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지덕지 붙은 혐오 광고. 네이버를 타고 국내 언론사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어김없이 만나는 불청객이다. 기사를 읽으려 하면 온갖 팝업 광고들이 볼썽사납게 튀어나와 열독을 방해한다. 웹에 그칠 줄 알았던 이런 흐름이 모바일로도 옮겨오고 있다. 끊임없이 비판받고 있지만 좀체 해결되지 않는 고민거리다.

언론사는 광고 노출에 따른 수익을 포기할 수 없어 떼어내질 못한다. 사용자들은 불쾌감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봐야만 한다. 사용자의 주목과 수익이 교환되는 디지털 생태계의 속성상 단숨에 해결되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필요는 발명을 낳기 마련이다. 불쾌한 광고, 보고 싶지 않은 광고를 브라우저에서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애드 브로커 플러그인이 진입의 단계를 넘어 확산 단계로 들어섰다. 최근 들어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 사용률 증가세도 심상찮다. 이 기세가 지속된다면 배너 광고(디스플레이 광고)를 수익 모델로 삼고 있는 언론사 등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는 웹페이지 곳곳에 붙어있는 배너 광고를 자동으로 차단해주는 소프트웨어다. 웹브라우저의 확장 기능 형태로 제공되는 경우가 흔하다. 최근 들어서는 다른 웹브라우저들도 광고 차단 기능을 옵션 방식으로 서비스한다. 심지어 모바일에서도 광고 차단이 가능한 기능들이 등장했다.

애드 블로커는 어떻게 작동하나

▲  애드블럭 플러스의 광고 차단 필터 기능 화면.
▲ 애드블럭 플러스의 광고 차단 필터 기능 화면.

일반적으로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는 그 자체가 완결된 차단 기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블랙리스트와 화이트리스트를 구축하면 이를 바탕으로 광고 링크를 필터링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는 애드블럭 플러스의 경우 A라는 URL의 포함한 광고를 블랙리스트에 등록해두면 자동으로 필터링한다.

사용자들은 차단 필터 리스트를 스스로 업데이트할 수도 있다. ‘사용자 필터 추가‘에 특정 광고 URL을 등록하면 해당 웹브라우저에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애플 iOS9에 포함될 광고 차단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가파른 애드 블로커 사용률...크롬·밀레니얼 세대가 주도

downloads.pagefair.com reports 2015_report-the_cost_of_ad_blocking.pdf
▲ downloads.pagefair.com reports 2015_report-the_cost_of_ad_blocking.pdf

[rel]

페이지페어와 어도비시스템스가 발행한 보고서를 보면, 광고 차단기의 사용량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월 2100만명이었던 광고차단 플러그인 월 활성사용자수는 2015년 6월 1억9800만명으로 4년 반만에 9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2013년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광고 차단기의 성장은 크롬과 파이어폭스가 주도하고 있다. 2013년 2분기, 크롬 사용자 가운데 4천400만 명이 광고 차단 플러그인을 설치했지만 2014년 2분기엔 96%가 증가한 8600만 명으로 늘어났다. 2014년 2분기 현재 파이어폭스 사용자 4천100만명도 광고 차단 플러그인을 설치한 상태다. 크롬에 비해서는 사용자수나 증가폭이 낮은 편이지만 무시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성별로는 남성이 연령대별로는 18~29세의 밀레니얼 세대가 광고 차단기 설치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현황과 달리 국내 사용자는 아직 많지 않은 편이다. 페이지페어가 공개한 최근 자료를 보면 활성 사용자수가 69만명 정도다. 인터넷 사용자의 2%에 불과한 수치다.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아직은 미풍에 그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 사파리 모바일 광고 차단 기능 탑재

▲  iOS9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광고 차단 기능 화면.
▲ iOS9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이는 광고 차단 기능 화면.

 

그러나 한 가지 위협요인은 존재한다. 애플의 사파리 브라우저다. 애플은 iOS9으로 업그레이드 하면서 광고 차단 기능(Content Blocker)을 제공할 예정이다. 설정 기능에서 ‘콘텐츠 차단‘ 버튼을 켜짐 상태로 바꾸면 자동으로 광고가 차단된 화면을 볼 수 있게 된다. 아이폰 사용자가 OS 버전을 업그레이드하면 자동으로 광고가 차단되는 형태다. 물론 iAD와 같은 인앱 광고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현재 모바일 OS에서 iOS의 점유율은 미국 시장 기준 약 50%(2015년 2분기 44.1%)에 육박한다. 데스크톱 시장과 달리 모바일에선 애플의 위력이 상당하다. 광고 차단을 기본 설정으로 둘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이 기능의 활성화하 하면 할수록 광고 사업자들은 곤경에 빠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광고 차단 플러그인의 확산은 네트워크 광고 업체와 이들의 광고를 게재한 언론사의 매출 타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의 자료에 따르면 인터넷 노출형 광고 시장의 규모는 2012년 6590억원에서 2014년 6383억원으로 약 200억원 가량 감소했다. 노출형 광고는 앞서 언급한 디스플레이 광고를 의미한다. 이를 두고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상기·김위근 연구원은 “인터넷은 2013년에 20.9%(검색형 13.8%, 노출형 7.1%)로 정점을 찍은 후 2014년에 그 비중이 19.4%로 하락했다“고 평했다.

현재 국내 광고 차단 플러그인 사용률은 대략 2% 남짓이다.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가 확산되지 않은 시점임에도 이미 시장에서 디스플레이 광고는 서서히 퇴조세를 보이고 있다. 만일 유럽 수준으로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가 활성화한다면 이 규모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여지가 있다.

배너 광고 의존 국내 언론사 수익도 위험

▲  미국 소셜미디어 기준, 디스플레이 광고와 네이티브 광고의 성장 전망치.(출처 : 스타티스타)
▲ 미국 소셜미디어 기준, 디스플레이 광고와 네이티브 광고의 성장 전망치.(출처 : 스타티스타)

글로벌 차원에서도 디스플레이 광고 시장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BIA/Kesley가 전망한 자료를 보면 2015년을 기점으로 콘텐츠형 네이티브 광고가 디스플레이 광고를 시장 규모에서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페이스북,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의 디지털 광고 시장 전망이지만 이 같은 흐름이 언론사 광고 시장으로 넘어올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언론사에 광고를 게재하는 애드네트워크 업체들도 이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국내 대표적인 네트워크 광고 기업 리얼클릭의 박창현 과장은 “iOS9에 광고 차단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구체화된 것이 없어 일단 안드로이드 쪽 광고에 집중하고 있다”라며 “현재 관련 업계 분들과 공동 대응을 준비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지만 마땅한 대안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PC웹의 디스플레이 광고 차단 문제에 대해서도 박 과장은 “광고 차단 목록에 포함되지 않기 위해 현재 자체적으로 과도한 성인 광고는 필터링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라며 “전체적으로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의 확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가 국내에서 유행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단정하기 어렵다. 페이지페어의 자료만 보더라도 한국은 아직 광고 차단의 무풍지대다. 광고 차단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크롬과 파이어폭스의 사용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갑작스럽게 시장이 돌변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iOS의 시장점유율도 미국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그러나 시장 여건은 마른 하늘에 폭우 쏟아지듯 돌발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미리 대비하지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가 언론사의 뒤통수를 치게 될지 모른다. 이미 뉴스 소비자들은 언론사 웹사이트의 배너 광고에 지칠 대로 지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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