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음질 오디오와 관련된 기술들은 종종 논란거리가 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구분이 된다/안 된다’는 겁니다.

과거 테이프와 LP로 음악을 듣던 시절에는 CD의 등장이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소리가 100% 디지털로 보관되기 때문에 미디어에서 전혀 잡음이 더해지지 않았습니다. 미디어에 잡음이 전혀 끼지 않았기 때문에 그 소리는 너무나 차가웠습니다. 그리고 음질은 분명히 달라졌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LBGaGKYs7Q&feature=youtu.be

음악 플레이어 시장은 어디로 가고 있나

그 이후 디지털 음원이 대중화되면서 MP3의 음질은 늘 도마에 오르곤 했습니다. 용량에 따라 소리가 구분이 된다, 안 된다에서 시작해, MP3 외 AAC나 RM, FLAC 등 새로운 코덱이 등장할 때마다 소리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늘 예민한 주제가 됐습니다.

오디오는 참 예민한 분야입니다. 오디오 케이블에 따라서 음질이 바뀐다는 것은 이제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아직도 ‘SSD가 하드디스크보다 음질이 낫다’거나 ‘SATA 케이블을 바꾸면 소리가 달라진다’는 주장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소니가 ‘음질이 좋은 마이크로SD카드’를 내놓으면서 또 한번 이 음질이 화제가 됐지요.

sony_hra_04
▲ sony_hra_04

이번에는 24비트 음원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4비트 오디오는 꽤 오래 전부터 이야기가 됐지만 2013년 아이리버가 ‘아스텔앤컨’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도마에 올랐습니다. 24비트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휴대용 음악기기가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지요. 반응도 꽤 좋았습니다. 어려움에 처해 있던 아이리버는 아스텔앤컨으로 반전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소니도 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 이후 MP3플레이어 시장은 그야 말로 죽을 쑤었지만 소니는 오히려 매출이 70%나 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43%가 고음질 음원 플레이어라고 합니다.

24비트 오디오가 뭐길래

24비트 오디오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우리가 흔히 듣는 디지털 오디오는 모두 16비트 음원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이 되는 CD는 44.1kHz의 대역폭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고음질 오디오는 24비트 음원이고, 대역폭은 96kHz에서 192kHz로 저장됩니다. 개념이 꽤 어렵긴 합니다.

디지털 오디오를 담던 웨이브(wav) 포맷을 기억하시나요? 소리는 이 이름처럼 웨이브, 즉 곡선 형태로 저장이 됩니다. 아날로그로 소리를 담는 LP나 테이프의 경우에는 이 음파의 형상이 그대로 기록됩니다. 반면 디지털은 음파를 곡선으로 보이도록 잘게 쪼갠 계단처럼 보입니다.

우리가 종이에 컴퍼스를 이용해 연필로 동그라미를 그렸을 때는 확대해도 완전한 곡선이지만 컴퓨터에서 원을 그렸을 때는 원처럼 보이는 계단 형상인 것과 비슷합니다.

hra
▲ hra

CD가 쓰는 16비트, 44.1kHz 음원은 얼마나 소리를 세밀하게 담아낼까요? 일단 이 음원은 1초를 44.1k번, 즉 4만4100번으로 쪼개서 각 순간의 소리를 담습니다. 이를 '샘플링 주파수’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각 순간은 16비트, 그러니까 2의 16제곱의 단계로 기록합니다. 6만5536입니다.

자, 그럼 24비트 192kHz 음원은 어떨까요? 일단 1초를 19만2천번으로 더 잘게 쪼갭니다. 그리고 각 순간은 2의 24제곱, 1677만 하고도 7216입니다. 둘 사이의 차이는 HDTV에서 그리는 곡선과 UHDTV로 그리는 곡선의 차이라고 보면 됩니다.

당연히 고음질 음원이 담을 수 있는 소리의 정보가 훨씬 많습니다. 간단히 용량으로 비교해볼까요. 압축하지 않은 CD 음원은 한 곡에 약 50MB정도를 차지합니다. 이를 손실 압축한 MP3 파일이 대개 5~6MB 정도 됩니다. 24비트 192kHz 소리를 무손실 압축한 FLAC 파일은 한 곡에 150MB를 넘나듭니다. 320kbps의 MP3 파일과 24비트 192kHz flac 파일은 약 28배나 차이 납니다.

음원은 그릇, 음질은 녹음이 결정

고음질 음원은 요즘 음악의 유행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최근 오디오 기기들을 보면 특히 소리가 빠르게 전개되는 힙합이나 덥스텝 같은 음악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44,1kHz는 소리의 속도를 다 담아내지 못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24비트 FLAC 포맷에 담긴 소리는 무조건 CD보다 좋을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24비트 음원은 더 좋은 소리를 담을 수 있는 큰 그릇입니다. 그 안에 담길 음식을 어떻게 조리하느냐가 음식 맛을 결정하듯 24비트 음원 역시 녹음이 어떻게 되어 있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서 24비트 음원은 아예 녹음부터 마스터링, 압축, 재생까지 모든 과정이 24비트로 담겨야 합니다.

techssuda
▲ techssuda

특히 요즘 음악은 컴퓨터로 만들면서 16비트 48kHz를 기본으로 녹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만든 음원은 24비트로 마스터링을 하더라도 소리는 이미 16비트밖에 담겨 있지 않습니다. 재생기에 16비트 음원을 24비트처럼 업스케일링 해주는 기능이 들어있기도 한데 이는 마치 DVD를 블루레이 해상도로 높여준다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미 없는 정보를 가짜로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미 16비트 음원은 꽤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초기 MP3 파일은 그 음질이 형편없다는 평을 피하지 못했는데 플레이어의 성능이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음악들이 MP3로 유통되면서 이제는 CD의 음질 자체가 큰 의미가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어지간해서는 소리를 구분하기 쉽지 않습니다.

물론 녹음부터 모든 과정을 24비트로 처리하거나, 혹은 실제 악기를 아날로그로 녹음해 24비트로 마스터링한 음원의 경우에는 조금 더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에 따르는 플레이어와 헤드폰이 필요하지만요.

정답은 없습니다. 24비트의 고음질 음원을 구분할 수 있고, 그 동안 부족하게 느꼈던 소리가 채워졌다고 만족할 수 있다면 24비트 음원과 플레이어에 투자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 정도까지 구분이 어렵다면 당장 플레이어와 고음질 음원을 채우기보다는 이어폰이나 헤드폰부터 손대는 것이 낫습니다. 소리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에 만족한다면 지금 쓰는 이어폰도 좋을 겁니다. 음악은 가슴으로 듣는 것이라지 않습니까.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