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통한 광고 차단이 현실화됐습니다. 엄밀히 얘기하면 모바일 사파리 브라우저에 광고 차단 기능이 적용됐다는 얘기입니다.

광고 차단기 설치는 PC에선 보편화하고 있는 움직임입니다. 전세계 2억명의 인터넷 사용자가 플러그인 등의 형태로 광고차단기를 켜두고 있습니다. 소위 배너광고 등을 정보가 아닌 공해로 인식하는 사용자들이 행동에 나선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크롬, 파이어폭스 등 제3자 플러그인 탑재를 지원하는 브라우저가 이 흐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광고 차단기는 광고를 주 수익원으로 삼는 언론사들에겐 무시무시한 폭탄입니다. 콘텐츠형 네이티브 광고 시장이 아직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배너광고 수익마저 줄어들면 재정적으로 위태로워집니다. 반발할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도 합니다.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해외 언론사는 광고차단기에 대한 방어책으로 광고차단기 사용자를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할 정도입니다.

▲  <워싱턴포스트></div>는 광고 차단기 설치 사용자에겐 이처럼 콘텐츠를 보여주지 않는다.
▲ <워싱턴포스트>는 광고 차단기 설치 사용자에겐 이처럼 콘텐츠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나마 위안은 모바일이었습니다. 모바일은 광고차단기라는 태풍의 경로에서 조금은 비켜나 있었습니다. 위안은 잠시였습니다. 대표적인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 '애드블럭 플러스'의 안드로이드 앱이 출시된 데 이어 9월17일부터 사파리 브라우저의 광고 차단도 가능해졌습니다.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의 무풍지대가 이젠 사라진 것입니다. 물론 사파리 광고차단기의 위력이 얼마나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이폰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30%에 이른다는 분석을 따른다면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닌 듯합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사파리의 광고차단기를 활성화하는 방법은 조금은 복잡합니다. 먼저 아이폰 사용자는 iOS9으로 업데이트 한 뒤 광고 차단앱을 설치해야 합니다. 광고 차단 앱이 깔리기 전까지는 사파리 설정 메뉴에 '콘텐츠 차단'이라는 메뉴는 뜨지 않습니다. 찾아도 찾아도 볼 수 없을 겁니다.

더 루프에 따르면 iOS9가 지원하는 광고 차단 앱은 대략 아래 7개 정도입니다. 목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 1Blocker, from Salavat Khanov

  • Adamant, from Cory Bohon

  • Blockr, from Tim Poller & Arno Appenzeller.

  • Crystal, from Murphy Apps.

  • Freedom, from Zach Simone.

  • Purify, from Charismatic.

  • Silentium, from the Silentium team.


[rel]광고 차단 앱을 설치한 뒤 아이폰 바탕화면에서 '설정→사파리' 순으로 터치하면 '콘텐츠 차단기' 메뉴를 볼 수 있습니다. '콘텐츠 차단기'에서 본인이 설치한 차단기의 활성화 버튼을 'on' 상태로 변경하면 설정이 완료됩니다. 조금은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광고차단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인 광고차단기 앱인 크리스탈을 설치해 써봤습니다. 광고 차단기를 활성한 뒤 사파리로 한 언론사의 모바일 페이지에 접속했더니 대부분의 광고가 사라졌습니다. 크롬 브라우저로 같은 페이지를 접속해 비교해보면 그 효과를 짐작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구글 애드센스와 같은 모바일 디스플레이 광고부터 국내 언론사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텍스트형 광고까지 모두 차단했습니다. 그에 비례해 페이지 로딩 속도로 빨라졌습니다.

또 다른 언론사 모바일웹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달랐습니다. 팝업형 광고가 기사를 여전히 가리고 있었습니다. 제호 위에 위치한 배너광고도 문제 없이 노출됐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광고가 별반 차이 없이 나타났습니다.

▲  네이버 모바일 앱으로 기사에 접속한 화면(왼쪽)과 광고 차단 기능이 활성화된 사파리 브라우저로 접속한 화면(오른쪽). 광고 차단기를 켜두면 댓글과 본문 사이에 위치한 배너광고가 뜨지 않는다.
▲ 네이버 모바일 앱으로 기사에 접속한 화면(왼쪽)과 광고 차단 기능이 활성화된 사파리 브라우저로 접속한 화면(오른쪽). 광고 차단기를 켜두면 댓글과 본문 사이에 위치한 배너광고가 뜨지 않는다.

이번엔 네이버에 접속했습니다. 첫화면 배너광고는 차단되지 않고 살아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기사 페이지는 달랐습니다. 크롬 브라우저에서 잘 보이던 댓글 상단의 배너광고가 사파리에선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포털 사이트도 부분적으로 광고차단기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사파리 브라우저로 포털 사이트로 접속하는 경우는 흔하지는 않을 겁니다.

▲  광고 차단이 안되는 사이트의 경우 직접 신고해서 광고 차단 리스트를 업데이트 할 수도 있다.
▲ 광고 차단이 안되는 사이트의 경우 직접 신고해서 광고 차단 리스트를 업데이트 할 수도 있다.

사실 국내 사용자들은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에 그리 익숙하지 않습니다. 페이지페어 통계를 보면 국내 광고 차단기 사용률은 2% 남짓입니다. 아이폰의 사파리 브라우저가 광고 차단 기능을 지원한다고 해서 2%가 하루 아침에 20%로 껑충뛰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미풍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단, 신호는 읽어야 합니다. 디스플레이 광고 수익에만 의존하는 모델은 앞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는 신호 말이죠. 국내 언론사의 모바일웹은 콘텐츠 소비를 과도하게 방해하는 네트워크형 배너광고로 넘실댑니다. PC웹에서 운영하던 광고 상품을 모바일에 그대로 이전시킨 결과입니다. 광고차단기 사용률이 높아지면 이러한 전략들이 허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처럼 광고차단기를 설치한 사용자들에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차단 필터에 등록되지 않도록 다양한 우회로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궁극적인 해결 방안은 아닙니다. 한시적일 뿐이죠. 결국엔 사용자를 고려한 광고 상품 개발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꾸준히 실험하면서 찾아내야 할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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