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1일 저녁 7시, 늦은 퇴근을 준비 중이었다. 아이폰 앱스토어를 열어 그간 등록된 응용프로그램(앱)의 업데이트를 내려받기 위해서였다. 업데이트 알림이 뜬 앱 숫자는 5~6개. 헌데, 어찌 된 일인지 다운로드가 되지 않았다. ‘iTunes store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생소한 메시지만 아이폰 화면 중앙에서 깜빡일 뿐이었다.

이럴 때 사용자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그리 많지 않다. 스마트폰을 껐다 다시 켜보거나 앱스토어에서 로그아웃하고, 다시 로그인하는 방법 정도. 둘 다 먹히지 않았다. 아뿔싸.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옆자리 선배의 아이폰으로 앱스토어에 접속해 아무 앱이나 내려받아 보려 해도 증상은 마찬가지였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업무용으로 쓰는 ‘맥북에어’로 애플스토어에 접속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애플의 모든 장터 서비스가 먹통이었다. 애플 공식 발표를 따르면, 앱스토어는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난 11일 저녁부터 다음날인 12일 새벽 5시까지 오류로 몸살을 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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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장애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사용자가 불편을 겪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아르메니아, 호주, 브라질, 불가리아, 폴란드, 캐나다, 스위스, 스페인, 스웨덴, 영국, 일본, 미국 등 애플이 서비스 중이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해외 IT 매체 <더넥스트웹>이 미국 현지시각으로 3월11일에서 12일에 걸쳐 보도한 내용을 보면, 문제가 보고된 곳만 따져봐도 40여개 나라가 넘는다. 수억명의 아이폰, 맥 컴퓨터 사용자가 같은 시간 앱스토어 장애를 겪었다는 뜻이다.

막대한 피해 범위도 문제지만, 클라우드와 모바일로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인 사용자의 처지도 되돌아볼 일이다. 지난 2월 중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잠시 먹통이 됐던 사건을 떠올려보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마치 물처럼 취식하는 사용자들이 적잖은 불편을 겪었다. 하물며 앱스토어는 플랫폼이다. 앱스토어와 결부된 수많은 서비스는 애플의 오류 때문에 갈 길을 잃는다. 만약 인터넷이 잠시 장애를 겪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국내에서도 이따금 터지는 이동통신업체의 통신 서비스 장애만 보더라도 답답한 일이 터질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연결된 삶이라는 달콤한 미래는 어쩌면, 업체의 서비스 신뢰성에 좀 더 종속된 삶이라는 말과 같은 뜻이 아닐까.

앱스토어를 플랫폼 삼아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처지에서도 이번 일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업체 관계자는 “당황스러운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우리 쪽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은 아니었고요. 오전에 우리도 장애가 있는 것을 파악해서 게임별로 사용자에게 공지를 날렸습니다. 애플 쪽에서 알림이 온 것은 아니었고, 내부적인 모니터링으로 문제를 확인 했습니다.”

이 게임 업체는 국내와 해외의 매출 비중이 7대3 정도다. 해외 매출 비율이 높다. 플랫폼별 매출 구조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의 구글플레이가 각각 5 대 5 정도다. 11일 저녁 7시께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약 10시간이 지나는 동안 매출에도 불씨가 옮겨붙었음은 물론이다.

우리 시각으로 12일 새벽,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는 업무가 시작됐을 시간 공식 발표가 나왔다. 내용 전문은 다음과 같다.

“iTunes와 기타 서비스 이용에 불편을 겪은 고객들께 사과드립니다. 원인은 Apple의 내부 DNS 장애였습니다. 최대한 신속하게 모든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다려주신 고객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걸로 끝이다. ‘DNS 장애’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 애플은 속 시원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DNS는 ‘도메인네임시스템’을 줄인 말이다. 사용자가 요청하는 .com, .net과 같은 도메인 이름을 숫자로 된 IP 주소로 바꿔 목적지까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애플이 장애라고 표현한 만큼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무엇이 문제였는지는 알 수 없다. 수억명을 혼란에 빠트린 업체의 사과문치고는 예상과 달리 담담한 맛이 있다고 해야 할지. 세종로에 좌판을 깔고, ‘석고대죄’를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사건 발생 직후 명확한 공지와 원인 설명, 재발 방지 약속. 그정도는 할 수 있는 일 아니었을까. 10시간의 앱스토어 정전 동안, 불편은 오로지 사용자들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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