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은행의 숙제, ‘모바일을 혁신하라’

발행일 2015-03-09 15:16:23
홍병철 레드헤링 대표가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5′ 참관기를 <블로터>에 보냈습니다.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_편집자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5'의 하이라이트는 핀테크였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가 금융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논의한 패널 토론과 발표 세션에 이목이 쏠렸다. 관련 업계 대표와 담당자가 상당수 참석해 각자의 시각을 공유했다.

우선 다른 산업이 디지털화되며 오프라인 기반 시장점유율이 얼마나 빨리 줄어들었는지 보여주고, 금융산업도 기술 진화의 영향으로 얼마나 빠르고 광범위하게 변할지 전망했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음악·쇼핑·영상·신문 산업은 지난 10년간 오프라인 기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금융산업도 이와 비슷하게 급격히 변하리라고 업계 관계자는 내다봤다.

[caption id="attachment_222242" align="aligncenter" width="800"] ▲온라인화 되면서 각종 산업이 변화된 모습을 한 그래프로 보여준 씨티금융그룹 발표 자료(사진 : 홍병철)[/caption]

이들은 아직 점유율이 1%에 불과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가 2017년에는 6%, 2020년에는 14%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럴 경우 디지털화에 뒤처진 금융회사는 수익 35%가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공유했다. 디지털 결제는 “디지털 금융의 대량학살무기(WMD)”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만큼 전자결제·쇼핑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BBVA 회장, “은행의 미래, 모바일이 이끌 것"

BBVA 프란치스코 곤잘레스 회장은 “은행은 디지털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BBVA는 스페인 최대 은행이자 31개 국가에 진출한 글로벌 은행이다. 그는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데 데이터가 필수라며, 데이터가 새로운 은행 서비스의 중심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모바일이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곤잘레스 회장은 은행에서만 50년 동안 일한 인물이다. 지난 2001년부터 BBVA CEO 겸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BBVA는 2006년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도입하며 글로벌 은행 가운데 가장 디지털화된 은행이 되자는 비전을 선포했다. 지금은 선도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내놓는 글로벌 은행으로 우뚝 섰다.

BBVA는 자체 개발한 모바일 지갑을 통해 고객이 각자 소유한 신용카드를 스마트폰 안에 갖고 다닐 수 있게 했다. 또 매장을 지나가면 각 매장이 카드회사와 함께 제공하는 쿠폰 등 광고를 즉시 볼 수 있게 한다고 곤잘레스 회장은 전했다.

모바일 서비스는 지갑에 그치지 않는다. BBVA는 기존 고객이 대출을 신청하면 1분 안에 모바일 앱을 통해 대출을 해준다. 곤잘레스 회장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도 몇 분 안에 대출해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13%가 모바일 앱을 통해 대출됐다고 한다.

향후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어떻게 보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곤잘레스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현재 모바일폰 사용자 수가 은행 고객수보다 훨씬 더 많다. 고로 은행의 미래는 모바일 고객을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개발자 출신 금융회사 회장, 모바일 혁신 이끌어

곤잘레스 회장은 50년 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BBVA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은행 CEO 중에 개발자로 입행한 사람은 없다. 아마 이런 배경이 BBVA가 가장 선도적인 디지털 글로벌 은행이 되는 데 크게 기여했으리라.

곤잘레스 회장은 처음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시작할 때 우선 뒷단(백엔드) 인프라를 통합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은행의 뒷단 인프라가 통합이 안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대다수 은행의 뒷단 인프라가 각 부서별로 분절돼 있어 통합적인 기능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곤잘레스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실시간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BBVA는 모바일 앱을 통해 은행의 모든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BBVA 은행 대다수 임직원은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caption id="attachment_222243" align="aligncenter" width="800"] ▲프란치스코 곤잘레스 BBVA 회장(왼쪽)이 사회자와 대담에서 핀테크에 관한 의견을 밝히는 모습(사진 : 홍병철)[/caption]

성장 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이 어디냐고 사회자가 묻자 곤잘레스 회장은 미국이라고 대답했다. 모바일 네트워크 인프라가 좋으면서도 은행이 제대로 디지털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미국에 라틴계 인구가 많아 BBVA 같은 스페인계 은행이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듯하다. BBVA 같이 디지털화가 잘 이뤄진 은행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이슈는 어떻게 생각할까. 곤잘레스 회장은 고객 관련 데이터를 사용하려면 사전에 고객에게 동의를 받아야 한다면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의 대표로서 보안 문제는 어떤 글로벌 위험요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소니픽처스 내부 시스템 해킹 하건과 미국-중국 사이 사이버 안보 협정 등이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는 은행은 정부 규제 담당자와 계속 대화와 논의해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에 관한 규제가 핀테크 기술 진화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비자카드, 합종연횡으로 현금 사용자 노린다

라이언 맥이너니 비자카드 글로벌사업부문 사장은 다양한 결제 서비스를 끌어안는다고 밝혔다. 그는 비자카드가 글로벌 은행과 통신사뿐 아니라 '구글월렛', '애플페이', '삼성페이' 등 모든 디지털 지불결제 플랫폼 업체와 제휴를 맺고 있다고 얘기했다. 애플페이를 개발할 때는 비자 쪽 기술자 700여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구글, 애플, 삼성 등 어떤 결제 플랫폼을 쓰더라도 비자와 연결되도록 해 놓았다고 라이언 맥이너니 사장은 말했다.

그는 비자카드의 가장 큰 경쟁 상대가 현금을 쓰는 사람들이라고 봤다. 지금도 전세계에서 현금을 쓰는 거래 액수가 신용카드 거래액수보다 더 많다면서 비자카드는 모바일 결제를 사용할 때 불편함이 가장 적은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한다고 그는 전했다.

씨티그룹, API 열어 다양한 B2C 서비스 확보한다

씨티금융그룹 디지털 전략 글로벌 수석인 그렉 백스터는 씨티은행이 이미 많은 B2B 서비스를 디지털 기반으로 서비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무나 무역 등 금융 서비스가 하루에도 수천억달러 이상 처리되고 있다면서 B2C 분야에도 오픈 플랫폼을 구성해 외부 업체가 개발한 앱이 씨티그룹 금융 플랫폼과 API 형태로 연결돼 고객에게 각종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릭 화이트 바클레이즈은행 최고디자인디지털책임자(CDDO)는 폐쇄적인 은행 시스템을 개방적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변화가 고객이 필요한 서비스를 알아서 찾아 쓰는 마인드로 변화함에 따라 생긴 새로운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모바일은행은 은행 내부를 혁신하는 일

크리스티나 드 빌렌누버 헬로뱅크 CEO는 헬로뱅크가 적지 않은 고객에게 모바일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헬로뱅크는 BNP파리바 금융그룹의 모바일은행 자회사다. BNP파리바에서 헬로뱅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순이익을 기준으로 3~4%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전체 은행 고객 가운데 헬로뱅크를 사용하는 이는 40%에 달한다. 적지 않은 수치다.

헬로뱅크에서 일하는 임직원은 100여명. 그는 모바일뱅킹을 한다는 것이 단순히 새로운 채널을 도입하는 정도가 아니라 은행 업무를 내부에서 혁신적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고위 간부는 모바일은행을 여는 데 회의적이었다. 빌렌누버 CEO는 은행 내부 문화가 바뀌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공개되지 않던 내부 업무가 서로 다른 부서에 열려 고객 중심 서비스를 개발하게 됐다고 그는 전했다.

[caption id="attachment_222244" align="aligncenter" width="800"] ▲마틴 나브라틸 텔레노르 세르비아 CEO(왼쪽에서 두 번째)와 크리스티나 드 빌렌누버 헬로뱅크 CEO가 모바일 은행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사진 : 홍병철)[/caption]

핀테크, 선점효과가 중요해

텔레노르 세르비아의 마틴 나브라틸 CEO는 핀테크가 이제 시작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텔레노르 세르비아는 노르웨이에 본사를 둔 북유럽 최대 통신사 텔레노르(Telenor)가 세르비아에서 연 모바일 은행이다. 비자카드가 비은행 제휴사로서는 처음으로 제휴를 맺은 회사이기도 하다. 나브라틸 CEO는 "모바일 디지털 시장에 누구보다 빨리 진출한 것이 유효했으며, 무엇보다 선점 효과가 중요한 시장 같다"라고 평가했다.
글_홍병철. 레드헤링 대표. 하버드대 학사와 펜실베이나대 와튼 경영대학원 졸업. JP모건, GE캐피탈 등 금융회사에서 10년간 일했다. GE캐피탈코리아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삼보컴퓨터와 판도라TV에서 CFO로 일하며 해외 투자 유치에 힘썼다. 2001년부터 엔젤투자 전문회사 레드헤링에서 대표로 일하고 있다. 한국NFC 등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고문으로 노하우를 전하는 데 열심이다. rhbch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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