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의 개발자 컨퍼런스인 '빌드 2015'는 근래 MS가 열었던 행사 중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새로운 제품이 나온 것도 아닌데 개발자들은 MS가 달라졌다며 박수를 보낸다. 빌드 2015에 참석한 한국 개발자들과 MS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 일시 : 2015년 4월30일 오후 2시

  • 장소 :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 인근

  • 참석자 :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양수열 자바챔피언, 김영욱 마이크로소프트 DX 에반젤리스트, 최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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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섭 : 발표 내용을 하나하나 늘어놓기 어려울 만큼 많은 내용이 공개됐다. 가장 흥미로웠던 내용은 어떤 것이었나?

양수열 자바챔피언 : 홀로렌즈다. 그 전까지의 디바이스들이 보여주었던 가상현실, 증강현실은 상상할 수 있던 기기와 시나리오였다면 홀로렌즈는 데모만으로도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줬다. 증강현실을 이렇게 완벽하게 구현한 기기는 처음 본다. 더구나 이건 아직 판매용도 아니고 개발중인 버전일 뿐이다. 상품화되면 어떤 걸 보여줄까.

이민석 국민대 교수 : 홀로렌즈를 전날 시연할 기회가 있었다. 홀로렌즈는 기술적으로 증강현실을 통해서 했으면 하는 것들은 다 볼 수 있었다. 가상화면을 이용한 기기들은 있었지만 실제 환경과 가상 환경이 합쳐진 것이나, 그 안에서도 제3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기술들은 놀랍다. 아직 상품이 아니지만 완성도가 괜찮았다.

개인적으로는 개발 도구에 관심이 많다. 비주얼 스튜디오는 MS가 만드는 소프트웨어 중에서 매우 훌륭한 제품이다. 비주얼 스튜디오는 개발이 매우 수월한데 점점 오픈소스로 나오는 개발 환경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맥과 리눅스에서도 쓸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전의 MS는 모든 환경을 MS가 주도하려 했다면 이번에는 MS가 개발 환경을 잘 따라가고 있다.

▲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 이민석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양수열 : 유니버셜 앱 플랫폼, UAP도 인상적이다. MS가 윈도우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MS가 iOS나 안드로이드를 모두 끌어 안았다. 사티아 나델라 CEO가 기조연설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MS가 개발자 회사’라는 것을 잘 보여줬다. MS는 고품질의 앱을 다른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는 창구도 만들었고, 윈도우에서도 다른 운영체제의 앱을 받아들일 수도 있게 했다. 3년 내 10억대의 윈도우를 깔겠다는 말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달라진 MS의 모습이다.

최호섭 : 그러고 보니 키노트가 끝나자 여기저기에서 ‘MS가 달라지고 있다’는 반응이 많이 나왔다. 어땠길래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가.

이민석 : 그 동안 내가 본 마이크로소프트는 돈을 벌기 위한 ‘회사’였다. 그런데 빌드2015의 키노트와 각 개발자 세션에서는 이 회사가 기업으로서의 회사가 아니라는 인상을 받았다. 구글이나 애플처럼 ‘우리는 개발자 집단’이라는 인식을 주려고 한달까. 그렇다고 완전히 그 틀을 벗어던진 건 아니다. 개발자 세션에서 개발자들에게 뭔가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 그 순간에 멈추는 느낌이 있었다. 아직은 개발자 중심의 문화에 익숙하진 않은 것 같지만 MS의 움직임은 이전에 개발자 커뮤니티를 대하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최호섭 : 키노트에서 개발자로서 꼭 챙겨봐야 했던 순간은 어떤 것이었나?

이민석 : 윈도우 플랫폼과 다른 운영체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부분이다. 비주얼 스튜디오를 맥에서, 리눅스에서 쓸 수 있다는 것은 큰 사건이다. 밖에서 보자면 홀로렌즈가 신기하긴 하지만 비주얼 스튜디오를 맥에서 쓸 수 있게 되는 건 개발자들이 몸으로 겪게 되는 일이다. 이클립스도 좋은 도구지만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 이걸 두고 크로스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리모트 디버깅 같은 부분만으로도 개발자들은 충분히 좋아할 만하다.

▲  양수열 자바챔피언
▲ 양수열 자바챔피언

양수열 : 비주얼 스튜디오의 통합 개발 환경 전체가 다른 운영체제로 넘어간 건 아니지만 그 에디터를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개발 도구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에디터인데 그걸 멀티 플랫폼으로 개방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게다가 매우 가볍고 빠르다. 비주얼 스튜디오의 에디터는 많은 언어를 지원하고 있고, 개발자들이 문서 작업을 할 때 많이 쓰는 마크다운도 그대로 보여준다. 비주얼 스튜디오를 쓰기 위해 윈도우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관전 포인트다.

한 가지 더 짚자면 MS의 방향성을 들 수 있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모바일 퍼스트와 클라우드 퍼스트라는 두 가지 메시지를 언급했는데 MS의 개발 환경은 일관되게 움직이고 있다. API도 확실하게 공개됐다. 이전에도 오피스나 여러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특정 라이브러리를 강요받았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는 모두 오픈 API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접근 방법이 MS입장이 아니라 개발자 입장으로 달라졌달까.

최호섭 : 개발자 입장에서는 플랫폼 개방이 좋겠지만 기업으로서는 큰 도전이다. MS의 의도는 뭐라고 보고 있나? 어떤 부분에서 더 큰 이득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고 보는 건가?

양수열 : MS의 플랫폼 개방은 충분한 성과로 돌아올 것이다. 개발자는 여러가지 도구를 쓴다. 또한 개발자 하나가 서비스 하나하나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여러 개발자가, 여러 도구를 이용해서 붙는다. 윈도우만 써서 개발하는 환경이 아니어도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민석 : 윈도우용 서비스를 개발한다고 해서 꼭 개발자가 윈도우 머신을 따로 쓰지는 않는다. 기업이 MS의 서비스를 이용해서 인프라를 개발한다고 하면 대개 큰 규모의 개발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개발 기간은 곧 비용으로 연결된다. 개발자들이 익숙하고, 가장 잘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효율이 좋아지고 개발 기간도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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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열 : 안드로이드를 돌아보자. 그 구조는 리눅스 위에 달빅 머신을 올려서 자바를 돌리는 것이다. 그 앱의 결과물은 둘째치고 앱의 양 자체가 어마어마했다.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애플의 앱스토어만큼 빠르게 성장한 게 안드로이드 환경이다. 그 당시에 가장 많은 개발자들이 쓰는 환경을 받아들인 결과다.

요즘은 얼마나 쉽게 개발할 수 있느냐가 개발 환경의 중요한 부분이다. 자바도 매년 키워드는 개발 용이성이다. 오죽하면 오브젝티브C를 고집하던 애플도 편의성을 앞세운 언어 ‘스위프트’를 내놓았다. MS도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최호섭 : 안드로이드나 iOS용 앱을 윈도우로 포팅하고, 앱 하나로 여러 가지 기기에 접근하는 등 운영체제, 기기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도 인상 깊었다. 이런 정책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개발자들에게 더 나은 수익이라도 내어 줄까?

양수열 : 앱을 하나 만들어 간단히 다른 마켓에서도 팔 수 있다면 개발사 입장에서 안 할 이유는 없다. 실질적으로 포팅하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이 중요하다. 기기별로 간극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플랫폼이 해야 할 우선적인 고민이어야 한다. MS로서는 어려운 결정이지만 자연스러운 방법이긴 하다.

이민석 : PC는 PC여야 하고, 스마트폰은 스마트폰이다. TV 역시 TV여야 한다. 이용자는 겉모습만으로 기기를 바라본다. 한 번에 모든 기기에 맞추는 반응형 서비스의 경우 제대로 만들지 못해 원래대로 모바일과 데스크톱을 분리하는 경우도 있다.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밑단을 통일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대신 이용자와 만나는 접점에 대한 세트업체의 책임이다. MS는 개발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바르게 뭔가 만들 수 있도록 집중하고, 개발자들은 다시 이용자와 만나는 부분을 고민하는 구조다.

최호섭 : 윈도우는 사물인터넷가 잘 어울리는 환경인가?

이민석 : 사물인터넷 기기는 대체로 아주 단순하다. 중요한 것은 사물인터넷을 통해 만든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처리할 것이냐다. MS가 주는 도구들이 수집, 분석 등에서 매력이 확실하다면 개발자들은 그 환경을 선택할 것이다. 지금은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개발자들이 직접 손대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그 과정을 쉽고 편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는데 MS가 그 부분은 잘 할 것 같다. 초기 시장에서 오픈소스와 상용 서비스의 차이점이 사물인터넷에서도 눈에 띌 것이다.

양수열 : 지금 MS가 사물인터넷에 접근하는 방법은 상당히 좋다. 클라우드로 모든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다. 웹스케일 관점에서 보면 모바일의 트래픽은 데스크톱에 비해 엄청나게 크다. 트래픽의 양과 호, 모든 부분이 압도적이다. 피크 포인트를 제어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도 모바일은 잠 자는 시간에는 여유가 있다. 그런데 사물인터넷은 잠을 안 잔다, 그 트래픽에 맞춰 서버를 설계하는 건 지금 단계에서 매우 어렵다. 지금으로서는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받는 건 아주 잘 한 선택이다.

▲  김영욱 마이크로소프트 DX 에반젤리스트
▲ 김영욱 마이크로소프트 DX 에반젤리스트

김영욱 마이크로소프트 DX 에반젤리스트 : 데이터를 주고 받는 것은 이미 지난해에 끝난 이야기다. 지금은 그 데이터에서 어떻게 인사이트를 얻을 것이냐가 중요하다. HD인사이트나 스트림 애널리틱스 같은 서비스로 데이터가 들어오는 순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조건에 맞으면 그대로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애저와 윈도우의 조합은 이 부분이 잘 되어 있다.

이민석 : 사물인터넷이 대부분 오픈소스로 진행되지만 오픈소스가 무료는 아니다. 배우는 비용과 기술적인 서비스는 누군가 대신 해야 한다. 그게 그대로 비용이다. 오픈소스와 상용 서비스의 차이다. MS가 판매할 때는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은 없을 것이다. 다만 MS가 고객의 요구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문제다. 이제까지 MS는 소비자의 이야기를 잘 듣는 입장은 아니었다. 여러가지 기능들을 빨리 받아들이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동작이 있다면 매력적이다. 빌드에서 보여준 MS의 움직임이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듣겠다는 것이어서 분위기는 좋아 보인다.

최호섭 : 이번 빌드의 분위기는 어떻게 봤나? 전반적인 분위기를 되짚어달라.

김영욱 : 빌드는 세 번째 참석했는데 이번에는 확실히 개발자를 위한 행사라는 인상이다. 개발자들의 박수도 많이 나오고 분위기도 좋았다. 특히 발표하는 사람들의 자신감이 보였고, 스스로도 즐기는 것 같더라.

이민석 : 빌드의 세션들은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 홀로렌즈는 MS가 했다는 것을 떠나, ‘이제 이런 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주었다. 또한 MS가 그 어느때보다 ‘개발자’라는 말을 많이 썼던 것이 인상적이다. 개발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해 재미있고 좋은 것들을 많이 할 수 있으면 따라가게 되어 있는데 MS가 그 길을 열었다는 것이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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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열 : 농담처럼 하던 ‘M$’가 MS가 된 것을 느꼈던 행사다. 정말 MS가 많이 달라졌다. 개인적으로는 오피스에 뭔가 하고 싶었던 것들이 많았는데 이제 다 해볼 수 있게 됐다.

이민석 : 이클립스 같은 게 잘 됐던 이유는 오픈소스라는 점도 있지만 개발자들이 모여서 뭔가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았던 부분이 크다. 비주얼 스튜디오도 못할 건 없었지만 그게 개발자들에게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 동안은 MS가 스스로 어떤 것들을 할 수 있다고 일방적으로 이야기해 왔는데, 이번에는 개발자들이 할 수 있는 게 뭔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김영욱 : 시장이 패키지 중심일 때는 업계에 개발자가 별로 필요하지 않았다. 모두가 소비자였다. 하지만 세상이 클라우드로 바뀌면서 개발자들이 직접 붙어 손댈 일이 많아졌다. 클라우드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더 많이 열고, 개발자들에게 더 많이 써달라고 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민석 : MS도 커뮤니티와 접점을 더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 개발자들에게는 각자의 서비스를 MS의 여러 도구들에 붙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MS가 공개할 수 있는 건 더 많이 공개하고, 각 기업의 코어 개발자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메뉴를 더 많이 만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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