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9월9일 새 ‘아이폰’을 발표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지난 12일부터 예약판매도 진행 중이다. ‘아이폰6s’와 ‘아이폰6s+’다. 이번에도 애플은 아이폰의 내부 저장공간을 16GB와 64GB, 128GB로 구성해 내놨다. 32GB 용량이 빠졌다는 점, 가장 싼 제품이 16GB부터 시작한다는 점은 기존의 ‘아이폰6', ‘아이폰6+’와 똑같다.

국내 출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새 아이폰을 구입할 예정인 이들은 화면 크기와 색상, 용량을 고려해 어떤 제품을 구입할지 이미 결정을 끝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가장 값이 싸다는 이유로 16GB 제품을 ‘찜 목록’ 올려둔 이들이 있는가. 그렇다면 포기하시라. 싸다고 구입했다가 더 비싼 값을 치르고 후회하게 되는, 16GB 제품을 골라서는 안 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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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많이 쓰면 16GB는 “아쉬워”

16GB 아이폰6s를 구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아이폰6s 속에는 사용자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16GB의 공간이 그대로 남아 있을까. 그렇지 않다. 아이폰6s를 동작하도록 하는 가장 기초적인 운영체제(OS)인 iOS9가 이미 용량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날씨’나 ‘지도’, ‘패스북’ 등 애플이 기본으로 제공하는 응용프로그램(앱)의 크기도 무시할 수 없다. iOS9가 차지하는 용량은 1.3~1.5GB 정도다. iOS8이 최소 4.5GB 용량을 필요로 했다는 점과 비교해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16GB 중 10%에 이르는 용량이라는 점은 여전히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앱이 요구하는 저장공간의 크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12년 애플이 아이폰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활용하기 시작한 이후 앱 용량은 많이 늘어났다. 2012년을 기준으로 앱스토어 앱의 평균 용량은 23MB 수준이었는데,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일반적인 된 지금은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 앱의 용량은 약 95MB다. 트위터는 60MB 정도 된다. 앱은 쓰면 쓸수록 아이폰 내부에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게 된다. 사진을 비롯해 다양한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기 때문이다. 애플의 사파리 웹브라우저나 구글의 크롬 웹브라우저는 물론,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메시지 앱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페이스북 앱은 사용 습관에 따라 처음 내려받았을 때 용량의 4배인 약 400MB까지 쉽게 늘어난다.

이밖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아이폰용 ‘워드’ 앱도 약 600MB를 차지하고, 애플의 생산성 도구인 ‘페이지’, ‘키노트’ 등도 200~300MB 정도로 퍽 큰 공간을 차지한다. 아이폰을 일상생활과 업무 두 가지 영역에서 잘 활용하려면, 큰 저장공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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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ple_iphone_800

게임 자주 하면 16GB는 “안녕~”

애플은 올해 초 앱스토어에 등록할 수 있는 앱의 최대 용량을 2GB에서 4GB로 확장했다. 16GB짜리 아이폰6s를 구입할 계획을 세운 이들은 머지않아 앱 하나가 아이폰 저장공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애플이 허용하는 앱 최대용량이 늘어났다는 점은 그만큼 개발자와 앱이 요구하는 저장공간의 크기가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애플의 정책변화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이들은 게임 개발업체다. 예를 들어 넷마블의 ‘마블 퓨처파이트’가 요구하는 저장공간은 약 2.3GB다. 처음 내려받을 때의 용량과 달리 콘텐츠 업데이트 등 게임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전체 게임 앱의 용량은 자연스럽게 불어난다. 가장 최근 출시된 콘텐츠까지 업데이트를 마친 블리자드의 모바일게임 ‘하스스톤’은 1.3GB 용량을 차지한다.

3D 게임일수록, 높은 품질을 보장하는 게임일수록, 혹은 이야기를 진행하는 데 오래 걸리는 게임일수록 부피가 크다. 인디게임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베스천’은 1.2GB고, 옛 유명 롤플레잉 게임 중 하나로 아이폰으로 출시된 ‘파이널판타지6’은 660MB 정도를 차지한다. 애플이 iOS8과 함께 발표한 그래픽 엔진 ‘메탈’은 높은 그래픽 품질을 뽐내는 3D 게임의 앱스토어 진입을 부추긴다. 앞으로 게임 앱이 차지하는 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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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hone6_6plus_both_750

4K 동영상 찍으러면 16GB “좀…”

앱도 많이 안 쓰고, 게임도 안 하니 16GB로도 문제없다고 ‘아직도’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번엔 카메라를 보자. 뒷면 카메라가 1200만화소로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은 새 아이폰의 큰 차별점 중 하나다. 애플은 2011년 발표한 ‘아이폰4s’에서 800만화소 짜리 뒷면 카메라를 처음으로 선보인 이후 아이폰6까지 쭉 같은 화소의 카메라를 사용해왔다. 아이폰6s와 아이폰6s+의 1200만화소 카메라는 4년여 만에 이루어진 업그레이드인 셈이다.

예를 들어 800만화소인 아이폰6의 뒷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의 평균 용량은 2.5~3MB 정도다. 새 아이폰의 1200만화소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사진의 평균 용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새 아이폰부터 지원하는 ‘라이브 포토’ 기능도 고용량 아이폰을 선택해야 하는 까닭 중 하나다. 라이브 포토는 약 3초 동안 움직임과 소리를 담은 이른바 ‘움짤’을 만들어주는 기능이다. 짧은 동영상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움직임과 소리가 포함되는 덕분에 더 큰 용량을 요구한다.

4K 동영상 촬영 기능은 또 어떠한가. 새 아이폰은 4K 품질로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 4K는 해상도가 1920×1080인 풀HD보다 4배 더 많은 해상도를 가진 동영상을 말한다. 동영상을 자주 찍는 이들이나 특히, 아이의 재롱을 아이폰에 동영상으로 담을 예정인 이들은 16GB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아직 4K 동영상 촬영 기능이 얼마나 많은 저장공간을 요구하는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기존 아이폰6으로 풀HD 동영상을 찍으면 1분을 촬영하는 데 약 130MB 공간이 필요했다. 아이폰6s에서 4K 품질로 동영상을 찍으면, 1분에 약 375MB의 저장공간이 필요하다. 해외 IT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이 실험한 결과 아이폰6s 16GB로는 약 40분 길이의 4K 동영상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앱도 많이 안 쓰고, 게임도 안 하고, 4K 동영상으로 촬영할 아이도 없어서 여전히 16GB 제품에 매력을 느낀다면, 마지막으로 ‘셀카’를 고려해야 한다. 아이폰6s와 아이폰6s+는 앞면 카메라도 500만화소로 업그레이드됐다. 이전 아이폰6, 아이폰6+의 앞면 카메라는 120만화소였다. 새 아이폰으로는 셀카를 찍으면, 기존의 아이폰보다 더 큰 용량을 차지하는 사진이 차곡차곡 쌓이게 된다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애플은 왜 '아직도' 16GB 아이폰을 만들고 있을까

일상생활이나 업무에서나 16GB 아이폰이 풍족한 사용자경험을 주지 못하리라는 것은 이미 아이폰6, 아이폰6+ 때부터 여러번 지적된 바 있다. 애플은 이번에 또 16GB 제품군을 들고 나왔다. 애플이 직접 밝히지 않는 이상 16GB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은 까닭은 애플밖에 모른다. 밖에서 보는 이들은 자료와 추측을 더해 가장 그럴 듯한 이유를 찾을 수 밖에.

[rel]16GB 아이폰은 두 가지 방향에서 애플의 이익을 극대화한다. 제품의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이익이 많이 남는 고용량 제품으로 사용자를 몰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실제로 16GB 제품과 64GB 제품의 부품 원가 차이는 실제 가격 차이인 100달러보다 훨씬 적다. 지난 2014년 9월 해외 IT 매체 <리코드>가 시장조사업체 IHS의 분석을 바탕으로 보도한 내용을 보면, 아이폰 용량이 1GB 늘어날 때마다 애플이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약 0.42달러 정도라고 한다. 16GB대신 32GB 아이폰6s를 만들기 위해 애플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겨우 6.72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8천원 정도다. 애플은 32GB 제품을 없애고, 아이폰6s 16GB를 649달러에, 64GB 제품을 749달러에 판다. 저장공간을 32GB 더 주는 대신 100달러를 추가로 받는 꼴이다.

많은 사용자가 고용량 모델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이유다. 선택지에서 32GB 제품을 제거해 64GB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32GB 모델이 64GB 제품을 잠식하지 않게 되므로 더 많은 이익이 애플에 돌아가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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