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디자인 수석 부사장인 조너선 아이브가 ‘최고 디자인 책임자’라는 새로운 직책을 얻게 됐다. 조너선 아이브의 새 자리는 CDO로, 다소 생소한 직책이다. 디자이너로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라는 상징성이 있다.

조너선 아이브는 이제까지 애플의 모든 디자인을 총괄했다. 그는 그 동안 하드웨어 디자인을 주로 해 오다가 지난 2012년 소프트웨어 담당 수석부사장이었던 스콧 포스톨이 애플을 퇴사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 모두를 맡게 됐다.

Jonathan_ive
▲ Jonathan_ive

조너선 아이브는 소프트웨어 디자인까지 맡은 뒤 iOS와 OS X은 그간 고집해 왔던 스큐어모피즘을 버리고 플랫 디자인을 도입하기도 했다. 플랫 디자인이 처음 공개됐을 때는 바뀐 디자인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플랫 디자인은 UI의 새 흐름이었고 이후 안드로이드와 윈도우도 UI에 플랫 디자인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또한 양쪽 디자인의 권한을 쥐게 되면서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UX 통합을 강조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아이폰6'의 곡선 디자인과 iOS의 스와이프(쓸어넘기기)다. iOS는 화면 테두리 바깥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메시지가 조너선 아이브의 UX에서부터 크게 강조되기도 했다.

직책이 달라져도 여전히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의 모든 제품 디자인을 총괄한다. 다만 기존의 자리는 두 명의 부사장이 나누어서 챙긴다. 리처드 하워스 부사장은 산업 디자인과 하드웨어 설계를 맡고, 앨런 디 부사장은 소프트웨어와 UI를 맡게 됐다. 애플은 2년 반 만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책임자를 다시 분리하긴 했지만 여전히 조너선 아이브가 모든 것을 총괄하기 때문에 결과물이 큰 폭으로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너선 아이브는 제품 디자인 그 자체에 대해 손을 덜어내는 대신 작게는 제품 패키지부터 크게는 애플스토어와 새 애플 사옥의 디자인에도 신경을 쓰게 된다.

조너선 아이브는 20여년 동안 애플의 중요한 제품에 대한 디자인을 맡아 왔다. 특히 1997년 아이맥을 통해 스티브 잡스를 화려하게 애플에 복귀시켰고, 이후 아이팟, 아이폰 등을 통해 애플의 디자인 기조를 세우기도 했다. 이번 인사는 애플이 조너선 아이브를 단순히 디자인 결과물만 존중하는 게 아니라 아니라 디자이너로서 기업에서 할 수 있는 예우를 해주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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