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뉴스를 제작하는 로봇 저널리즘이 뉴스 산업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해외 유력 언론사들은 재해, 스포츠, 증권 보도 등에 이미 로봇 저널리즘이 활용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도 이준환 서울대 교수팀을 중심으로 스포츠 기사 작성이 이뤄지는 상황입니다. <블로터>는 로봇 저널리즘이 뉴스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짚어보는 기획 기사를 5차례에 걸쳐 연재할 예정입니다.

로봇이란 최첨단의 이슈를 다루기에 앞서, 시선을 300년 전으로 돌리려고 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의 첨단성에 취해서, 로봇이 자리 잡게 될 공간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빠른 도입만을 외치는 ‘첨단 기술 맹신주의’에 빠져 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또, 지난 300년간 전개된 미디어 전략에 대한 고찰은 이 기획의 마지막 글에서 다룰 ‘로봇저널리즘 도입의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토대가 되는 기능적 실효성을 갖고 있다.

기술과 저널리즘. 두 개념의 조화는 21세기에도 난제로 보이며, 둘 간의 결합은 시쳇말로 '쿨'하며 '핫'하게 보이지만 여전히 저널리즘 측면에서는 낯설게 여겨진다. 그러나 저널리즘은 기술 변화가 몰고 온 사회 변화에 적응하며 변화해 온 대표적인 ‘상품’이다. 로봇이란 또 다른 새로운 문물의 확산 전조가 저널리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 추정의 합리성은 이러한 역사성에서 비롯된다.

이 글에서는 TV, 컴퓨터, 그리고 인터넷의 연이은 등장으로 이제는 미디어 시장 내에서 '앤티크'한 상품 취급을 받고 있는 신문을 중심으로 기술하려 한다. 이 역시 이유는 단순하다. 신문이 최초의 대중매체 모형이기 때문이다. 통사적으로 기술과 저널리즘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근간부터 보려면 단연 신문을 앞에 세워야 한다.

대중 신문 시작은 산업혁명 시기

▲  인쇄 속도를 크게 향상시킨 케니히 인쇄기. 인쇄 기술의 발전으로 종이 신문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사진 출처 : letterpressprinting)
▲ 인쇄 속도를 크게 향상시킨 케니히 인쇄기. 인쇄 기술의 발전으로 종이 신문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사진 출처 : letterpressprinting)

오늘날처럼 일반 대중이 보는 신문은 산업혁명 시기에 등장했다. 엘리트만이 보던 신문의 변신은 경제활동의 양대 축인 생산과 수요, 그리고 유통 모두 신문 환경에 유리한 환경이 갖춰진 데 따른 결과였다. 공급 측면에서 인쇄 기술의 발전으로 종이 신문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됐고, 이렇게 생산된 대량의 신문은 새로이 등장한 중산층에 의해 흡수됐다. 교통과 우편 체계의 발달은 신문이 도달할 수 있는 거리를 확장시켰다. 윤전 기술의 발달은 신문을 ‘과거의 뉴스’를 담는 틀에서 따끈따끈한 직전 일의 뉴스를 소개하는 매체로 전환시킨다.

기술과 이로 인한 시장 환경의 변화는 신문의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전까지 신문은 주로 정치적 논쟁 혹은 유관된 정보를 취합하는 역할에만 머물렀다. 정치 중심의 논의가 주로 담긴 탓에 소수의 귀족만 보던 신문은 '정론지'로 불렸다. 이러한 신문의 발행 부수는 많아야 1500부 수준이었으며, 가격은 1부당 6센트였다. 당시 양주(위스키) 한 병 값이 5센트였다고 한다. 쉽게 말해 귀족만 보던 신문을 중산층이 보게 되면서, 정확하게는 중산층 시장을 겨냥한 신문이 생산되면서 신문의 성격이 변한다. 바야흐로 대중지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술에 따라 뉴스 제작 환경이 바뀌고, 이에 맞춰 저널리즘도 변한 것이다.

저널리즘의 변화는 콘텐츠를 통해 드러났다. 정치 논의 대신 실용적 정보의 비중이 늘어난다. 앞서 말했듯 윤전기술의 발전으로 내일 신문에 오늘의 뉴스를 담을 수 있게 되면서 직전 일의 사건을 생생하게 묘사하는 콘텐츠의 현장성이 강화된다.

대중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중요한 미디어 전략이 또 하나 투입된다. 바로, 저가 정책이다. 1833년 창간한 <뉴욕 선>은 신문 한 부의 가격을 1센트(페니)로 낮춘다(<뉴욕 선>은 엘리트들의 전유물이던 신문이 대중지로 변모하게 된 분기점으로 일컬어진다). 일종의 박리다매식의 전략이다. 낮은 가격으로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확대된 수요의 배후지를 믿고, 신문업계에서는 공격적으로 소비자 확보에 나선 것이다.

저가 정책으로 소비자 확보에 나서다

▲  1833년 창간한 <뉴욕 선></div>은 신문 한 부의 가격을 1센트(페니)로 낮춘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퍼블릭 도메인)
▲ 1833년 창간한 <뉴욕 선>은 신문 한 부의 가격을 1센트(페니)로 낮춘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퍼블릭 도메인)

대중지의 연착륙 이후, 신문의 가격을 1페니로 공고하게 만드는 결정적 계기가 등장한다. 바로, 광고다. 이전까지 신문사 매출원의 중심은 구독료였다. 그러나 각 대중지가 확보한 소비자 네트워크는 광고주에게 자사를 알리는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느껴졌고, 이때부터 광고와 매체 간의 결합이 본격화 됐다. 광고 매출 확대를 위한 신문의 독자 수 확대는 경제학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설명된다.

신문업의 흥행은 또 다른 문제를 초래한다. 바로, 경쟁 격화. 기술의 발달로 이전과 달리 적은 비용으로 신문업을 시작할 수 있는 투자 환경과 중산층의 급증으로 시장까지 확대되면서 공급 팽창의 속도는 수요의 그것을 압도했다.

“공급 과잉 구도에서 더 많은 광고를 수주하려면, 더 많은 독자를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신문 가격을 1페니에서 더 낮출 수 없다면?”

이러한 고민에 직면했던 신문업의 선택은 콘텐츠의 소구력 제고였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첫째, 글자 수를 줄이는 대신 시각적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둘째, 섹스, 폭력, 미담기사 등 흥미 위주의 소재를 대거 투입했다. 이러한 경향이 19세기 말에 집중됐다. ‘옐로우 저널리즘’이란 말은 이때 출현한 용어다. 옐로우 저널리즘의 시대는 1900년대 초반 퇴조된다. 그러나 옐로우 저널리즘은 신문의 위기 때마다 심폐소생기처럼 등장했다. 일례로, 옐로우 저널리즘이 퇴조된 20년이 채 안 된 1919년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5년간 타블로이드판을 무대로 한 선정적 기사의 향연인 ‘재즈 저널리즘’이 성행했다.

뉴스의 공급 과잉으로 '옐로 저널리즘' 출현

신문업계가 항상 ‘옐로우 저널리즘’이란 처방을 내놓았던 것은 아니다. 1930년 대 이후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미디어 콘텐츠 소비자의 이탈 행렬이 계속되자, 신문업계에서는 1960년대 탐사보도와 주창저널리즘에 힘을 쏟는다. '주창저널리즘'(advocacy journalism)은 독자 혹은 신문 기자가 주관적인 목소리를 내는 방식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여론 독자 면을 떠올리면 된다. 이러한 방식은 미디어가 기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공공성을 해치는 방식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신문에 수렴하며 동시에 신문이 오피니언 리더로서 사회의 아젠다를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순기능의 역할을 한다며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영국의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즈>의 무기명 칼럼인 ‘렉스 칼럼(Lex Column)’은 FT의 하나의 세계적 브랜드가 됐다.

1833년부터의 미디어 역사를 신문의 시장 전략 중심으로 정리하기 위한 개념으로 다음 3가지면 충분해 보인다. 콘텐츠 연성화, 낮은 가격 그리고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을 강조한 콘텐츠. 공교롭게도 이 3가지 개념은 21세기에도 신문의 위기와 경쟁력 회복 방안이 언급될 때마다 회자돼 왔다. 3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미디어(특히 신문의 경우)가 전략적으로 뚜렷한 대안으로 내세울 수 없는 것은 선택 대안이 이 3가지 틀에서만 머물렀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하나 더 첨언하자면, 기술의 발달로 미디어 환경의 틀이 변하는 와중에도 역사적으로 미디어, 특히 신문의 경우는 셋 중에서 당장 시행하기 쉬운 앞선 2가지(콘텐츠 연성화, 낮은 가격)에 매달렸다. 외람되지만, 단기적 처방의 습관적 선택은 미디어 스스로 근본적이며 장기적인 해법의 모색을 하는 방법을 잊게 만들었다고 사료된다.

다음 회에서는 미디어의 콘텐츠 생산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한 컴퓨터가 미디어 (특히, 신문) 현장에 몰고 온 변화를 전달하고자 한다. 컴퓨터의 등장과 이로 인한 미디어 환경의 연쇄적 변화는 로봇 이후 맞게 될 미디어 현장을 유추하는 데 실효적인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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