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술기업이 뉴스 콘텐츠에 쏟는 관심이 대단하다. 특히, 미국의 IT 업체가 그렇다. 실리콘밸리 업체를 중심으로 뉴스 콘텐츠 혁신에 속도가 붙고 있다. 뉴스 경험 차별화 선언에 페이스북과 애플이 뛰어들었고, 모바일 기기 시대에 맞는 뉴스 요약 기술 실험에 야후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열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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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n S, 2011, CC BY 2.0
▲ Jon S, 2011, CC BY 2.0

■ 페이스북·애플 : 플랫폼 최적화가 선사할 뉴스의 새로운 맛

오늘날 뉴스 독자들은 신문이나 TV보다 소셜미디어에서 더 많은 뉴스를 접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사용자 비율은 10명 중 6명에 이른다. 퓨리서치센터와 나이트재단이 발표한 연구 결과다. 지난 2013년에는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접하는 이들이 47%에 지나지 않았다. 10%p 이상 증가한 셈이다. 이 숫자는 나이와 성별, 인종, 교육수준에 관계 없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페이스북이 '인스턴트 아티클' 서비스를 내놓은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언론사의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뉴스 링크 대신 페이스북이 기획한 플랫폼 위에서 뉴스를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동영상 콘텐츠를 부각하고, 지도, 사진 자료 등 사용자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요소를 통해 뉴스의 질을 높이는 것이 전략의 한 축이다. 뉴스를 불러오는 시간을 단축하고, 부드럽게 스크롤할 수 있도록 해 뉴스가 주는 경험의 질을 높이는 것이 또 다른 차별화 요소다. 기존 링크를 통해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해 뉴스를 읽을 때는 평균 8초 정도 시간이 걸렸다. 뉴스를 접하는 사용자 처지에서 인스턴트 아티클은 큰 도움이 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7월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언론에서 페이스북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제프 자비스 뉴욕대학교 언론대학원 교수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하기도 했다.

"오늘날 가장 큰 이슈는 뉴스를 읽는 것이 너무 느리다는 겁니다. 만약 페이스북 앱에서 사진을 누르면, 보통은 바로 볼 수 있어요. 하지만 뉴스 링크를 누르면, 그게 페이스북에 저장된 것이 아닌 이상 다른 곳에서 불러오게 됩니다. 10초 이상 걸릴 수도 있어요. 사람들은 오래 기다리는 것을 원하지 않고, 그래서 많은 이들이 로딩이 끝날 때까지 읽고 싶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우선적으로 누르지 않아요."

소셜미디어 업체는 아니지만, 애플도 페이스북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뉴스를 전달하는 과정의 경험을 올리는 일이 필요하다는 철학 말이다. 애플은 현재 개발이 한창이 iOS9 버전부터 인링크 방식의 뉴스 서비스를 탑재할 예정이다.

애플은 자체 뉴스 서비스를 위해 ‘애플 뉴스 포맷'을 개발했다. ▲아름다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는 iOS 기기에 최적화하고▲더 빠르게 콘텐츠를 렌더링하고▲맞춤화된 타이포그래피, 사진 갤러리, 비디오, 애니메이션 등을 갖춘 유려한 레이아웃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애플의 뉴스 리치 도구를 활용해 사용자의 참여도도 측정할 수 있게 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처럼 언론의 뉴스 링크가 얼마나 확산했는지를 지표로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  애플의 새 뉴스 서비스
▲ 애플의 새 뉴스 서비스

야후·MS·WSJ : 기술로 구현하는 '요약 저널리즘'

긴 기사를 짧게 요약해주는 전략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다. '이른바 요약 저널리즘'이다. 긴 글을 읽는 것이 모바일기기에서는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과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에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야후와 MS 등이 선택한 뉴스 전달 방식이다.

최진순 건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지난 2013년 5월 <신문과방송>에 기고한 글을 통해 "긴 정보를 압축해서 보고 싶어 하는 디지털 세대의 욕구를 수렴하는 시장의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블로터>에 접속한 독자가 머무르는 평균 시간은 5~60초 내외다. 한 사람이 보통 1.5~1.7건의 기사를 읽고 빠져나간다고 할 때, 이들이 <블로터>에 머무는 시간은 길어봐야 1분40초 남짓이라는 뜻이다. 모바일 기기를 활용하는 독자들의 홈페이지 체류 시간이 짧아지고 있다면, 처음부터 짧은 정보를 제공하면 어떨까. 요약 저널리즘은 독자의 필요와 기술의 도움으로 확산하는 중이다.

[rel]요약 기술 실험은 야후가 먼저 시작했다. 야후는 기사를 요약해주는 기술을 가진 요약 서비스 '섬리(Summly)'를 인수했다. 섬리에는 기사의 핵심 내용을 로봇이 자동으로 요약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됐다. 2014년 등장한 야후의 '뉴스다이제스트' 서비스에 섬리의 기술이 들어갔다.

MS도 기사 요약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것을 실험 중이다. 지난 8월14일 <네오윈>은 MS가 새 뉴스 서비스 '뉴스캐스트'를 내부에서 실험 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는 앱 내려받기가 중단된 상태다. MS의 뉴스캐스트는 뉴스를 30초 내외로 짧게 요약해 음성으로 들려주는 서비스다. MS의 빙 검색과 음성엔진, 애저의 머신러닝 기술이 접목된 서비스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업체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모바일 기기를 위한 요약 기술에 관심이 많다. 기술 업체가 기술을 중심에 두고 뉴스의 전달 방식의 변화를 꾀한다면, 뉴스 생산 주체인 언론은 뉴스를 중심에 두고 콘텐츠 혁신에 기술을 불러들인다. 이 분야에서 선두는 <월스트리트저널>이다. <월스트리저널>은 뉴스 요약 앱 '왓츠뉴스'를 준비 중이다.

왓츠뉴스 앱에서는 <월스트리트저널>이 선별한 기사 10개의 제목을 보여준다. 제목을 누르면 짧은 요약을 보게되는 식이다. 요약 길이는 350자로 제한된다. 모바일 기기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전략이다.

매트 머레이 <월스트리트저널> 부편집장은 니먼랩과의 인터뷰에서 “독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고, 독자들이 어떻게 스마트폰에서 뉴스를 소비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고 밝혔다. 모바일기기에서 전달할 수 있는 기사의 물리적 분량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  MS의 음성 뉴스 요약 서비스 '뉴스캐스트'
▲ MS의 음성 뉴스 요약 서비스 '뉴스캐스트'

트위터·애플 : 골라서 먹여주는 뉴스 큐레이션

플랫폼 최적화, 뉴스 요약 기술과 달리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지금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로운 뉴스 제공 방식이다. 정보를 취향에 따라 선별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특징 덕분에 확산하는 중이다. 트위터와 애플의 뉴스 전략이 큐레이션에 가깝다.

트위터가 준비 중인 뉴스 서비스에는 '라이트닝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트위터 자체적으로 편집국을 운영하며, 기사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트위터의 편집국이 기사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다. 선별하고, 편집해 전달하는 것만이 트위터의 역할이다. '페리스코프'나 '바인' 등 트위터의 동영상 기술도 트위터의 큐레이션 대상이다.

애플도 새 뉴스 서비스를 준비하며 편집국을 따로 차렸다. 지난 6월 애플은 홈페이지 채용공고를 통해 뉴스 편집 인력을 모집했다. 애플은 채용공고에서 "애플 뉴스팀 편집인들은 열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속보와 전세계 뉴스, 지역 뉴스를 전달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의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카테고리를 관리하게 되며, 사용자가 주요 뉴스와 이벤트를 적시에 받아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트위터와 마찬가지로 뉴스를 직접 생산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사용자가 구독을 설정한 각국 언론사의 콘텐츠를 선별하고 포장해 제공하는 역할이다. 애플은 사용자의 구독 설정을 바탕으로 개인화된 뉴스를 제공하는 '포 유' 메뉴도 함께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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