  4.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시장 또는 가치나 잠재적인 시장 또는 가치에 미치는 영향



윤종수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기사에 SNS 게시물을 가져오는 경우에도 반대 경우와 마찬가지로 공정이용에 해당하는지 따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둘 다 마찬가지입니다. 인용인지 공정이용인지 따지죠. 게시물 전체를 다 가져왔는데, 뒤에 조금만 덧붙였다면 인용이나 공정이용이라고 할 수는 없죠. 가져온 콘텐츠가 인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받을 확률이 커집니다. 또 출처를 명확히 표시하고 비영리나 교육 목적에 썼을 경우에도 유리합니다."

기사를 쓸 때 기자가 SNS 글을 가져온다고 쳐보죠. 기사가 10문장인데 그 가운데 퍼온 글이 9문단이라면, 이건 인용이라기보다 '복붙'에 가깝습니다. 또 보도할 가치가 크지 않는데 단순히 트래픽을 끌어모아 광고 수익을 얻으려고 만든 기사라면 저작권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입니다. 말 그대로 SNS 글을 '복붙'하기만 하고 자기 기사처럼 내보냈다면 당연히 저작권 위반이 되겠죠.

반대로 기사 전체에서 인용한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고, 인용이 꼭 필요한데 쓰였다면 보도를 목적으로 한 공정이용에 해당해 저작권 침해 예외 사항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죠.

▲  이 정도는 보도 목적 공정이용으로 '오케이'
▲ 이 정도는 보도 목적 공정이용으로 '오케이'

임베드, 악용하지만 않으면 저작권 보호에 가까워

그렇다면 게시물을 고스란히 퍼나르는 임베드 기능은 어떻게 봐야할까요. <블로터>도 기사에 SNS 게시물이나 유튜브 동영상 등을 삽입할 때 공유 기능을 이용해 게시물 원문을 기사 안에서 보여줍니다. 이런 경우도 저작권 위반으로 봐야 할까요?

윤종수 변호사는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임베드(embed) 기능을 제공하는 것 자체가 퍼나르는 일을 장려하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원문을 그대로 보여주니 출처를 밝히고 트래픽을 저작권자에게 돌려준다는 측면에서는 저작권을 보호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게시물을 임베드해놓곤 마치 자기 콘텐츠인 것처럼 그걸로 상업적인 행위를 벌이면 안 됩니다. 그럴 경우에는 저작권이 아니라 부정경쟁 등 다른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윤 변호사는 경고했습니다.

▲  구글에서 <블로터></div> 기사를 검색했더니, 이런 데가 나옵니다. 위에 배너광고를 달고 아래는 <블로터> 웹사이트를 고스란히 보여주네요. 임베드의 일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명백한 저작권 위반입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고 마치 자기 콘텐츠처럼 보여주며 이익을 취하기 때문이죠. 너 고소!
▲ 구글에서 <블로터> 기사를 검색했더니, 이런 데가 나옵니다. 위에 배너광고를 달고 아래는 <블로터> 웹사이트를 고스란히 보여주네요. 임베드의 일종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명백한 저작권 위반입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고 마치 자기 콘텐츠처럼 보여주며 이익을 취하기 때문이죠. 너 고소!

이 점은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기사로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일반적인 이야기뿐입니다. 저작권 문제는 사안마다 해석이 다릅니다. 같은 콘텐츠를 가져다 써도 퍼나른 주체와 맥락, 용도 등이 다르기 때문에 ‘케바케’입니다. 법원에서 각 사건을 다퉈야 결론이 납니다. 그러니 저작물을 이용할 때는 세심하게 접근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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