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15일은 RSS 구독 서비스에 사망 선고가 내려진 날이다. 구글이 “수년간 사용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구글리더를 폐기처분한 그날, 전세계 RSS 구독 서비스 사용자들은 슬픔에 젖어야 했다. 구글리더 개발자인 크리스 웨덜조차도 “공유라는 공용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애도할 정도였다. 구글리더를 빠져나온 RSS 구독 서비스 사용자들은 피들리로, 딕닷컴으로 그리고 플립보드로 뿔뿔이 흩어졌다.

▲  애플 '뉴스' 앱.
▲ 애플 '뉴스' 앱.

슬픈 소식은 올해도 이어졌다. 국내 RSS 구독 서비스의 대표격이던 한RSS가 2015년 5월31일 서비스 종료를 공식화했다. 10년의 명맥을 지켜오며 장수 서비스의 반열에 올라섰던 한RSS지만 서버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끝내 문을 닫았다. 웹2.0과 생사고락을 함께 한 RSS 구독 서비스는 이렇게 인터넷 역사박물관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다.

사망 선고를 받고 역사박물관으로 향하던 RSS 구독 서비스를 입구에서 가로챈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이 'iOS9'과 함께 선보인 애플 '뉴스' 앱은 RSS 구독 서비스의 미래이자 2세대 구독기의 원형이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찬찬히 따져보자.

RSS 리더에 혁신을 입히다

▲  애플 뉴스 앱에서 인공지능을 뜻하는 'artificial intelligence'로 검색했을 때 펼쳐지는 화면.
▲ 애플 뉴스 앱에서 인공지능을 뜻하는 'artificial intelligence'로 검색했을 때 펼쳐지는 화면.

실제 사용해본 애플 뉴스 앱은 RSS 구독 서비스라는 옷에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이라는 액세서리를 걸친 모습이었다. 근본은 구독 서비스지만, 기존 RSS 구독기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콘텐츠 소비 경험을 더했다는 점에서 진화한 RSS 구독기의 꼴을 갖췄다. 에반 윌리암스가 다음 세대 블로그를 만들겠다며 내놓은 '미디엄'처럼, 애플 뉴스 앱은 다음 세대 RSS 구독기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애플 뉴스 앱의 메뉴는 ▲For you ▲Favorite ▲Explore ▲Search ▲Saved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해야 할 기능은 'Explore'(탐색)과 'Search'(검색)이다. 탐색과 검색은 RSS 구독기가 갖추지 못했던 편리한 등록 기능을 거의 완벽하게 대신하고 있다.

RSS 구독기는 해당 사이트의 RSS 주소를 일일이 찾아야 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필요로 했다. 특정 카테고리만 구독하고 싶어도 해당 사이트가 이를 지원하지 않으면 원치 않는 정보까지 받아봐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애플 뉴스 앱의 탐색과 검색은 이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했다.

탐색은 기존 사이트와 토픽의 구독을, 검색은 개인 선호 주제의 발견과 등록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주요 사이트를 RSS로 구독한다고 가정해보자. 사용자는 ‘인공지능’을 다루는 블로그와 뉴스 사이트를 직접 돌아다니며 RSS 주소를 수집해야 한다. 이 고민을 애플 뉴스 앱은 검색 기능으로 풀어준다. 애플 뉴스 앱 검색창에 'Artificial Intelligence'라고 입력하면, 구독 버튼을 제공해줄 뿐 아니라 관련 키워드를 제시하고 해당 인기 사이트도 알려준다. 일일이 찾아들어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한번에 해소해주고 있다.

RSS 구독기보다 진화한 또 다른 차별점은 콘텐츠 읽기 경험의 혁신이다. 플립보드를 제외한 기존 구독기들은 서비스의 가벼움을 유지하기 위해 멀티미디어 요소를 제거했다. 영상이나 이미지는 해당 사이트에 직접 방문해 소비하길 기대하는 방식이다. 콘텐츠의 빠른 로딩 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하지만 애플 뉴스 앱은 원본보다 더 화려하게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렌더링한다. RSS 구독기에서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을 즐기는 기분이다. 텍스트만 앙상하게 남은 RSS 구독기의 콘텐츠 구성 방식보다 한 차원 높은 읽기 경험을 제공하는 셈이다.

탐색과 검색을 통해 구독을 표시한 모든 콘텐츠는 'Favorite'(즐겨찾기) 메뉴에 담겨 언제든 꺼내볼 수 있다. 사용자들은 출퇴근길 이동 중에 손쉽게 새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읽지 않은 새소식 숫자도 상단에 자동으로 표시된다. 여기에 '리드 잇 레이터'(Read It Later)와 같은 저장 버튼이 있어 여유 있을 때 다시 찾아 읽는 것도 수월하다.

'For you'(포유) 기능은 애플의 야심작으로 보이지만, 이틀 가량 사용해본 입장에서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다. 구독하고 소비하는 콘텐츠에 따라 가장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해주지만, ‘잡탕 콘텐츠’라는 인상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물론 알고리즘 추천의 특성상 사용자에 따라 만족도는 천차만별일 수 있다. 적어도 포유 기능은 천차만별의 한 복판에 있는 메뉴로 보인다. 마치 카카오톡 채널처럼.

뉴스 생태계를 재디자인하다

▲  애플 뉴스 앱에 유통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icloud news publisher'에 접속해 rss 피드를 등록하면 된다.
▲ 애플 뉴스 앱에 유통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icloud news publisher'에 접속해 rss 피드를 등록하면 된다.

애플 뉴스 앱은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이나 국내 카카오톡 채널보다 언론사 친화적이다. 우선 입점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은 서비스의 문을 7~8개 유력 언론사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카카오톡 채널도 폐쇄성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면 애플 뉴스 앱은 특정 언론사로 한정하지 않는다. ‘뉴스 퍼블리셔’ 대시보드에 RSS 피드를 등록하면 블로그라 할지라도 애플 뉴스 앱에서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다.

물론 뉴욕타임스, 가디언, 버즈피드처럼 애플이 직접 제휴한 언론사들은 좀더 차별화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상단 내비게이션 구성, 기사 페이지 디자인, 기사 내 부가 서비스 아웃링크 등에서 자유도가 높은 편이다. 애플이 기성 언론사에 부여하는 일종의 특권이다. 그렇다고 여타 블로그에 비해 탁월한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뉴스 재묶음(repackaging) 기술의 혁신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애플 뉴스 앱은 RSS 피드 기반으로 수집한 수많은 뉴스를 건별로 해체한 뒤, 브랜드별, 토픽별, 주제별로 다시 묶는다. 전통적인 카테고리 분류법을 존중하면서도 개인적 선호를 반영한 주제별(태그별) 재묶음도 제공해 분류의 하이브리드를 꾀했다. 말하자면 네이버식 뉴스 분류법과 RSS식 콘텐츠 분류법을 절묘하게 결합한 형태다.

무엇보다 언론사를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 언론사는 외부 플랫폼 종속성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시해왔다. 일부 해외 언론사들이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 입점을 망설였던 이유다. 애플은 이를 감안한 듯 곳곳에 아웃링크의 문을 열어두고 있다. 관련 기사를 비롯해 e메일 구독, 인터랙티브 그래픽 등은 모두 언론사 페이지로 내보낸다. 애플 뉴스앱에 게시된 기사를 외부로 공유하면 해당 링크는 언론사 페이지로 연결된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이나 카카오톡 채널처럼 가두리 방식을 선택하지 않았다. 플랫폼 종속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면서도 애플 뉴스 앱의 사용자 경험을 유지하는 타협점을 택한 것이 특징이다.

언론사 마음 잡고 RSS 구독 미래도 얻었다

[rel]이제 애플 뉴스 앱은 RSS 구독 서비스의 미래가 됐다. 동시에 상생형 뉴스 유통 서비스의 대안이 됐다. 페이스북처럼 힘 빠진 언론사를 윽박지르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환심을 사는 방법을 애플은 찾아냈다. 동시에 구글리더 이후 방황하던 RSS 서비스 사용자들을 다시금 불러오는 기반도 마련했다.

뒤늦게 페이스북이 인스턴트 아티클의 제공 방식을 RSS 피드로 변경한 것은 애플 뉴스 앱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애플 덕에 언론사들은 페이스북 콘텐츠관리시스템(CMS)에 매번 기사를 등록해야 했던 불편함을 덜게 됐다. 이 같은 행보라면 인스턴트 아티클의 문호도 더욱 열릴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해진다.

플랫폼 간 건전한 유통 경쟁은 언론사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고품질 콘텐츠를 배타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때론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단, 그 기회는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는 언론사에만 돌아간다. 애플 뉴스 앱은 고품질 뉴스를 붙잡기 위한 플랫폼 경쟁의 신호탄이라 할 만하다. 페이스북은 오랜만에 호적수를 만났다.

국내 사용자가 애플 뉴스 앱을 이용하려면

애플 뉴스 앱은 국내 사용자들에게 기본 앱으로 제공되지 않는다. 뉴스 앱을 이용하기 위해선 간단한 설정 변경이 필요하다. 먼저 iOS9로 판올림을 한 뒤, '설정→일반'을 터치한다. '일반' 설정의 가장 하단에 위치한 지역 포맷 메뉴에서 지역을 미국으로 변경한다. 잠시 리부팅되는 과정을 거치면 아이폰 화면에 뉴스 앱이 자동으로 설치된다. 리부팅 이후에도 뉴스 앱이 나타나지 않으면 아이폰을 껐다가 다시 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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