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사업 모델을 뒤흔드는 판단이 나왔다.

미국 법원은 우버와 리프트가 운전자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종업원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3월11일(현지시각) 내놓았다. <로이터>가 보도한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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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ber_taxi_800

뉴욕 보스턴 지방검사 새넌 리스 리오단은 운전자를 대신해 우버와 리프트에 각각 집단소송을 걸었다. 두 차량공유 서비스에 가입한 운전자가 회사 직원처럼 일하면서도 유류비와 차량 유지보수 등 비용을 전부 떠안는다는 이유에서다. 리오단 검사는 페덱스 운전자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피고용인이라는 판결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우버와 리프트는 운전자를 개인사업자로 봐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운전자 개개인을 개인사업자로 두고 플랫폼 사업자인 우버와 리프트가 이들과 계약을 맺는 형태로 서비스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림수였다.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 소속 에드워드 첸 판사와 빈스 차하브리아 판사는 11일 이를 거부하는 결정을 내놓았다. 직접적으로 이들이 피고용인이라고 못박은 것은 아니다. 운전자의 법적 지위를 배심원이 판단해야 한다고 미뤄둔 것이다. 다만 법원이 보기에 운전자를 개인사업자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기에 최종 판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공유경제 타격 입나

최종 판결이 나올 경우 두 회사는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소송 비용보다 훨씬 큰 부담을 짊어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운전자를 종업원으로 볼 경우 의료보험과 연금, 고용보험 등 비용을 두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

이는 두 회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개개인의 계약 관계를 바탕으로 운송수단이나 숙박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유경제 사업 모델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포브스>는 이번 결정을 두고 “기념비적”이라고 평가했다.

공유경제를 내세운 플랫폼 사업자는 자발적으로 재화나 노동력을 제공하는 개인에게 기대왔다. 문제는 개인이 모든 위험을 떠안으면서도 사회보험 등 안전장치는 제공받을 수 없다는 점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 개인이 공유경제 서비스에서 돌려받는 대가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쉬는 공유경제가 실은 "부스러기 경제"라고 비판했다. 기술 발전으로 서비스업이 개별 업무로 쪼개져 노동자에게 할당되고, 그때그때 수요에 따라 노동의 대가가 결정된다고 본다. 여기서 생기는 대가 중 상당 부분은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IT 사업자가 가져가고, 노동자는 부스러기만 가져간다고 로버트 라이쉬는 꼬집었다.

빈스 차하브리아 판사는 리프트 운전자가 종업원과 개인 사업자 양쪽 성격을 모두 지닌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의 배심원은 동그란 구멍 2개에 네모난 못을 박아야 할 입장입니다."

택시와 '맞장' 뜬 우버·리프트 얘기일 뿐

한국에서 숙박 공유 서비스 코자자를 꾸린 조산구 대표는 이번 판단이 공유경제 전체에 해당하기보다 우버와 리프트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에만 한정되는 얘기라고 풀이했다. 이베이 같은 개인간 거래 플랫폼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피고용인으로 볼 경우 지금껏 발전한 온라인 시장이 무너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우버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는 이익 관계가 충돌하는 기존 운송사업자와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특수한 상황이라고 봐야 합니다. 택시를 몰고 싶으면 정부에 큰 돈을 내고 면허를 받아야 하는데, 우버는 누구나 할 수 있단 말이죠. 이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밀어붙인 탓에 고향인 미국에서도 우버의 일방적인 사업 행태에 논란이 일 정도였습니다. 이런 정서도 이번 결정에 반영됐다고 봅니다."

조산구 대표는 공유경제가 경제적 효과뿐 아니라 사회적인 가치도 낳기 때문에 기존 사회 질서와 부딪힐 경우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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